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50

서로박: 브레히트의 극작품 '가정교사'

브레히트는 야콥 미햐엘 라인홀트 렌츠 (J. M. R. Lenz, 1751 - 1791)의 「가정교사 Der Hofmeister」 (1774)를 개작하였습니다. 렌츠 작품의 주된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며, 브레히트의 작품의 근간을 이룹니다. 가난한 부목사의 아들, 로이퍼는 가정교사로 일합니다. 그는 추밀원 고문관의 동생이 되는 베르크의 집에서 아들 프리츠 그리고 딸 구스첸을 가르칩니다. 로이퍼는 맛있는 음식을 얻지만, 적은 월급을 받으며, 때로는 무척 모욕당하기도 합니다. 이때 그는 구스첸을 유혹합니다. 구스첸 역시 이를 마다하지 않고, 육체적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계급 차이로 인하여 두 사람은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구스첸은 미성년이기도 합니다. 구스첸이 임신하게 되..

46 Brecht 2021.10.04

서로박: 렌츠의 가정교사 (3)

나중에 구스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미는 어느 숲속에 숨어 있다가 눈먼 거지, 마르테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마르테의 집에서 기식하면서, 로이퍼의 아기를 출산합니다. 몇 달 후 구스첸은 자신의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마르테의 집을 몰래 빠져나와 이웃마을로 향합니다. 다른 한편 폰 베르크 소령은 공립학교에 숨어지내는 로이퍼를 수소문하여 끝내 찾아냅니다. 그는 로이퍼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총격을 가합니다. 심한 총격에도 불구하고 로이퍼는 다행히 부상당하지 않습니다. 폰 베르크 소령은 로이퍼가 구스첸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을 감지한 다음에, 그곳을 벗어나 황급히 사라집니다. 구스첸은 나름대로 베르크 소령을 찾아 나섰지만, 아무런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미는 순간적으로 깊은 절망감..

40 근대독문헌 2021.10.04

서로박: 렌츠의 가정교사 (1)

친애하는 L, 오늘은 독일의 문화적 황금 시기에 좌절과 가난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간 한 작가의 작품 하나를 고찰하려고 합니다. 야콥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 (Jakob Michael Reinhold Lenz, 1751 - 1792)의 「가정교사」라는 희극작품이 그것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어쩌면 “접장”이라고 번역되는 게 타당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가정교사는 주로 고위 귀족층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지식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처음부터 신분상의 차이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보수가 너무나 박한 것은 물론이요, 시도 때도 없이 귀족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헤겔, 실러를 비롯하여 평민 출신의 수많은 젊은 지식인들이 가정교사 직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

40 근대독문헌 2021.10.04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1)

다음의 글은 나의 논문 "고상한 소네트에서 조야한 소네트로"의 일부이다. 나: 소네트는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담기에는 진부한 형식, 다시 말해 헌 부대에 불과하지요. 현대인들이 목숨 건 사랑을 체험하는 경우는 이제 드뭅니다.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오늘날 거의 철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비극을 처절하게 노래할 필요성이 사라졌어요. 이에 반해 과거에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온존하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의 열정은 실제로 출현했고, 이는 소네트를 통해 묘사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피에르 아벨라르 (1079 - 1142)는 엘로이즈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가정교사로 일했는데,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끝내 살을 섞었습..

22 외국시 2021.09.05

서로박: 뒤렌마트의 물리학자들

1. 뒤렌마트의 희비극: 스위스 출신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Fr. Dürrenmatt, 1921 - 1990)의 2막으로 이루어진 희극 작품, 「물리학자들 Die Physiker」은 1961년에 발표, 1962년에 취리히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 2고는 1980년에 개작되어, 전집에 실렸습니다. 작품은 세계를 필연적으로 위협하는 현대 핵물리학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극작품은 여배우, 테레제 기제 (Th. Giese)에게 헌정되었는데, 전통적 극작품의 형식에 해당하는 장소, 시간 그리고 행위의 일치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뒤렌마트의 희비극의 특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희비극Tragikomödie”이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희비극의 작품..

