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82

(명저 소개) 완강함 속의 부드러움. 홍세화의『결: 거칢에 대하여』

2020년에 간행된 홍세화의 『결: 거칢에 대하여』 (한겨레 출판 2021)는 단순히 시대 비평을 넘어서, 인간 홍세화의 내적 성찰을 진솔하게 담고 있는 책입니다. 작가는 지금까지 프랑스와 한국에서 때로는 노동자로, 때로는 지식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국가보안법 그리고 반공법은 1970년대에 많은 사람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남민전”이라는 정치적 사건은 그를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보내게 했습니다. 귀국 후에 홍세화는 자신의 글과 칼럼을 공개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언젠가 독일의 시인, 볼프 비어만은 서독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는데, 동독은 그의 입국을 거부했습니다. 망명 아닌 망명 작가가 된 그는 다음과 같이 일갈했습니다. “추방당한 자에 대한 차단..

홍세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홍세화 선생님이 어제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필자는 그분의 책을 접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그분의 인간미 그리고 특권의식 비판에 관한 사자후의 말씀이 나를 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그분은 공명심이라든가, 명예욕과는 거리가 먼 소탈한 인품의 소유자였고, 계파와 파벌을 형성하지 않는 큰 그릇이었습니다. 가지지 않는 자와 배우지 못한 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계셨고, 한반도의 정치와 미래 한국의 방향성을 숙고하는, 고결한 분이었습니다. 삼가 홍세화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평소에 그분이 전해준 뜻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OTL

필자의 책: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5

필자의 5부작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이 완간되었다. 제 1권이 나온 지 4년이나 걸렸다. 다음 기회에 서문을 올리면,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다. 21세기는 충적세의 마지막 시기로서 환경, 평화 그리고 여성운동이 바람직한 구체적 유토피아를 요청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노동조합의 운동, 페미니즘 운동 그리고 생태 공동체 운동을 인류세의 시기에 만개해야 하는 세 가지 운동으로 내세운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이러한 디스토피아적인 작품들이 출현했다. 세계대전 이후에도 세계는 체제와 이념에 따라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었고 대립과 갈등의 관계는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이러한 대립과 갈등에 반발하며, 또는 세상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억압받고 있던 여성의 삶을 대변하며,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

1 알림 (명저) 2024.03.17

(명저 소개) 캐럴린 머천트의 '자연의 죽음'

미국의 에코페미니스트, 캐럴린 머천트 ( Carolyn Merchant, 1936 - ) 의 『자연의 죽음. 에콜로지 그리고 과학 혁명The Death of Nature: Women, Ecology and the Scientific Revolution』 (1980)은 에코 페미니즘의 이론적 논거를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발전 과정, 특히 16세기, 17세기의 과학의 발전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전개된 것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자연과학은 머천트에 의하면 기계와 기게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자연이라는 거대 영역의 가치를 훼손하고 무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환경, 사회 그리고 문학 등의 제반 영역은 기계적 자연 과학에 의해서 잠식되고 왜소하게 변모했다고 합니다..

1 알림 (명저) 2024.01.13

성탄 그리고 새해 인사

친구님들에게 몹시 괴는 학생들에게 이유없이 그냥 좋아하는 선후배님들에게 감사드리는 선생님들에게 올해는 여러 가지로 참으로 힘든 한해였습니다. 2024년에는 부디 당신의 마음속에서 아기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영혼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를 바랍니다. 인사 드리면서 OTL 다음의 동영상을 올려봅니다. (5분 정도) https://www.youtube.com/watch?v=CjGfyo0PeRg

1 알림 (명저) 2023.12.29

(명저 소개) 한국 환경철학회: 미래를 위한 환경 철학

한국 환경철학회 엮음: 미래를 위한 환경 철학, 연암서가 2023. 기후 위기와 생태계 문제는 오늘날 인류와 자연을 위협하는 최대의 현안과 같습니다. 철학 전공자들은 깊은 사고로 명징하게 천착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환경 철학"에 실린 문장들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1. 김완규 (호서대): 왜 환경철학인가? 이 글은 환경 윤리와 환경 철학의 구조적 문제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본질적 원인에 소홀하고, 부분적 결과에 집중한 나머지 미봉책만 난무한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2. 김민수 (동서울대): 고중세의 인간중심주의: 이 글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목적론적 자연법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목적론적 자연법은 나중에 인간중심주의의 관점과 연결되었는..

1 알림 (명저) 2023.12.17

(명저 소개)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박태일의 시는 지금까지 발표된 일련의 시집에서 서정성 그리고 언어 구사의 측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지역 문학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많은 국내외의 지역을 탐색하면서 도서관과 책방을 뒤지는 수집가이기도 합니다. 청년 시절 그가 등단하지 않았을 때 그의 집에 우연히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의 서재에는 이미 천 권의 시집이 꽂혀 있었습니다. 박태일 시인은 평생 시를 위해서 살아온, 수십년 동안 시에 침잠해 온 영혼입니다. 이번에 간행된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 (산지니, 2023)는 그가 북간도 지역을 여러 번 답사하고 여러 도서관에서 북한 문학 그리고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와중에 집필된 100편의 시 작품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연변 말로 남편이라는 뜻을 지니고, “안까이”는 아내를..

1 알림 (명저) 2023.12.17

(명저 소개) 이종찬의 (2)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박물관까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조선은 서양의 문물, 특히 과학 기술과 의학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이러한 것들은 무인(武人) 그리고 중인(中人)인들이 관여하는 ”천박한“ 내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종찬 교수님은 한국의 자연 과학의 역사를 논하면서, 조선의 의사, 허준을 언급합니다. 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집필할 때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세부적으로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본초강목』에 소개된 수많은 약초의 가치에 매료된 사람들은 놀랍게도 유럽의 상인들이었습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은 서양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이시진의 책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식물학자 다윈은 이시진의 문헌이 자연의 선택을 명확하게 지적하였다고 서술하고..

1 알림 (명저) 2023.12.10

(명저 소개) 이종찬의 (1)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 박물관까지'

1. 친애하는 J, 오늘은 이종찬 교수 (이별빛달빛)님의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박물관까지』 (해나무, 2009)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2014년에는 『난학의 세계사』가, 2022년에는 방대한 문헌 『자연사 혁명의 선구자들』 이 간행되었습니다. 우리가 다루려는 책은 이러한 두 문헌에 대한 길잡이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필자가 이 자리에서 소개하는 책의 부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학사가 이종찬의 유럽 일본 자연사 박물관 식물원 탐방기”. 이종찬 교수님은 의학 전공이지만 과학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횡단성의 학자입니다. 그는 방대한 문헌을 섭렵한 다음에, 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2. 상기한 사항을 고려할 때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박물관까지』는 자연사 연구서일..

1 알림 (명저) 202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