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19후독문헌 15

서로박: (2) 폰타네의 '에피 브리스트'

(앞에서 계속됩니다.) 우연히 에피는 크람파스라는 남자를 알게 됩니다. 크람파스는 케신 지역의 관리로서 여성을 다루는 솜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크람파스는 이른바 “바람꾼”이었는데, 결국 여주인공을 꼬드겨서 그미와 살을 섞게 됩니다. 문제는 여주인공이 크람파스에 대해 전혀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에피는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묘하게 크람파스와 얽히게 됩니다. 크람파스는 기회 있을 때마다, 두 사람의 밀회가 밝혀지면, 끔찍한 결과가 일을 것이라고 여주인공에게 협박 아닌 협박의 말을 던집니다. 에피는 비밀리에 남자를 만나서 통정하게 되는데, 나중에는 이러한 짓거리 자체를 몹시 싫어하게 됩니다. 어느 날 인슈테텐이 베를린으로 전근되었습니다. 에피는 이를 몹시 기뻐합니다. 더 이상..

42 19후독문헌 2024.06.02

서로박: (1) 폰타네의 '에피 브리스트'

친애하는 J, 오늘은 테오도르 폰타네 (Th. Fontane, 1819 - 1898)의 『에피 브리스트』에 관하여 언급할까 합니다. 작가는 1890년에 소설 집필을 착수하여, 1894년 그리고 1895년에 완성하였습니다. 작품은 80년대 프로이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여, 결혼의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1886년 프로이센 장교, 아르만트 폰 아르데네 (A. v. Ardenne)는 뒤셀도르프의 판사, 에밀 하르트비히와 백주 대낮에 결투를 벌였습니다. 왜냐하면 에밀은 자신의 아내, 엘리자베트 폰 플로토 (E. v. Polotho)와 비밀리에 정을 통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작가들은 이것을 소재로 소설을 집필한 바 있습니다. 가령 카를 로베르트 레싱 Carl R. Lessing은 "에피,..

42 19후독문헌 2024.06.02

서로박: (2) 하웁트만의 '선로지기 틸'

(앞에서 계속됩니다.) 2. 인물2.1. 틸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강인하지만, 내면은 매우 유약하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하여 심한 충격을 받고 있다. 아내가 죽은 뒤에 틸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두 번째 여자와 결혼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레네를 사랑하는 대신에 성적 관계만 맺고 있다. 나중에 틸은 남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가정의 삶에서 레네에게 종속된다. 그런데 실제 삶에서 주인공은 죽은 부인을 심리적으로 숭배하고 있다. 심지어는 제단까지 설치하여, 규칙적으로 죽은 부인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 나아가 주인공은 자신의 아들 토비아스와 어떤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아들만 쳐다보면, 그는 죽은 아내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아들이 계모에게 학대당하지만, 틸은 이를 그냥 지켜보..

42 19후독문헌 2024.05.27

서로박: (1) 하웁트만의 '선로지기 틸'

1. 내용선로지기 틸은 매우 경건하고 양심적인 남자이다. 그는 빈틈없이 자신의 일을 처리한다. 사랑하는 아내 미나가 사망한 1년 후에 틸은 이성적인 이유에서 레네라는 이름을 지닌 하녀 출신의 처녀와 두 번째로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난다. 이로 인하여 레네는 첫 번째 아이인 토비아스를 등한시한다. 주인공 틸은 죽은 아내를 몹시 그리워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번째 부인에게 의존한다. 왜냐하면 두 번째 아내인 레네가 집안의 새로운 여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모는 전처의 자식, 토비아스를 몹시 학대한다. 틸은 이 사실을 접하지만, 이를 모른 척 한다. 대신에 시간만 나면, 아들 토비아스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를 돌본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공의 마음이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틸..

42 19후독문헌 2024.05.27

서로박: 헵벨의 '아그네스 베르나우어'

독일 고전주의와 리얼리즘 사이의 시기의 거장, 프리드리히 헵벨 (Friedrich Hebbel, 1813 - 1863)의 5막극 「아그네스 베르나우어」는 1852년에 발표된 비극작품이다. 이 작품은 1852년 3월 25일에 뮌헨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작품 「마리아 막달레네」를 제외한다면, 헵벨의 모든 극작품들은 전해 내려오는 (역사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아그네스 베르나우어는 절색의 미모를 갖춘 처녀로서, 아욱스부르크 출신의 평민의 딸이다. 그미는 알브레히트 3세, 바이에른의 에른스트 공작의 아들과 결혼한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그미가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혼을 반대한다. 결국 아그네스는 1345년 마녀로 몰려 도나우 강에서 익사한다.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민중가요 그리고 살육의 노래 등..

