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신학이론 23

서로박: (2) 타우베스의 혼종(混種)의 정치신학

(앞에서 이어집니다.) 6. 기독교 교회는 타우베스에 의하면 진정한 이스라엘이 아니며, 유대교에 속하는 하나의 종파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는 바울의 기독교를 유대 사상에 접목하려려고 한다. 게르숌 숄렘은 물과 기름이 섞이면 기름이 되는가? 하고 반문한다. 여기서 우리는 타우베스의 입장이 대학살을 겪은 수많은 유대인에게 얼마나 참담한 느낌을 가져다줄지 얼마든지 추론할 수 있다. 1963년에 발표된 논문 「마르틴 부버와 역사철학」에서 타우베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종말론의 공동체의 이상은 다양한 역사적 구조 속에서 끝없이 변화되고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류가 바라는 이상은 원래의 선함과 성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 항상 나쁜 방향으로 변했다. 인간은 항상 신화적 우상을 숭배하지만, 역..

24 신학이론 2024.11.21

서로박: (1) 타우베스의 혼종(混種)의 정치 신학

1. 야콥 타우베스는 기이하게도 수미일관 파시즘에 동조한 독일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에 관심을 기울였다. 의식 있는 유대인 출신의 학자였지만, 카를 슈미트의 사상을 수미일관 추적하려는 자세에서 우리는 어떤 기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극단은 서로 통하는 법일까? 우리는 타우베스의 입장에서 어떤 학문적 매혹 그리고 유대인 정체성 사이의 모순점을 접하게 된다. 야콥 타우베스의 태도에는 기이하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려는 어떤 이율배반적인 특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에게서 유대인이면서도 유대주의를 부정하는 기이한 변절자의 면모가 엿보이는 것이다. 마치 사도 바울이 이전의 율법학자, 사울이라는 이름을 저버리고, 기독교에 개종했듯이, 야콥 타우베스 역시 유대주의 그리고 가톨릭 사상으로부터 서서히 거리감을 취했..

24 신학이론 2024.11.19

블로흐: (3) "굴종의 회개인가, 성령의 수용인가". 루터 비판

(앞에서 계속됩니다.) 인간 존재는 루터에 의하면 자신의 고유한 힘으로써 믿음이라는 찬란하고 순수한 빛을 확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루터는 신앙인을 도우려고 하는 수사들의 노력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수사계급은 신앙인들에게 어떠한 가치 있는 믿음을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신의 과업이 진행되면, 피조물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으며, 교회의 행위 역시 부질없을 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간에 신의 과업 앞에서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따라서 인간은 그냥 휴식을 취하는 일 외에는 행할 게 없다. 실제로 루터는 어떤 형태를 갖춘 인간적 자유를 헐뜯고 철저히 부정한다.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는 자신의 신앙을 성당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루터는 보헤..

24 신학이론 2023.05.03

블로흐: (2) "굴종의 회개인가, 성령의 수용인가" 루터 비판

(앞에서 계속됩니다.) 물론 루터의 이러한 구원에 대한 기대감이 실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반 신앙인들이 구원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거나, 자신의 영혼이 순화되며, 현실적으로 완전한 구원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렇지만 교회에서 성찬식을 거행하면서 성서의 내용을 접하게 되면, 신자들은 신의 은총을 어느 정도 감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인간의 죄를 사해주는 복음을 통해서 신의 순수한 자비로운 마음을 소환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서 성서의 내용을 접하게 되면, 어떤 은총의 실체가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완전히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객관에 합당한 은총의 실체를 생각해 보라. 루터의 사상은 여기서 너무나 기이할 정도로 ..

