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35

서로박: (3) 체자레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서로 만나는 여인들은 내심 외로움에 젖어 있다. 1949년에 간행된 세 번째 작품, 『고독한 여인들 Tra donne sole』은 자연과 신화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토리노에 생활하는 여자, “클레리아”입니다. 그미는 평범하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패션 업계에 발을 들여서 로마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본사는 클레리아에게 한 가지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것은 그미가 고향 토리노에서 패션 지사를 창립하여 운영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클레리아는 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16년 동안의 외지 생활을 접고, 토리노로 귀향합니다.  뒤이어 그미는 지인의 소개로 토리노의 많은 상류층 사람들과 안면을 익히게 됩니다. 이들은 나중에 그의 고객이 될 것 같아서 친..

서로박: (4) 보브롭스키의 '레빈의 방앗간'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유령 상에 관하여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세 번째, 네 번째 유령의 상 세 번째 유령의 상은 제 6장의 마지막에서 요한의 꿈속에서 등장한다. 이태리 서커스 스칼레토에 참석한 요한은 하베당크의 무리와 유대인들이 자신의 행위를 심하게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 그날 밤 요한은 다음과 같은 꿈을 꾼다. 아버지 미햐엘이 시체로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보브롭스키의 증조부는 지닐로브로트라는 지역에서 1883년 1월 15일에 비명횡사했는데, 작가는 1853년 1월 15일로 변화시켜 작품 속에 다루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는 스트라스부르 근처의 차로스토라는 지역으로 달리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미햐엘은 10명의 자제를 둔 61세의 노인이었는데, 나무가 쓰러진 무덤 근처에서 완전히 불탄 옷차림으로 발견되었다. 사망 ..

45 동독문학 09:19:50

민영규의 시, '떨리는 지남철'

떨리는 지남철민영규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잇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서 좋다.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 해설에 갈음하는 다섯 가지 사족 1. 서여 (西餘) 민영규 (閔泳珪, 1915 - 2005)의 시인데, 신영복 선생이 강의에서 그리고 서예로 남긴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민영규 선생은 동양사, 불교 그리고 강화의 민속학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그분이 어떤 계기로 "떨리는 지남철"을 집필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19 한국 문학 2024.12.21

On this Chrstmas Day

다음을 클릭하면 무디 블루스의 on this Christmasday 를 들을 수 있습니다. LP:http://www.youtube.com/watch?v=dcVSK47e9kUDecember 3 - 4 - 5http://www.youtube.com/watch?v=aXe5TzXKhoU I saw your picture in the paperI didn't know your nameBut the pain was there for all to seeAs the snow turned to rain 신문에서 그대의 사진을 보았네그대의 이름을 알지 못했어그러나 그곳에는 모든 사람의 고통이 보였네눈이 비로 녹고 있을 때 I saw your picture didn't know what to doA lonely face i..

6 musica e 2024.12.21

서로박: (2) 체자레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젊은 날의 사랑, 질투 그리고 죽음: 두 번째 장편소설, 『언덕 위의 악마Il diabolo sulle colline』는 1948년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학생 세 명입니다. 생기 넘치고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최하는 도시 청년, “피에레토”, 시골 출신의 수줍은 청년, “오레스트” 그리고 “나”입니다. 작품은 화자인 “나”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세 청년은 야밤을 이용하여 토리노 근교의 작은 산을 거닙니다. 그들은 오레스트의 친구, “폴리”를 찾아갑니다. 폴리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한 게 없는 청년입니다. 그는 방탕하게 살면서 술과 코카인에 빠져들지만, 완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우울한 영혼입니다. 다음날 네 명의 사내는..

34 이탈스파냐 2024.12.21

서로박: (3) 보브롭스키의 '레빈의 방앗간'에 나타나는 다섯 가지 유령상에 관하여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타민족의 추방과 잃어버린 보헤미안 문화 󰡔레빈의 방앗간󰡕은 프로테스탄트를 신봉하는 독일 제국주의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담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보브롭스키의 소설은 가난한 소수 민족들에 대한 작가의 인간애, 쿨머란트에서 살아가던 보헤미안의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방앗간이 누구의 소유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보브롭스키에게 중요한 것은 쿨머란트에서 살아가던 소수 민족들의 동류의식을 묘사하고 그들의 다른 삶의 방식 및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는 일이었다. 예컨대 브레히트는 "코카사스의 백묵 원 Der kaukasische Kreidekreis"에서 땅의 소유권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서 그루셰와 아츠..

45 동독문학 2024.12.21

서로박: (1) 체자리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

1. 어찌 우리가 타자의 마음을 감히 들여다볼 수 있는가? 삶은 수많은 고통과 슬픔, 아쉬움과 상실의 감정을 간직하게 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자기 자신의 직간접적인 체험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는 타자의 애환을 막연히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자레 파베세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가 소설 집필 시에 체험화법을 활용하고 모든 것을 일기 형식으로 서술하려 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무심하게 지나치는 행인의 마음속에 넘실거리는 감정의 파도는 얼마나 격정적일까요? 그렇지만 행인은 내 곁을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오늘은 체자레 파베세의 장편소설 삼부작, 『아름다운 여름 La bella estate』을 다루려고 합니다. 이 작품집은 1949년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책에..

34 이탈스파냐 2024.12.20

서로박: (2) 보브롭스키의 '레빈의 방앗간'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유령 상(像)에 관하여

(앞에서 계속됩니다.) 3. ‘나’의 할아버지 요한과 유태인 레오 레빈 소설은 한마디로 방앗간의 소유를 둘러싼 법적 소송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에 의존해서 이어진다. 또한 보브롭스키가 간결한 문장을 동원한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즉 보브롭스키는 법정 투쟁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는 동구의 구체적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하려는 데에 비중을 두었다. 주인공 ‘나’의 할아버지, 요한은 마을에서 비교적 부유한 계층에 속하는 침례교 신자이자 독일인 소 기업가인데, 프로이센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는 경쟁자인 레빈의 방앗간을 하루 밤 사이에 가로채 버린다. 그러니까 요한은 댐 상류의 물을..

45 동독문학 2024.12.19

서로박: (1) 보브롭스키의 '레빈의 방앗간'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유령 상 (像)에 관하여.

“나의 아버지는 보라매였다. 할아버지는 늑대였다. 그리고 증조부는 바닷속의 강도와 같은 생선이었다.”   1. 들어가는 말 요하네스 보브롭스키 (1917 - 1965)의 "레빈의 방앗간. 나의 할아버지에 관한 34개의 문장 Levins Mühle. 34 Sätze über meinen Großvater" (1964)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 빚어지는 생존 문제와 갈등을 예리하게 묘파하고 있다. "레빈의 방앗간"은 독일인, 폴란드인, 리투아니아인 그리고 그들 속에 섞인 유대인들이 겪게 되는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갈등의 양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보브롭스키는 시를, 특히 산문을 쓰는 의도가 “동부 지역의 민족에 대한 독일 민족의 불행한 죄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이로써 그는 ..

45 동독문학 2024.12.18

서로박: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필자의 저서,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보위에로부터 피어시까지, (울력 2023)가 2024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심사위원들을 살펴보니,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은 인맥, 지연, 학연 (필자가 누구인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등)을 무시하고, 오로지 책의 내용만 고려하여 추천 도서로 선정한 셈입니다.이 점에 대해 심사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나이에 상관 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노력하겠습니다.

1 알림 (명저) 202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