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흐 117

프란츠 퓌만의 시, '불복종의 찬양'

프란츠 퓌만 (1922 - 1985)은 얼핏 보면 돈키호테를 연상하게 한다. 삶의 오류가 그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었다. 시인, 소설가 그리고 에세이스트로서 탁월한 작품을 남겼다. 퓌만은 현재 체코 지역인 로흐리츠에서 약사의 아들로 태어나다. 1932년에 오스트리아의 빈 근교에 있는 칼스버그 학교에 다니다. 퓌만은 처음에는 나치의 사상에 경도하여 1936년 주데텐 파시스트 체조 단체에 가입하였으며, 나치 돌격대에 가담하다. 1939년 아비투어를 취득한 직후에 자청하여 군대에 지원하다. 전쟁이 끝날 무렵 퓌만은 소련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다. 1946년 그는 노긴스크에 있는 반파시즘 학교에 다니면서. 마르크스 사상을 세밀히 배워나가다. 1949년 그는 동독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1958년부터 자유 작가로 일..

21 독일시 2025.04.17

서로박: (6) 에른스트 블로흐 문헌 소개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아비켄나와 아리스토텔레스 좌파 Avicenna und die aristotelische Linke간행 연도: 동독 1948, 서독 1952계기: 중세 스콜라 학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질 이론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블로흐에 의하면 신의 개념이 물질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악재로 작용했다고 했다.내용: 블로흐는 철학이 중세의 시기에 특히 아라비아에서 발전한 이유를 상업 도시의 부흥에서 발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블로흐는 두 가지 사항을 비판적으로 거론한다. 첫째로 아라비아 철학자들은 대부분 의사이며 자연과학자들이었는데, 이들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추구한 기독교적 물질 이론에 비판적 자체를 취할 수 있었다. 둘째로 그들은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물질을 고찰했기 때문에 ..

27 Bloch 저술 2025.03.03

서로박: (1) 블로흐의 카테고리 이론

역동적 개방성으로서의 카테고리 “제반 카테고리는 길(道)이며, 방(房)이다. 그 전체성은 의식된, 개념과 연결된 세계의 집을 밝혀낸다. 물론 카테고리 이론은 이에 관한 하나의 윤곽을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그것은 세계의 목록이 아니라, 세계의 내용에 관한 목차이다. 카테고리 이론은 하나의 집중적인 거울의 설계인데, 이로써 우리는 스스로 형성되는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블로흐) 1. 카테고리는 보편적 존재에 대한 발언군이다.: 카테고리는 논리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존재에 관한 발언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대에는 정태적인 무엇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카테고리는 고발, 고소, 고발의 원인이라는 어원을 지닙니다. (김진성: 18). 카테고리는 법적 진술과 연결되는 술어입니다.  진술 내지는 발언에..

27 Bloch 저술 2025.02.21

박설호: (4) '아직 아님'의 변증법

(앞에서 계속됩니다.) 17. “아직 아님”은 갈망의 심리학, 즉 종결되지 않는, 기도하는 갈구 행위로 이해된다. 블로흐는 역사와 관련하여 “초험성Transzendenz”이라는 개념 대신에 “바깥 영역Exterritorialität”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는 역사 자체와 비교될 수 있는 공간 개념으로서, “역사적 과정의 핵심”을 가리킵니다. (Bloch, TE: 373). 이미 언급했듯이 “그냥 사는 순간의 어두움”은 갈구하는 의식을 심화시켜서, 어떤 소외 없는 삶의 길을 새롭게 찾게 하며, 우리의 마음에 희망을 가득 채워 줍니다. 어두움에 사로잡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전제 조건을 성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한 성취는 개인의 삶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이룩될 수 없으며, 오..

27 Bloch 저술 2024.06.29

서로박: (4)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C, 튼실하고 멋진 여왕벌에는 언제나 수많은 수벌들이 모이듯이, 탁월한 명작을 집필한 작가 주변에는 요상한, 혹은 훌륭한 모방 작가들이 들끓기 마련입니다. 가령 괴테가 파우스트 제 1부를 일차적으로 완성한 시점은 1797년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괴테는 작품을 끊임없이 개작하였습니다. 그후 35년 후에 파우스트 제 2부가 완성되었으니 필생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9세기 초에 어느 젊은이가 자신이 파우스트 제 2부를 집필했다고 말하면서, 원고를 들고 괴테를 찾아왔습니다. 이때 괴테는 몹시 분개하면서, 이 세상에 파우스트를 완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자가 있다면, 그는 오로지 자신이라고 일갈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괴테는 훌륭한 작가임에는 분명하지만, 인간으로서..

