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5 2

신영복: 문신(文身)과 위악 (僞惡)에 관하여

지금까지 문신은 자신과의 약속 내지는 사랑의 징표로 활용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굳건한 맹약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신을 다시 지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신 제작은 간단하나, 문신을 제거하는 데에는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디. 아래의 글 가운데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며, 푸른 색으로 필자의 말씀입니다. (신영복: 담론, 돌베개 265쪽 - 274쪽을 참고하라.) 교도소 재소자들의 문신은 자기가 험상궂고 성질 사나운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위악(僞惡)입니다. 위선과는 정반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마지 작은 벌레가 큰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울긋불긋하고 끔찍한 색을 드러내듯이,  문신을 지닌 사람들은..

2a 남의 글 2024.12.05

서로박: 그뢰쉬너의 '모스크바의 얼음'

친애하는 G, 오늘은 당신에게 전환기의 소설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맨 처음의 작품으로서 마그데부르크 출신의 작가 아네테 그뢰쉬너 Annette Gröschner (1964 - )가 200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얼음 Moskauer Eis』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냐 코베라는 여성입니다. 그미는 베를린에서 나이든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하고, 고향인 마그데부르크로 향합니다. 할머니의 집에는 아버지가 사용하던 방이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방은 먼지 그리고 거미줄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아냐는 아버지의 방에서 커다란 냉동박스를 발견합니다. 아냐는 일순간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냉동박스 안에는 오랫동안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아버지의 시체가 있..

48 최신독문헌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