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Wolf 29

서로박: 크리스타 볼프의 문학적 주제

크리스타 볼프는 깊이 숙고하는 작가입니다. 그미의 문학은 자신이 처한 시대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어째서 우리는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그미는 1961년에 『나누어진 하늘 Der geteilte Himmel』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구동독에서 하인리히 만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베를린 장벽의 건설에 즈음하여 두 남녀, 리타와 만프레트의 이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동서독의 이질적인 세계관을 서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결국 만프레트는 서독으로 떠나고 리타는 구동독에 자의로 남게 됩니다. 당시 볼프는 구동독의 사회주의 통일당의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사회주의의 삶의 방식에 동조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작품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창의적인 노동은 어느 ..

47 Wolf 2024.01.17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4)

(계속 이어집니다.) 친애하는 W, 작품이 어떠했는지요? 첫째로 작품은 평화 운동의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당시는 핵무기의 위험이 첨예하게 드러날 무렵이었습니다. 구동독 작가인 크리스타 볼프는 마치 카산드라처럼 권력 그리고 금력을 추구하는 지배자의 관심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작가로서의 영향력은 미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미의 관심사는 군비 증강 그리고 핵전쟁의 위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카산드라"를 반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쟁 심리는 볼프의 견해에 의하면 “경쟁, 타인의 재산에 대한 질투 그리고 이기주의 die Konkurrenz, der Futterneid, der Egoismus”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어느 ..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3)

(앞에서 계속됩니다.) 카산드라는 안치세스를 찾아가서 자신의 심정을 하소연합니다. 안치세스는 몇몇의 트로이 여인들 그리고 그리스의 노예들을 돌봐주고 있었습니다. 카산드라의 여동생, 폴릭세나는 에우멜로스의 부하로 근무하는 장교 안드론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트로이 왕궁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두 연인은 어느새 살을 섞어 임신해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폴릭세나는 전쟁의 난리 통에 태아를 사산하고 맙니다. 카산드라는 더 이상 안치세스에게 가지 않고, 사원에 머물면서 은신합니다.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쇠약해집니다. 어느 날 카산드라는 적장인 아가멤논과 조우합니다. 아가멤논은 그미에게 보석을 선물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이피게니에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아가멤논은 아우리스 섬에..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2)

(계속 이어집니다.) 바로 이 무렵에 묘령의 늠름한 사내가 트로이의 궁정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니라 파리스였습니다. 카산드라는 아리스베를 통해서 파리스를 둘러싼 비밀을 접하게 됩니다. 아리스베는 프라이모스의 첩으로서 아이사코스를 낳은 여인이었습니다. 언젠가 헤카베가 파리스를 출산할 때 기이한 태몽을 꾸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자궁에 머물고 있는 자식이 하나의 장작인데, 거기서 수없이 많은 구렁이들이 기어 나와서 불을 품어내는 태몽이었습니다. 이때 예언자 칼하스는 파리스가 트로이를 엄청난 화염에 뒤덮이게 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이때 프리아모스는 어느 목자에게 강보에 싸인 젖먹이를 건네주면서 아기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목자는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비밀리에 아기를 ..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1)

친애하는 W, 당신을 위하여 볼프의 소설 ?카산드라?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볼프의 소설은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작품의 집필을 위하여 오랜 기간 동안 독서하였고, 시간을 내어 그리스로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미는 소설과 함께 소설의 집필 과정과 일기, 프랑크푸르트 연설문 등을 모은 『소설 카산드라의 전제조건 Die Voraussetzung der Erzählung: Kassandra』을 동시에 세상에 공개하였습니다. 에세이 모음집을 읽으면 우리는 크리스타 볼프가 작품 집필을 위하여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숙고했는가? 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신화에 의하면 카산드라는 토로이 인들로 하여금 그리스인들과 전쟁을 치러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경고합니다. 그러나 트로이 사람들은 이..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4)

(앞에서 계속됩니다.) 14. 원자로의 문제점: 혹자는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롭게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는가? 하고 항변합니다. 과학자들은 핵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우리가 예견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리 간파하지고 못하고, 이를 예방할 기술을 우선적으로 찾아내지도 못합니다. 주지하다시피 핵에너지는 핵폭탄의 쌍생아와 같습니다. 원전 사고 없이 원자로가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원자로에서는 엄청난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핵폐기물은 물론 중준위 저준위의 핵폐기물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약 20만년 동안 보존되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핵에너지에 의존한다면, 우리는 핵폐기물의 처리에 관한 비용과 난제를 후세..

47 Wolf 2021.12.21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원전 사고의 소식과 동생의 뇌수술: 주인공, “나”는 1986년 4월말에 메클렌부르크의 휴양지에서 집으로 귀가하는데, 이때 그미는 어느 맑은 날 아침 갑자기 원전사고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키에프 근처의 체르노빌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작동이 멈추어,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매스컴은 독일 사람들로 하여금 물과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특히 유의할 것은 채소와 우유를 먹고 마시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양의 방사능의 낙진이 들판에 내려앉게 되었는데, 이곳의 풀을 뜯어먹은 소들이 세슘 등이 함유된 우유를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전사고의 여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서 원자로가 ..

47 Wolf 2021.12.21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2)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핵무기 시대에 평화는 가능할까?: 볼프는 미래에 인류를 파국으로 몰라갈지도 모르는 전쟁의 위기를 다루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문학의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 시대의 위기적 상황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이기주의를 해결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핵무기, 핵에너지, 자연 파괴의 현상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케 하기 때문입니다. 즉, 개개인의 자기 보존의 원칙은 타인의 이익을 무시하거나 약화시킴으로써 이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화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옛날에는 전쟁을 통해서 환호하는 승리자와 굴욕을 감수하는 패배자가 생겨났지만, 원자 폭탄의 발명 이후에는 그러한 일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볼프는 다음과 같..

47 Wolf 2021.12.21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1)

1.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 프로젝트: 80년도 초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핵전쟁의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두 국가는 단추 하나면, 상대방을 몰살시키고도 남을만한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타 볼프 (Christa Wolf, 1929 - 2011)는 이러한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서 소설 "카산드라"를 집필하려 했습니다. 소설 집필을 위해서 그미는 직접 그리스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집필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은 "소설 카산드라에 대한 전제 조건"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기, 에세이, 일기 등을 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볼프의 창작 의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와 현재 상황 등을 작가의 깊은 사고와 탁월한 재치를 접할 수 있습니다. 볼프는..

47 Wolf 2021.12.21

크리스타 볼프: 미래의 기억 (3)

그렇다면 결국 이성, 어른으로의 변화, 인간 의식의 성숙함으로 향하는 좁은 길이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길이야 말로 인류를 이전의 역사에서 역사 속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적어도 성년으로 변하려는 하나의 결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만약 우리가 이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 동행자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산문 작품을 두려워하거나 초라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산문 작품이야 말로 인류를 성숙하게 해온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늦게 발전되었지만, 어른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발명하여, 구체적 차이점을 창안하여 이를 표현하지 않았던가? 산문을 집필하는 행위는 그 자체 이중적 의미에서 인간을 창조하는 과업이다. 그것은 우리를 인간의 방식으로 존재하도록 수많은 가능성 속으로 안내해준다...

47 Wolf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