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2

박설호의 시, '몽양 여운형'

몽양 여운형박설호 여보게 지근이 자네가 *혜화동에서 나를 향해총을 발사했을 때 마지막세상은 뒤집혀 보였지 드디어하늘이 내려앉고 땅이솟았지 피 흘리며 쓰러진나를 애처롭게 내려다보던가로수 놀란 아이들얼씨구 어찌 통한의무지막지한 거사를감행했는가 어떤 연유에서그토록 소름 끼치는 증오를삭이지 못했는가 자네를 용서하겠네목숨은 문의 연결고리어차피 떠날 몸 미련은없어 다만 새로운나라 바로 세우지 못한 게천추의 한일 뿐 세상은내 몸에 열두 번이나지망지망 죽음의덫을 놓았지만 절씨구내 몸을 불사르게 한 것은종이 주인이 되고 여자가사람으로 대접받는참 세상의 꿈이었어 여보게 지근이 무엇이그토록 죽임이라는 살벌한불을 댕기게 했는가자네를 팔불출 지렁이로살게 한 굶주림과꽉 막힌 무지 때문인가 나의처절한 걸음은 그렇지자네 같은 흰옷들..

20 나의 시 08:59:21

서로박: (5) 보브롭스키의 '레빈의 방앗간'에 등장하는 다섯 개의 유령상에 관하여

(앞에서 이어집니다.) 9. 나오는 말 󰡔레빈의 방앗간󰡕에 나타난 유령의 상의 특성을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자. 이는 작품의 주제와 직결되는데, 다음의 세 가지 사항으로 요약될 수 있다.  1. (마지막을 제외한) 네 개의 유령의 상은 “인간의 기억 속에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단순한 보복 행위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누가 어떤 이유에서 잘못을 저질렀는가? 하는 법적 정당성 및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상황 등을 망각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당했다’는 심리적 피해 의식만이 앞설 뿐이다. 이렇듯 피해는 또 다른 보복을 낳는다. “첫 번째 상 - 피해, 두 번째 상 - 복수, 세 번째 상 - 피해, 네 번째 상 - 잔인한 보복”이라는 구도를 생각해 보라. 문제는 누구든 간..

45 동독문학 08:4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