24 신학이론 2023.05.03

블로흐: (1) "굴종의 회개인가, 성령의 수용인가" 루터 비판

아래의 글은 블로흐의 "혁명의 신학자 토마스 뮌처"에 실린 것입니다. Ernst Bloch: Thomas Muenzer als Theologe der Revolution, Frankfurt a. M. 141 - 147. .................... 종교 개혁과 이단 종파에 대한 탄압이 이어진 다음에 사람들은 단 한 번이라도 순결한 믿음을 고수할 수 없었다. 가련한 인간 루터는 오로지 굴종을 드러내면서 자기 자신을 숨길 수 있었다, 원죄 자체는 그대로 존속될 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단 한 번도 파기되거나, 돈으로 보상받을 수가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루터에 의하면 원죄로 인하여 더럽혀진 존재로 계속 지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제아무리 좋은 일을 행한다고 해도 인간의 공과는 풍..

24 신학이론 2023.05.03

서로박: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토마스 아퀴나스 (1225 - 1274)의 "신학대전 Summa theologia"는 1266년부터 1273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약 200년 후에야 비로소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부분적으로 간행되었다. 토마스의 방대한 문헌 속에는 하나의 폐쇄된 이론으로서의 미학적 테마가 특별히 할애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의 본질 species sive pulchritudo”에 관한 문제는 그의 사고의 핵을 이루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를테면 특히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스의 저작물 「신들의 이름에 관하여 Ρερι ϑειόν ονοματον」 (520년 경)의 주해서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밝혔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아름다움과 선은 동일하다. 선이란 오직 추구의 대상으로서, 추구의 대상..

24 신학이론 2022.12.14

서로박: 뵈메의 거대한 신비

야콥 뵈메 (Jakob Böhme, 1575 - 1624)의 문헌 「거대한 신비, 혹은 모세의 첫 번째 책에 관한 해명 (Mysterium Magnum, oder Erklärung über das erste Buch Mosis)」은 “신 (神)의 본질의 세 원칙에 의한 신의 말씀의 계시에 관하여, 그리고 (자연의 나라와 은총의 나라가 설명되는) 세계와 창조주의 근원에 관하여” 라는 부제로서 1622년 - 1623년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1640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도합 78장 가운데) 첫 번째 11장은 우주의 생성에 관한 해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뵈메는 어떤 신지론 (神智論)에 입각한 우주론을 밝히고 있다. 창조는 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신은 “거대한 신비 (Mysterium mag..

24 신학이론 2021.09.01

서로박: 골드만의 숨은 신

뤼시앙 골드만 (Lucien Goldmann, 1913 - 1970)의 "숨은 신. 파스칼의 팡세 그리고 라신의 연극에 나타난 비극적 세계관 연구 (Le Dieu caché. Étude sur la vision tragique dans le Pensées de Pascal et dans le théâtre de Racine)"는 1955년 파리에서 간행되었다. 골드만은 17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인 파스칼과 라시느의 문학을 문학사적으로 연구하면서, 어떤 공통적인 형식 그리고 사고 방법을 문학 이론적으로 찾으려고 한다. 그는 이들 작품에 나타난 철학적 미적 특수성을 한마디로 “비극적 세계관”으로 명명한다. 골드만에게는 “세계관”이란 인간의 행위에 형식을 부여하고 행위의 관련성을 보장하는 하나의 구..

24 신학이론 2021.09.01

서로박: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 고백하다, 서문

라스카사스는 왜 중요한가? - “사유 思惟는 사유 私有가 아니다.” (윤노빈) - 친애하는 J, 당신을 위하여 라스카사스의 연구서를 간행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에스파냐 출신의 신부이자 수도사인 라스카사스 (Las Casas)는 게오르크 지멜 (Georg Simmel)도 말한 바 있듯이, “인류의 가장 커다란 고통을 환기시켜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16세기 서인도 제도에서 오랫동안 자행된 가장 끔찍한 대학살의 생생한 증인이었습니다. 라스카사스는 약 1500만의 원주민들이 정복자의 총과 칼에 의해 학살당하는 것을 당국에 보고하였으며, 평생 고통당하는 인디언들의 생존을 위해 살았습니다. 만약 본서를 읽으면, 당신은 상기한 내용, 라스카사스의 신념과 신학적 입장 그리고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서 ..

24 신학이론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