42 19후독문헌 2022.11.11

서로박: 슈니츨러의 사랑의 장난

아르투르 슈니츨러 (A. Schnitzler, 1862 - 1931)의 극작품 「사랑의 장난 (Liebelei)」은 3막 희극으로서 1895년 10월 9일에 부르크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극작가는 바로 이 작품을 통하여 처음으로 무대 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흔히 슈니츨러는 “영혼의 해부학자, 도덕의 서술자, 사회 비판가 그리고 광신적인 진리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사랑의 장난」을 통하여 그는 빈 (Wien)의 정감 넘치는 민속극의 분위기를 사회 심리극으로 전환시킨다. 극의 저변에 도사린 풍자적 요소는 극중 진행 과정에 드러나는 모호한 비극을 은밀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테오도어 그리고 프리츠는 빈 대학의 학생들이다. 두 남자는 멋진 외모를 지닌 부유한 가정의 출신이다. 두 사람은 여자 친..

42 19후독문헌 2021.06.12

서로박: 슈티프터의 늦은 여름 (2)

아스퍼호프에 머무는 동안 하인리히는 마틸데 타로나 부인 그리고 그미의 딸, 나탈리를 알게 됩니다. 그들의 대화는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역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마틸데는 가끔 주인공을 식사에 초대합니다. 마틸데의 영지는 남작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마틸데는 라이자흐 남작과 함께 이곳 교회 증축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땅을 개간하는 등 소도시의 발전을 위하여 공동으로 많은 일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마틸데의 영주의 정원 앞에는 멋진 분수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분수 한 가운데에는 하나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요정이 반라의 차림으로 또 다른 요정과 함께 두 명의 남자와 격렬하게 포옹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사랑을 암시해주는 개체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인리..

42 19후독문헌 2021.01.19

서로박:슈티프터의 늦은 여름 (1)

친애하는 S,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1805 - 1868)는 고전적이고 소박한 미덕을 중시한 오스트리아 작가입니다. 그의 장편 소설 "늦은 여름 Der Nachsommer"은 도합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857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미 40년대 말에 슈티프터는 “나이든 가정교사”라는 제목의 소설을 집필한 바 있는데, 이는 세 편의 미완성 작품으로 오늘날 남아 있습니다. 1852년 “새의 친구”라는 제목으로 고유한 작품 집필을 시도하였습니다. 1853년 6월 9일 헤켄나스트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슈티프터는 자신의 작품을 “늦은 여름”이라고 명명하고 싶으며, 이미 거의 완성 단계에 돌입했다고 기술하였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은 자꾸 미루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슈티프터는 병행하여 집필하던 보헤미아의 ..

42 19후독문헌 2021.01.18

서로박: (2) 마이어의 '여자재판관'

(앞에서 계속 됩니다.) 작품에서 우리를 설레게 만드는 사항은 일견 근친상간과 관계되는 내용입니다. 성에 도착했을 때, 불프린은 자신의 배다른 여동생, 팔마 노벨라를 처음으로 바라봅니다. 팔마는 이제 17세의 처녀로 성장해 있었고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팔마 역시 배다른 오빠를 도에 넘치도록 좋아합니다. 멀리서 찾아온 오빠의 모습은 너무나 늠름했고, 자신이 오래 꿈꾸던 이상형의 남자와 같았던 것입니다. 어느 날 불프린은 그미를 데리고 근처 도시에서 개최되는 학자들과의 모임에 참석합니다. 처음에는 여동생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시키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추호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다른 친구에게 여동생을 소개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팔마를 깊이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불프린은..

42 19후독문헌 2018.12.08

서로박: (1) 마이어의 '여자재판관'

스위스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콘라트 페르디난트 마이어 (Conrad Ferdinand Meyer, 1825 - 1898)는 문학사에 남을 정도로 훌륭한 시와 소설을 남겼습니다만, 그의 문학은 유독 남한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마이어는 인간 내면에 은밀히 감추어져 있는 상흔을 즐겨 다루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지금까지 계급 갈등이나 사회적 문제를 중시하였고, 심리적 질병을 야기하는 이러한 상흔 내지 병적 인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 등을 소홀히 다루었는지 모릅니다. 마이어는 주어진 스위스라는 폐쇄적 사회의 협소한 분위기에 몹시 갑갑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를 자주 작품 속에 다루었습니다. 마이어는 이른바 이탈리아 르네상스라는 가상적 세계를 동경하여, 그곳으로 도피했습니다. 왜냐하..

42 19후독문헌 201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