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 여운형박설호 여보게 지근이 자네가 *혜화동에서 나를 향해총을 발사했을 때 마지막세상은 뒤집혀 보였지 드디어하늘이 내려앉고 땅이솟았지 피 흘리며 쓰러진나를 애처롭게 내려다보던가로수 놀란 아이들얼씨구 어찌 통한의무지막지한 거사를감행했는가 어떤 연유에서그토록 소름 끼치는 증오를삭이지 못했는가 자네를 용서하겠네목숨은 문의 연결고리어차피 떠날 몸 미련은없어 다만 새로운나라 바로 세우지 못한 게천추의 한일 뿐 세상은내 몸에 열두 번이나지망지망 죽음의덫을 놓았지만 절씨구내 몸을 불사르게 한 것은종이 주인이 되고 여자가사람으로 대접받는참 세상의 꿈이었어 여보게 지근이 무엇이그토록 죽임이라는 살벌한불을 댕기게 했는가자네를 팔불출 지렁이로살게 한 굶주림과꽉 막힌 무지 때문인가 나의처절한 걸음은 그렇지자네 같은 흰옷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