34 이탈스파냐 2024.06.27

박설호: (2) 갈망의 힘. 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흔적들』의 글들은 그 자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흔적이라는 단어는 자구적으로는 발자국, 바퀴 자국 등으로 이해되며, 단서 내지는 암호 등의 의미를 지닌다. 주어진 현실 속에는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흔적이 마치 어떤 놀라운 비밀처럼 숨어 있다. 블로흐는 에드거 알란 포, 코난 도일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처럼 이러한 암호를 세심하게 주시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블로흐의 짤막한 글이 드러내려는 것은 무엇일까? 오로지 인간과 세계에 도사린 변화의 효모 그리고 갈망의 방어기제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흔적들』이 블로흐의 희망 철학 사상을 압축한 미세화인 근거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역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로 블로흐의 글들은 블로흐 ..

28 Bloch 흔적들 2024.06.26

박설호: (1) '아직 아님'의 변증법

“변모만큼 지속적인 것도 없다.” (헤라클레이토스)“아직 아님”의 정서 속에는 최상의 행복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 1. “아직 아님”에 도사린 네 가지 발전적 특징: “아직 아님”이라는 블로흐의 철학 용어는 무엇보다도 가능성에 관한 형이상학의 인식론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개념은 이전의 서양 철학에서 심도 넘치게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블로흐는 “아직 아님”을 통해서 고전적 형이상학의 네 가지 기본적인 논의를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첫째로 “아직 아님”은 가능성의 개념에서 자리하는 발전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둘째로 그것은 “추구streben”의 개념 속에 도사린 발전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셋째로 “아직 아님”은 “부정성 Negativität”의 개념 속에 도사린..

27 Bloch 저술 2024.06.20

서로박: (2)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2. 파국 앞에서의 진보에 관한 사고 미리 말씀드리면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닙니다. 첫째로 그의 ”역사 철학 테제“ 속에는 이미 언급했듯이 모든 사안에 관여하지만, 어떤 무엇을 선택하지 않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는 유대주의냐, 마르크스주의냐? 에 대한 망설임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글인지 모릅니다. 소논문에서는 우유부단함과 숙고의 흔적이 너무 강해서, 저자의 명징한 견해를 도출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둘째로 역사 철학 테제는 파시즘의 폭력과의 상관성에서 이해되어야 하지, 모든 사회에 통용되는 보편적 역사 철학의 사고라고 확장될 수는 없습니다. 작품에서는 신학 그리고 역사적 유물론의 관계, 역사주의, 특히 사민당 사람들의 진보적..

25 문학 이론 2024.04.29

서로박: 마네의 '풀밭 위의 아침 식사' 해설

사람들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을 좋아하여, 그의 삶의 행적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마다 마네는 “꽃밭에 가보세요. 그곳에 가면 나의 삶이 다 보일 것입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에른스트 블로흐는 이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행적에 관해 묻는 리포터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나의 저작물을 구해서 보세요. 그 속에는 나의 삶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각설, 마네는 자신의 사적인 삶에 관해서 언급하기를 꺼려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사랑 그리고 이와 결부된 프라이버시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네에게는 커다란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던 네덜란드 출신의 수잔네 렌호프를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리의 저명한 판사였던 마네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에서..

11 조형 예술 2024.04.14

박설호: 블로흐의 "재기억" 비판

1. 재기억 이론이란 무엇입니까? 블로흐의 "주체와 객체. 헤겔에 대한 주해 Subjekt - Objekt. Erlaeuterung zu Hegel"는 헤겔 사상과 재 기억에 관해 논하고 있습니다. 기억이란그리스어 단어에 의하면 “ανάμνηση”라고 하는데 , 플라톤 이래로 인식이론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진리란 과거에 존재한 불변의 사실이라고 합니다. 진리를 파악하려면 인간은 다시 기억 속에 그것을 소환해내면 족하다고 합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진리를 다시 소환해내는 일이 바로 재-기억이라는 행위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고 속에 탈레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모든 철학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게 한 전매특허로서의 특징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문은 ..

30 bloch 대화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