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55

서로박: (3)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앞에서 이어집니다.) 10. 고대 그리스인들의 성: 마지막으로 『성의 역사』 제 4권에 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철학자는 초기 기독교의 성의 윤리를 중점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적 갈망에 대한 해석과 관련되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17세기 이래로 성은 수많은 발언을 낳게 하였으며, 지식의 물신 숭배적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1984년에 푸코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성 문제를 논의할 때 개개인에게 유효한 어떤 방법론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과연 쾌락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하고 묻습니다. 뒤이어 푸코는 고대 사회로 자신의 시각을 돌리고 있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 향유를 즐겼습니다. 그들의 육체와 사랑에 관한 자극을..

33 현대불문헌 2024.12.15

서로박: (2)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권력의 차원에서 이해되는 성: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성을 활용할 수 있는 권력의 전략을 세워나가는데,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서서히 실제 현실에서 관철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의 접점으로서 가족이라는 체제를 고찰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체제를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의 성을 억압하거나, 그들의 성을 향유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가부장주의의 기본적 토대가 은밀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이라는 체제는 18세기 중엽부터 새로운 권력 유형을 도입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생물학은 그 자체 성을 조절할 수 있는 권력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를테면 생물학적 권력은 현대에 이르러 인구 조절이라든가 육체와 관련되는 제반 정책을 ..

33 현대불문헌 2024.12.15

서로박: (1)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윤리는 하나의 검투장이다,” (푸코) 1. 『성의 역사 』 제 4권이 간행되다.: 1918년 초에 드디어 놀라운 책이 간행되었습니다. 그것은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 제 4권,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을 가리킵니다. 이 책은 푸코가 1984년 58세로 사망한 지 34년 만에 처음으로 파리에서 간행된 책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를 살펴보는 것은 뜻 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성의 역사』는 세 권의 분량으로 거의 6년의 간격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제 1권 『앎을 위한 의지La volonté de savoir』는 1976년에, 제 2권 『쾌락의 활용L'usage des plaisirs..

33 현대불문헌 2024.12.15

서로박: (2) 이미지는 서구문명의 아편인가?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 구슬'

(앞에서 계속됩니다.) 6. 마르세유에 도착하는 순간 이드리스는 수많은 광고 사진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북아프리카 지역의 여행을 부추기는 광고였습니다. 말하자면 제 3 세계는 프랑스인들에게 착취하는 식민지, 관광 여행의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사진의 도시 파리에서 이드리스는 순식간에 여러 직업을 전전합니다. 숙식을 위해서는 생활비가 필요했습니다. 아실 마즈Achille Mage라는 이름의 감독은 그를 삼류 영화의 엑스트라로 고용하는데, 주인공은 야자수 숲이라는 음료수의 광고 모델로 활약합니다.  에치엥 밀랑Étienne Milan이라는 이름의 사진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파리의 “굿 도어Goutte d’Or” 구역에 거주하는데, 흑인 청년을 싸구려 광고를 위한 모..

33 현대불문헌 2024.05.22

서로박: (1) 이미지는 서구 문명의 아편인가?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 구슬'

1. 친애하는 J, 서구 문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이미지, 즉 시각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서구의 사회는 눈에 비치는 세계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시각적 요소론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질은 인간의 눈에 투영된 형상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가시적으로 투영된 대상은 오로지 객체 내지는 표피적 대상으로 인지될 뿐입니다. 서구 문명사회는 “오성ratio”을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다른 인지 기능인 청각, 후각 그리고 촉각을 도외시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물질은 가시적 대상이라는 피상적인 이미지만 두뇌에 입력되었을 뿐입니다.  눈(眼)은 윤노빈 교수에 의하면 모든 사물을 분할하고 절개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는 인간의 눈은 모든 것을 나누고 분해한다는 점..

33 현대불문헌 2024.05.22

서로박: (3) 미셸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소설의 구조적 특징: 소설의 관점의 측면에서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즉 작품의 첫 부분에서는 주로 일기 형식의 서술로 등장인물의 다양한 관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서술은 정태적 사진처럼 평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관점은 소설의 중간 부분부터 서서히 폴. 한 사람의 관점으로 좁혀집니다. 사건의 흐름 역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의 진행이 정태적 상황의 서술로부터 역동적 사건의 서술로 변한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소설의 두 가지 사건, 다시 말해서 알렉상드르의 이야기 그리고 장과 폴의 이야기는 상호 보완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주제를 고려할 때 서로 상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앞에서 언급했..

33 현대불문헌 2024.03.27

서로박: (2) 미셸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장과 폴 사이에 나타난 갈등: 뒤이어 장과 폴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장과 폴은 서로 갈등을 빚게 되는데, 이는 장의 태도에 기인합니다. 어느 날 장은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과 하룻밤 정사를 치른 다음에, 그것도 모자라 파리에서 소피라는 젊은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이때 장은 그미와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대놓고 선언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폴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만듭니다. 장이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폴과의 관계를 근절하려는 데 비해, 폴은 장과의 애틋한 사랑의 관계를 시종일관 고수하려고 합니다. 어느 날 장은 혼자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폴은 이 사실을 나중에 알아차리고 그의 뒤를 추적합니다. 사실인즉 폴은 장에 대한 사랑의 감정 외..

33 현대불문헌 2024.03.27

서로박: (1) 미셸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

1. 대립하는 문학적 공간: 미셸 투르니에의 장편 소설 『쌍둥이 행성Les Météores』(1975)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비교적 방대한 이 작품은 한국어 문헌으로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이전에 발표된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된 두 개의 대립적 현실을 다시 소환해내고 있습니다. 첫째로『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Vendredi ou les Limbes du Pacifique』 (1967)에는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방드르디 (금요일이라는 가상적인 인물)가 등장합니다. 이로써 작가는 문명과 야생의 차이점, 한계 그리고 어떤 대안으로서의 태양 축제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마왕Le roi des Aulnes』 (1970)은 작품 배경으로서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두 개의 대립하는 가..

33 현대불문헌 2024.03.27

서로박: 바타이유의 에로티즘

친애하는 X, 오늘은 조르주 바타이유 (Georges Bataille, 1897 - 1962)의 철학 논문 『에로티즘 (L’Érotisme)』에 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이 작품은 1957년에 간행되었습니다. 바타이유는 40년대에서 50년대에 걸쳐 『태양의 항문 L’anus solaire』(1926),『C. 수도원장』 (1950),『하늘의 푸름 (Le Bleu du ciel)』 (1957) 등과 같은 일련의 에로틱 소설을 집필하여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상기한 작품이 포르노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개진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예술론을 정립시키기 위해서 바타이유는 본서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제 1장 “금기와 금기의 일탈”에서 바타이유는 에로틱에 관한 자신의 고유한 이론을 발전시키..

33 현대불문헌 2023.10.21

서로박: (2) 미셸 투르니에의 '마왕'

(앞에서 이어집니다.) 작품에는 괴테의 이야기시 「마왕Der Erlkönig」 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야기 시, 즉 “담시Ballade”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미몽에서 깨어나니, 품 안에 있던 아이가 마왕에 의해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사실 괴테의 마왕은 여러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첫째로 마왕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연의 힘을 상징합니다. 둘째로 마왕은 하늘로 상징되는 신적 존재와는 반대되는 "지구 내부의 영혼 âme chtonienne” 내지는 자연의 마력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가령 괴테는 『파우스트』제 1권에서 “지령 Erdgeist”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셋째로 마왕은 성폭력을 당한 사람의 꿈에서 나타나는 가해자로 이해될 수 있습니..

33 현대불문헌 202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