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50

박설호: (1) 전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어리석은 자가 전쟁을 치른다.”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1. 전쟁은 이권 싸움이다. 자고로 전쟁은 특정 국가의 국익을 위해서 전개되는 가장 사악한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국가의 이득을 위한 전쟁에 열광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전쟁의 총알받이가 되는 것을 모르고 국가가 애국이라는 미명으로 나라를 수호해야 한다는 전쟁 이데올로기에 기만당합니다. 참전을 거부하는 젊은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겁하고 나약한 겁쟁이라고 손가락질당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남자라면 오로지 참전하여 나라를 수호해야 한다는 전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로써 젊은 남자들은 총알받이가 되고, 여자들은 승리에 광분하여 미쳐 날뛰는 군인의 성 노리개로 전락하게 되지요. 핵무기 시대의 전쟁은 ..

2 나의 글 2023.11.18

서로박: 상처입은 소크라테스

1. 사실 같은 허구, 허구 같은 사실 친애하는 R, 소크라테스는 서양 철학사의 맨 처음 등장하는 인물로서, 그의 사상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작가, 게오르크 카이저는 극작품, 「구출된 알키비아데스」에서 군인으로서의 철학자의 진면목을 묘사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하여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상처 입은 소크라테스”라는 단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작품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32년의 델리온 전투의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어쩌면 이는 허구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브레히트의 단편이 전적으로 허구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문학이 실제로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허황된 내용으로 처음부터 배격..

46 Brecht 2023.09.27

서로박: (1)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1. 토머스 모어와 마키아벨리 그리고 에라스뮈스: 친애하는 J, 오늘은 토머스 모어 (Thomas Morus, 1477/78 - 1535)의 『유토피아』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국가에 관한 철학적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작품은 1516년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훌륭한 국가의 법과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한 정말로 멋진,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어떤 구원을 담은 소책자 Libellus vere aureus nec salutaris quam festivus de optimo re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 16세기 유럽은 정신사적으로 고찰할 때 전환과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이를테면 바로 이 시기에 훌륭한 문헌..

35 근대영문헌 2023.05.20

서로박: 돈키호테 다시 읽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사랑하는 임의 상을 사랑할 뿐이다.: 임을 애타게 갈구하면, 만남은 성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인가요?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남자는 그미를 사랑하는 대신에, 스스로 갈구하는 임의 상만을 사랑합니다. 돈키호테는 (비록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신의 행위를 필요로 하는 현실과 직접 부딪칩니다. 현실 속에는 자신의 갈망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를 생각할 때는 이와는 다릅니다. 그미는 하나의 명상으로서 돈키호테의 뇌리 속에서만 출현할 뿐입니다. 친애하는 T, 언젠가 독일의 작가 투콜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키 크고 날씬한 분을 갈구하지만, 작고 뚱뚱한 분을 얻는다. 그게 삶”이라고 말입니다. 둘시네아는 아주 가까운 곳, 토..

34 이탈스파냐 2023.04.29

박설호: (2)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I)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제 3부에 실린 글은 얼핏 보기에는 블로흐 연구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연구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독자들은 논의의 전개 및 방법론에 있어서 에른스트 블로흐를 유추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첫 번째 글 「이반 일리히의 젠더 이론 비판」은 미발표의 논문으로서 일리히의 저작물 『젠더』를 비판적으로 구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필자는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려 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일리히의 과거 지향적 관점이 퇴행의 반동적 세계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젠더에 대한 일리치의 시각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추상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점입니다. 「원시 사회는 암반위에 있고, 문명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는 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

27 Bloch 저술 2023.04.22

서로박: (3)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그러나 그미는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생계를 위해서만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미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세금은 너무나 과중했으며, 빵 가격이 최근에 폭등했다.”라는 구절을 생각해 보십시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미의 돈은 그미 혼자만의 돈이 아닙니다. 그미의 돈은 세금으로 징수될 수 있습니다. 세금으로 징수된 돈은 종교 재판소에서 쓰일 수 있습니다. 종교 재판소의 돈은 브루노를 심문하는 재판관의 “봉록”으로 지불될 수도 있습니다. 13. 외투의 상징성: 친애하는 K, 외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요? 외투는 어쩌면 브루노의 자유를 상징하는지 모릅니다.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외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로..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2)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비극적으로 화형당하다: 1600년 2월 8일에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이단과 마법의 혐의로 화형당해 죽습니다. 그의 모든 책은 출판 판매 금지당하는 조처에 처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브루노가 쓴 모든 문헌은 이른바 분서갱유의 처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처형의 선고가 내려질 때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합니다. “너희는 나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리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선언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Maiori forsan cum timore sententiam in me fertis quam ego accipiam“. 거의 8년에 걸친 오랜 법적인 공방 끝에 심신이 그야말로 초췌해진 브루노는 52세의 나이에 캄포 데 피오리에서 화형대에서 불에 타서 죽게 됩니다..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1)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1. 브레히트의 단편, 이단자의 외투: 친애하는 K, 당신은 나에게 「이단자의 외투」의 주제를 문의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하나의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답은 텍스트 속에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텍스트의 주제는 미리 정해진 게 아닙니다. 만약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문학 텍스트들을 애써 읽을 필요가 어디 있을까요? 그냥 편하게 논문 혹은 해설서만 읽으면 족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논문과 해설서를 100% 신뢰하는 것은 당신의 문학 해석의 힘을 키우는 데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문학 텍스트를 직접 읽고 생각의 힘을 스스로 단련해야 합니다. 단편의 서두에도 서술되어 있듯이 지오르다노 브루노 (Giordano Bruno)는 일반적으로 “위대한 인간”이..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브레히트의 "두 아들"

(작품 줄거리) 브레히트의 단편, 「두 아들」은 미국에서 씌어졌다. 사람들은 1946년이라고 추측한다. 단편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1945년 1월 히틀러 전쟁이 끝나기 전에 튀링겐 지방의 어느 농부 여자는 꿈을 꾼다. 출병하여 전선에 근무하던 아들이 어머니, 하고 자신을 부르는 것이었다. 비몽사몽간에 그미는 정원으로 나갔는데, 펌프 옆에서 아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젊은 소련군 포로였다. 소련군은 포로로 잡혀서 힘들게 사역하고 있다. 며칠 후에 그미는 숲에서 일하는 포로들에게 음식을 날라주었는데, 이때 젊은 포로의 얼굴은 분명히 자신의 아들의 그것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아들로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상은 자주 발생한다. 어느 날 젊은 소련 ..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2)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천체 물리학 연구의 위험성: 그런데 문제는 다음의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성에 대한 신념 내지 대단한 학문적 열정은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정치적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갈릴레이는 보다 많은 수입 때문에 베네치아 공화국을 떠나, 피렌체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갈릴레이는 수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원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그는 응용학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것은 천체물리학으로의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가끔 물 펌프를 생산하고 망원경을 제조하여, 그게 자신의 발명이라고 공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갈릴레이는 천체 물리학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낳게 되는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

46 Brecht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