브레히트 50

서로박: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리의 평화

1. 힘 빠지게 하는 전쟁의 소식,: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을 접할 때 지식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눈앞의 무력적인 대결 구도를 완화시키고 파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오로지 전쟁 이전에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발발하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게 되고, 남는 것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크리스타 볼프는 전쟁 그리고 전쟁 이전의 시기 Krieg und Vorkrieg를 구분한 바 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지역을 침공했을 때 필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뒤이어 순간적으로 맥이 빠졌습니다. 간접적으로 접했던 처절한 전투, 살육과 아비규환의 장면들이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것..

2 나의 글 2022.03.09

브레히트의 "나중에 네 뒤따라 떠났을 때"

"나중에 네 뒤따라 떠났을 때"는 참으로 에로틱한 시입니다. Als ich nacher von dir ging Dorine Niezing (1분 23초) https://www.youtube.com/watch?v=ukQGRF2ZUM4 합창 https://www.youtube.com/watch?v=90lyJiOR60A 나중에 너의 뒤따라 떠났을 때 바로 그 위대한 오늘 세상에 눈을 떴을 때 내게는 우스운 사람들만 보였네. Als ich nachher von dir ging An dem großen Heute Sah ich, als ich sehn anfing Lauter lustige Leute. 그날 저녁이 지난 뒤부터 뭘 말하려는지, 넌 짐작하겠지 나의 입술은 더욱 아름답고 나의 다리는 더욱 날씬하게 보..

21 독일시 2022.03.07

라스카사스, 인종 그리고 국적 (2)

4. 라스카사스가 유럽 사람들의 행동 가운데에서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인디언들에게 가한 끔찍한 범죄의 은폐였습니다. 범죄의 은폐에 관한 내용은 앎 (Wissen)과 양심 (Gewissen)이 서로 엉켜 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당신과 같은 인문학도는 이러한 관련성에 관하여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드러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선조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공개하는 일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백일하에 공개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로, 혹은 범죄를 드러내느냐, 숨기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적 물음입니다..

2 나의 글 2022.01.30

서로박: 뮐러의 "아이아스" (초록)

1. 뮐러가 장시 몸젠의 블록 그리고 이를테면 아이아스를 집필하게 된 게기 하이너 뮐러는 통일된 독일에서 한 편의 극작품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집필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주위의 여건이 참담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다음부터 서독의 문화계는 동독 작가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서독의 문화계 사람들은 오히려 구동독을 떠나지 않은 작가, 이를테면 크리스타 볼프, 하이너 뮐러, 그리고 폴커 브라운 등으로 향해서 비판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뮐러 그리고 브라운 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독서 국가 der künstlich gemachte Lesestaat”인 동독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동독 문학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서독이 통일..

45 동독문학 2022.01.20

프란츠 퓌만의 시, "불복종의 찬양"

프란츠 퓌만 (1922 - 1985)은 얼핏 보면 돈키호테를 연상하게 한다. 삶의 오류가 그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었다. 시인, 소설가 그리고 에세이스트로서 탁월한 작품을 남겼다. 퓌만은 현재 체코 지역인 로흐리츠에서 약사의 아들로 태어나다. 1932년에 오스트리아의 빈 근교에 있는 칼스버그 학교에 다니다. 퓌만은 처음에는 나치의 사상에 경도하여 1936년 주데텐 파시스트 체조 단체에 가입하였으며, 나치 돌격대에 가담하다. 1939년 아비투어를 취득한 직후에 자청하여 군대에 지원하다. 전쟁이 끝날 무렵 퓌만은 소련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다. 1946년 그는 노긴스크에 있는 반파시즘 학교에 다니면서. 마르크스 사상을 세밀히 배워나가다. 1949년 그는 동독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1958년부터 자유 작가로 일..

