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 남의 글 12

신영복: 먹물뜨기와 위악 (僞惡)에 관하여

지금까지 먹물뜨기, 즉 문신(文身)은 자신과의 약속 내지는 사랑의 징표로 활용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굳건한 맹약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신을 다시 지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신 제작은 간단하나, 문신을 제거하는 데에는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디. 아래의 글 가운데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며, 푸른 색으로 필자의 말씀입니다. (신영복: 담론, 돌베개 265쪽 - 274쪽을 참고하라.) 교도소 재소자들의 문신은 자기가 험상궂고 성질 사나운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위악(僞惡)입니다. 위선과는 정반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마지 작은 벌레가 큰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울긋불긋하고 끔찍한 색을 드러내듯이, ..

2a 남의 글 2024.12.11

장희창: 타자와 하나 되려는 꿈의 몸짓. 한강의 '채식주의자'

친애하는 J, 한강의 모든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소설 『채식주의자』를 명작으로 인정합니다. 왜냐면 작품은 여성이 추구하는 자생적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나의 관심사는 소설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소설을 이해하고 소화해내는 장희창 교수의 글로 향하고 있습니다. 장희창 교수의 글은 힘차고, 핍진하며, 많은 여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신에게 세 가지 사항을 동시에 전하려고 합니다. 1. 한강 소설의 내용, 2. 장희창 교수의 논평, 3. 필자의 사족과 같은 부언설명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 글은 글에 대한 글에 대한 글이라는 점에서 메타 글쓰기를 재현한 것입니다. 아래의 글은 장희창 교수의 글인데, 푸른 색으로 기술된 것은 필자의 첨가문이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a 남의 글 2024.10.29

최병건: (2) 최악의 투사

(앞에서 계속됩니다.) 투사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일어납니다. 그럴 경우 좀더 ‘순도 높은’ 투사가 일어납니다. 모르는 만큼 환상으로 채워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람들은 특정 연예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환상을 투사해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그 이미지는 당연히 사람에 따라 무척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연예인을 두고 팬과 ‘안티’로 갈라져 설전을 벌이곤 합니다. 연예인 외에도 정치인, 운동선수 등 널리 알려진, 하지만 실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순도 높은 투사의 대상이 됩니다. 투사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집단, 직업군, 지역, 국가 등이 모두 투사의 대상이 됩니다..

2a 남의 글 2024.09.12

최병건: (1) 최악의 투사

최병건 선생님은 미국 엘에이 정신분석 연구소에서 공부하였으며, 신경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책 "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라는 책을 간행하였습니다. 현재 다시 미국 뉴욕에 가서 공부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세상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 사람들이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가 그랬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해와 달이 뜨는 것도, 천둥번개가 치는 것도 모두 신 때문이라고 그때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만 5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들의 세상에서는 신이 끼어들지 않는 일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의 마음을 반영합니다. 그리스 신화도 고대 그리스..

2a 남의 글 2024.09.12

김백민: "'태양광 송전 딜레마' 넘으려면"

다음은 김백민 교수 (부경대 황경대기과학과)의 글인데, 한겨레 신문에서 허락 없이 퍼왔습니다. 양해를 구하면서 ............... 호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광활한 평야로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주목받아왔다.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이번 여름에 우리가 큰 전력 대란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체 발전량의 17%를 차지한 태양광 발전 덕이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가 당장 이달부터 송전선 용량 부족을 이유로 호남과 제주 지역에 추가 태양광 사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한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급증한 태양광 발전량을 기존 송전망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송전..

