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63

서로박: (2) 테렌티우스의 '환관'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권력과 금력보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사랑이 더욱 중요하다: 친애하는 K, 지금까지의 내용이 작품 환관의 줄거리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몇 가지 사항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트라소는 무척 용맹한 장교였는데, 전쟁에 참여하기 전에 기생, 타이스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미를 차지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구매한 아리따운 노예 처녀를 타이스에게 선물로 바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타이스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미는 트라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자신에게 끝없이 사랑을 호소하는 젊은이, 페드리아가 더 정이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이스는 거칠고 돈 많은 트라소 대신에, 비록 가진 게 없고, 권력도 없지만..

37 고대 문헌 2024.02.10

서로박: (1) 테렌티우스의 '환관'

1. 걸작 한 편: 친애하는 K, 오늘은 고대 로마의 극작가 테렌티우스, 정확히 말하자면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퍼 (Publius Terenz Afer, BC. 195/ 190 - BC. 159/ 158)의 「환관 Eunuchus」이라는 희극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테렌티우스는 약 160편이라는 많은 작품을 집필했는데, 오늘날 전해내려오는 것은 불과 6편이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 「환관」은 테렌티우스가 전하는 6편의 명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품은 도합 1094 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리스 극작가 메난드로스 Menandros의 어느 유실된 작품에 대한 개작이라고 전해집니다. 테렌티우스의 작품은 기원전 161년에 루키우스 암비비우스 투르피오 극단에 의해서 초연되었습니다. 2. 테렌티우스의 삶:..

37 고대 문헌 2024.02.10

서로박: (2) 아킬레우스 타티우스의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결혼식 전의 야반도주: 클레이토폰은 결혼식이 거행되기 전날 밤 사랑하는 처녀를 몰래 방에서 빠져나오게 하여, 야반도주를 감행합니다. 튀로스는 시돈으로부터 남쪽으로 떨어진 (현재 레바논의) 항구도시였습니다. 두 사람은 퀴로스에 정박 중인 어느 자그마한 범선을 훔쳐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만약 레우키페와 함께 낙타를 타고 북쪽의 육로로 도주하게 되면, 반드시 체포되어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항해하기로 작심합니다. 그리스 지역으로 항해하면 분명히 두 사람이 정주하여 살아갈 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습니다. 작은 범선은 처음에는 연인들의 고통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대양으로 미끄러져 나갑니다. 동이 틀 무렵 갑..

37 고대 문헌 2024.01.02

서로박: (1) 아킬레우스 타티우스의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

1. 고대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J, 오늘은 고대의 연애 소설 한 편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킬레우스 타티오스는 기원후 2세기 말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그리스 작가입니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 거의 없습니다. 그의 소설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에 관한 이야기 Τὰ κατὰ Λευκίππην καὶ Κλειτοφώντα』는 8권으로 이루어진 연애소설입니다. 고대에는 주로 서사시의 장르가 귀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소설이라든가 소극 등은 귀족 계층으로부터 각광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대의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사랑하는 두 남녀는 오랜 모험을 거듭하며 온갖 난관을 거친 다음에 마지막에 뜨겁게 조우합니다. 작품은 일반인들이 읽기 쉬운 문체로 기술되어 있으며, 문헌학적으로..

37 고대 문헌 2024.01.02

서로박: (3) 이암불로스의 태양섬과 헬레니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고대의 유토피아의 특징들 (3): 넷째로 고대의 유토피아 사람들은 처음부터 어떤 우생학적 조처를 취하여, 오로지 건강하고 영리한 아이들만 돌보고 교육시킵니다. 가령 신체적으로 불구 아이가 태어나면, 공동체 사람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경우 해당 아이를 우물에 빠뜨려 죽이거나, 목숨이 끊어지도록 방치합니다. 나아가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Colpe 43).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는 경우 주위 사람들은 “안락사εὐθανασία”의 시술을 빈번하게 활용하였습니다. 이는 고대인의 내세관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병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나으며, 자살이 오히려 인간의 명예를 지키는 ..