21 독일시 2022.01.13

페터 후헬: 성탄의 노래

성탄의 노래 페터 후헬 오 예수, 무엇을 오랫동안 추방했는가, 오 예수 그리스도여! 눈 속에서 동전 한 닢 집어든 자들은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네. 그들은 당신의 외면을 탓하며 외치네 큰 소리로 당신을 부르고 있어, 그리스도여. 모든 게 짜디짜고 쓰라리다 하면, 아 정말 그대의 피를 측량할 수 있을까? 세계의 눈물, 어머니들의 가을을 당신은 아직 느끼는가? 오 아기 예수여! 그들 모두 굶주림의 셔츠 속에서 어떻게 말구유처럼 헐벗은 채 가련히 떠는지를! 오 예수, 무얼 그리 오랫동안 방치했는가, 아이들이 어떤 길도 찾지 못하게 하는 그곳에? 그대의 별빛 비치는 겨울 동안에 그들은 손을 비비며 몸을 데우고 싶었네. Weihnachtslied von Peter Huchel: O Jesu, was bis..

21 독일시 2021.12.17

서로박: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 (2)

(앞에서 계속됩니다.) 극작가는 서사극적 구조 그리고 논평 등을 통하여 사건의 진행 과정을 차단시키고, 회상하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특징적인 것은 “노래들 (Songs)”입니다. 가령 「연기에 관한 노래」는 브레히트가 20년대에 쓴 「아편 동굴에서 나온 노래」에 착안한 것인데, 세계는 마치 니체의 허무주의 내지 희망 없는 태도 등으로는 변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물장수의 노래」는 주어진 기회를 잃은 상인의 하소연을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노래는 비가 오는데도 물을 사는 셴테의 비이성적인 태도를 은근히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삽입된 것입니다. 「신들과 선함의 무저항에 관한 노래」에서 극작가는 신앙이라든가 선 등의 추상적 개념이 실제 인간 삶과는..

46 Brecht 2021.12.05

서로박: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 (1)

친애하는 J,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은 “우화극 (das Parabelstück)”입니다. 이 작품은 주로 1930년에서 1942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집필에 도움을 준 사람은 브레히트의 연인들, 루트 베를라우 (Ruth Berlau) 그리고 마르가레테 슈테핀 (Margarete Steffin)이었습니다. 특히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40년대 초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브레히트의 작업을 헌신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사천의 선인」은 1943년 2월 4일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초연되었으며, 1952년 구동독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따라서 브레히트 작품들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복잡한 경로를 거쳐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브레히트는 스스로 1938년에서 1940년 사이에 ..

46 Brecht 2021.12.04

Lindenberg: 천사의 유혹에 관하여 (2)

브레히트는 천사를 의도적으로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시를 집필하였습니다. 천사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상의 존재입니다. 그는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치장하고 있습니다. 아니, 천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불분명합니다. 브레히트는 천사를 비아냥거림으로써 기독교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유럽 사회에서 얼마나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고발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기독교에서 죄는 언제나 성 Sex과 관련됩니다. 가령 모든 죄를 포괄하는 존재는 바빌로니아의 창녀로서 상징화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창녀는 성스러운 결혼식의 신부입니다. 고매한 쌍으로서의 해와 달의 삭망에 관한 비유를 생각해 보세요. 해와 달이 서로 만나 합치면 (개기일식, 혹은 개기월식), 고대 사람들은 이를 해와 달의 결혼식으로 수용했습니다. 해와 달의 ..

8 Lindenberg 2021.12.02

Lindenberg: 천사의 유혹에 관하여 (1)

"천사의 유혹에 관하여." 가사는 너무나 지저분하지만, 음악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브레히트는 토마스 만의 방대한 소설 『요셉과 그의 형제들 Joseph und seiner Brueder』을 읽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토마스 만은 「창세기」 제 27장에서 50장에 기록되어 있는 요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네 권의 방대한 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첫째는 「야곱의 이야기」(1933)이며, 둘째는 「젊은 요셉」(1934)을 가리킵니다. 세 번째는 「이집트의 요셉」(1936)이며, 네 번째는 「양육자 요셉」(1943)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토마스 만은 도합 10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은 장지연씨의 번역으로 여덟 권으로 살림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요셉은 야곱..

8 Lindenberg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