2a 남의 글 2024.09.10

그라이리허: (2) 독일의 에너지 전환

6.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전력 시장을 의미 있게 조절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정책이 요청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인가요? 재생 가능 에너지에 관한 법 (EEG)은 2000년도에 제정되어, 과학 기술자들에게 경쟁을 통한 정책적 열기를 부추겼습니다. 가장 훌륭한 정책으로 채택된 것이 바로 바람 에너지와 태양 에너지의 활용,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계로서 중요한 것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토대 하에서 하나의 안전하고도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사업체는 무엇보다도 바람 에너지 그리고 태양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에 관한 사업들을 육성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전력 시장의 법적인 토대 역시 변화시킴으로써 전력의 생산과 소비에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2a 남의 글 2024.08.11

그라이리허: (1) 독일의 에너지 전환

다음의 글은 에너지 전환 운동을 추진하는 전문가 파트릭 그라리허씨와의 대답입니다.  1. 독일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무슨 뜻인가요? 에너지 전환이란 더 이상 석유, 석탄, 가스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지칭합니다. 독일은 늦어도 2050년까지 모든 전력 소비의 60 퍼센트에서 80퍼센트에 이르기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 조처로서 2022년에 독일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는 폐쇄될 것입니다. 현재 독일에서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25 퍼센트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까지 이 비율을 40에서 45 퍼센트로 끌어올리려고 추진 중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 그리고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활용을..

2a 남의 글 2024.08.11

서해성: 시 없는 시

소설가 서해성 선생님의 감칠 맛 나는 글을 허락 없이 한겨레 신문에서 퍼왔습니다.양해를 구하면서.... 또한, 이백에 취해 술 한 잔으로도 장하게 살고, 두보를 읽어 천년을 서리처럼 깨운다. 봄날 곡강 근처에서 그가 저당 잡히고 마신 헌 저고리를 체온 그대로 입어보게 하는 게 시다. 87행짜리 백거이 비파행 사이에 도사린 침묵을 문득 알아차린 건 어제그제 마흔 무렵이다. 장계의 풍교야박 탓에 뱃머리에 부딪는 물결이 절로 단풍든 걸 어찌 하랴. 이천 몇 백 년을 두고 형가와 대작하고파 이수를 찾던 날에는 비가 내렸다. 시황제야 비껴갔지만 그 시의 칼에 찔리지 않은 이 누가 있겠는가. 강 건너 소리 파는 여인네 망국한을 모른다 했거늘 후정화가 그저 옛 노래가 아님을 새길 수 있었던 건 두목이 시로 젓는 배를..

2a 남의 글 2024.06.15

한완상: 마침내 드러나는 채상병 사건

한완상 교수님의 글을 한겨레 신문사 2024년 6월 4일 자에서 허락 없이 퍼왔습니다. 함께 읽고 싶습니다. 양해 부탁드리면서 ............................... “걱정 마세요. 그 사람은 누구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인물됨의 본질적인 무지와 고집, 오만과 단견, 무엇보다도 무치(無恥)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요. 특히 그는 사회적 약자, 비표준적 인간, 비적자(非適者), 주변 인간들을 경멸하고 무시해서, 지도자의 지위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씨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많은 사람이 우려할 때 나는 이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의 검찰주의적 강렬한 의지와 권력욕, 자기의 본질적 성품 탓에 자멸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지난 2년간 ..

2a 남의 글 2024.06.04

이광이: 시인 서정춘의 100년을 달리는 기차

이광이 선생님의 글을 허락도 없이 퍼왔습니다. 출전: 한겨레 신문 2024년 3월 27일 ................... ‘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봄, 파르티잔, 1995) 시 한편이 스물한자다. 읽다가 ‘소식’ 하고 끝나버리니, 걷다가 길이 끊긴 듯, 몸이 앞으로 기우뚱한다. 입에서는 못 빠져나간 바람이 한숨이 되어 새어 나온다. 그 소식 이후에 다른 소식은 없었는지 늘 궁금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동구에서 띄우던 연줄이 툭 끊겨 산 너머로 멀리멀리 날아가던, 꼬리를 흔들며 하늘하늘 사라져버린 그 가오리연이 가끔 생각나듯이, 소식만 남기고 산골짜기로 떠나버린 그의 뒷소식이 궁금했다. 시인 서정춘, 41년생이니 올해 여든셋이다. 사람들은 그를 ‘삼단(三短)시인’이라 부..

2a 남의 글 202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