44 20후독문헌 2021.09.04

서로박: 헹크만 교수와 참고문헌

1. 뮌헨 대학교 철학과 교수 가운데 볼프하르트 헹크만이라는 분이 있었다. 80년대 초에 나는 부전공의 학점 취득을 위해서 헤겔과 루카치의 강좌를 수강했는데, 이를 계기로 그분을 알게 되었다. 깡마른 얼굴에 약 2미터 장신인 그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당시에 무척 기이하게 보였다. 안경을 낀 진지한 면모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추측컨대 틀림없이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었을 것이다. 사적으로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는 자전거를 애용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거주지가 뮌헨 동쪽 지역인 이스마닝이라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뮌헨 시내는 자주 도로가 막히고, 주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영국 공원을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것을 나중에 나..

2 나의 글 2021.09.01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2)

1961년 블로흐는 자신의 튀빙겐 첫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희망은 환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 “분명히 그렇다. 굉장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환멸은 희망이라는 남자 곁에 동행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은 블로흐의 실제 삶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블로흐는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을 체험했다. 1933년 3월 6일 그는 1917년의 망명 국가였던 스위스로 재차 망명해야 했다. 1934년 그는 빈으로 가서 자신의 세 번째 부인 카롤라와 결혼했다. 1935년부터 두 사람은 파리에서 살았고, 1936년부터 1938년까지 프라하에서 생활했다. 1938년 그들은 배를 타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1948년 블로흐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교수 초빙에 응했다. 자신의 명확한 자의식은 라이프치..

29 Bloch 번역 2021.08.24

서로박: 캄파넬라의 철학시편 (1)

생존과 저항은 꿈을 위한 것이다. - 토마소 캄파넬라의 『옥중시편』을 중심으로 나: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항이라는 주제로 토마소 캄파넬라의 철학적 옥중시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하필이면 저항과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캄파넬라의 시문학을 선택하였는지요? 너: 저항이라는 단어는 통상적으로 국가의 폭력에 대한 개인의 반항을 연상시킵니다. 외국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강정 마을 해군기지 반대 데모, 밀양의 송전탑 건설에 대항하는 데모를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만 저항은 다양한 의미론적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습니다. 완강한 반항 대신에, 조심스러운 사보타주를 생각해 보세요. 자기 보존의 노력으로서의 생존 역시 저항의 한 가지 방식일 수 있지요..

34 이탈스파냐 2021.06.30

서로박: 브레히트의 품위 없는 노파

친애하는 K, 브레히트의 단편 「품위 없는 노파」는 나와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산문 작품입니다. 나는 80년대 초 뮌헨에서 공부할 때 이 산문을 읽고, 과제물을 집필했습니다. 당시에 뮌헨 대학교에서 독문학, 철학 심리학 등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때 당시에 알베르트 레 Albert Reh, 일명 “노루” 교수의 강의를 들었고, 「품위 없는 노파」에 관한 과제물을 제출했지요. 갓 태어난 내 아기의 울음소리를 피해, 뮌헨 기숙사의 현관의 좁은 공간에서 쪼그린 채 타자기를 두드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에 썼던 나의 과제물은 2001년에 차봉희 교수님 회갑 논문집에 실렸습니다. 제목은 “Didaktische Überlegungen zur Kurzgeschichte B. Brechts 「Die unwürdig..

46 Brecht 2021.05.15

(명시 소개) 이동순의 시,「눈물의 세월」(1)

「눈물의 세월」 이동순 그해 동짓달 텃밭의 무 배추 막 수확 앞두고 있었는데 벼락 같이 이주 명령 떨어졌네 이틀 안에 이삿짐 싸서 우라지오 역으로 집결하라고 하네 사나흘분 음식 집집마다 준비하라고 하네 아직 농작물 거두기도 전인데 달리 먹을 게 어디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니 그저 만만한 닭 돼지 모조리 잡아 굵은 소금 뿌려 고기 장만하고 감자 옥수수 밀가루 자루에 담아서 꽁꽁 묶고 덮던 누더기 이불 몇 채 둘둘 말아 역으로 가는데 어찌 그리도 눈물이 흐르던지 가다가 돌아보고 또 가다가 돌아보고 앞마당 삽사리는 수상한 눈치 채었는지 마냥 짖으며 뒤따라오는데 주인 잃은 다른 집 개들도 허둥지둥 역 구내 인파 사이로 두리번거리며 헤매는데 무정한 이주열차는 검은 연기 뿜으며 기적 울리는구나 흰둥아 나 지금 떠나지..

19 한국 문학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