37 고대 문헌 2023.10.13

서로박: (2) 이암불로스의 태양섬과 헬레니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강인한 아이만 교육받을 수 있다. 모든 부족들은 제각기 거대한 새 한 마리를 숭상합니다. 새는 부족을 대표하는 성스러운 동물로서 이해되는데, 어디까지나 문학적으로 상상해낸 전설의 날짐승이라고 생각하면 족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거대한 새가 어떤 놀라운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렇기에 새는 청소년의 담력을 키우는 데 활용됩니다. 가령 사내아이들이 여섯 살 혹은 일곱 살이 되면, 새는 해당 아이를 등에 태우고 하늘 높이 비행합니다. 만약 아이가 창공에서 현기증을 느끼거나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새는 그 아이를 낯선 곳에 버립니다. 아이가 부족으로 돌아올지 도중에서 목숨을 잃을지 하는 문제는 아이의 몫이라고 합니다. 태양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

37 고대 문헌 2023.10.13

서로박: (1) 이암불로스의 태양섬과 헬레니즘 유토피아

1. 이암불로스 그리고 그의 국가: 헬레니즘 시대의 사람들은 오직 욕망과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꿈을 꾸었는데, 이는 실제와는 다른 국가상을 탄생시킨 바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노동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비옥한 자연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이암불로스의 「태양 국가」에서 잘 나타납니다. 태양 섬의 사람들은 마치 공산주의의 공동의 축제와 같은 찬란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철저히 민중적 축제와 같은 특성을 지녔으므로, 정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과히 놀라운 사회상입니다. 이암불로스의 생애는 오늘날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그가 소아시아 북서지역의 아라비아 유목 민족의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암불로스는 무역을 ..

37 고대 문헌 2023.10.13

서로박: 아리스토파네스의 '개구리들'

친애하는 Y, 지금까지 당신에게 비극적인 작품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기분 전환을 위하여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 (BC. 445 - 385)의 희극, “개구리들 (βατράχοι)”에 관해 이야기를 언급할까 합니다. 이 작품은 아리스토파네스의 원숙한 시절에 씌어진 명작인데, 고대에서 그리고 중세 비잔틴 문화권에서 가장 사랑받던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개구리”는 기원전 405년에 필로니데스의 연출로 맨 처음 공연된 바 있습니다. 필로니데스는 이 작품 외에도 “말벌 (σφήκες)” 그리고 두 편의 소실된 작품들을 공연한 연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 이 작품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어, 디오니소스 축제일에 두 번이나 공연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고대 그리스 연극 역사에 전무후무한 ..

37 고대 문헌 2023.08.10

서로박: (2) 플라우투스의 '허풍선이 장교'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첫 번째 계략: “납치된 여인은 처녀 PH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노예 P로부터 연인의 소식을 전해 들은 젊은 항해사는 모든 일을 접고 에페소스로 황급히 달려옵니다. 도착 직후에 그는 오래전에 우정을 나눈 적이 있던 옆집 주인 PE의 집에 기숙하게 됩니다. 그런데 옆집 주인의 집은 허풍선이 장교의 집 바로 옆에 붙어 있었습니다. 젊은 항해사는 벽과 벽 사이에 자그마한 구멍을 내어, 허풍선이 장교의 집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아니, 자신이 사랑하는 처녀 PH가 결박된 채 밀실에 갇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노예 P는 천성적으로 꾀주머니였습니다. 그는 가련한 젊은 항해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합니다. 그는 보초를 매수하여 젊은 항해사가 밀실로 들어갈 수 ..

37 고대 문헌 2023.07.21

서로박: (1) 플라우투스의 '허풍선이 장교'

1. 겉 다르고 속 다른 마초: 친애하는 J, 오늘은 한국에 아직도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플라우투스의 극 작품 하나를 분석하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것은 표리부동한 인간형에 관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형은 특히 고위 공무원 그것도 검사에게서 구체적으로 엿보이고 있습니다. 검사들은 겉으로는 자신이 세상사의 모든 것을 정의롭게 구현할 수 있다고 기세등등하게 공언하지만, 속으로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고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마초들입니다. 언젠가 김지하 시인이 담시 『오적』에서 다섯 명의 도둑들이라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으며, 그들의 표리부동한 태도는 판소리인 『배비장전(裴裨将伝)』에서 우스꽝스럽게 풍자된 바 있습니다. 자칭 강직하고 금욕적이라고 거드름을 피우는 배비장은 제주도에 ..

37 고대 문헌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