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98

(단상. 551) 중요한 것은 인내하면서 노력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통쾌한 것은 막판의 승리일 것이다. 처음에는 항상 꼴찌였던 코흘리개 아이가 나중에 가장 멋지게 골인 지점에 도달할 때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거쳐온 과정을 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인내하면서 노력하는 과정이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 - 한 마리 백조 새끼는 불행하게도 오리 무리에서 눈치 보면서 자란다. 언제나 왕따 당하다가, 나중에 장성하여 찬란한 흰 날개를 퍼덕이고 하늘을 난다.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거쳐온 과정을 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인내하면서 노력하는 과정이다.  올드 셰터핸드 - 그는 카를 마이의 소설에 등장하는 백인이다. 키 작고 손재주 없어서 언제나 놀림을 받던 사내. 나중에 그는 훌륭한 총잡이가 되어, 주위의 모든 악당들..

3 내 단상 2025.02.27

(단상. 550) 자식을 강하게 키워야 하는 이유

인간의 심리는 늙지 않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몸만이 늙어갈 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두뇌의 3분의 1만 사용하고 죽는다, 심리는 그대로이고, 몸은 늙어가며, 두뇌는 무한정 개발이 가능하다, 우수하고 현명한 인재들이 늙어서 죽고, 새로 태어난 아이는 모든 지식과 삶의 방식을 처음부터 습득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이야 말로 인류의 역사가 발전을 거듭하지 않는, 혹은 너무 느리게 발전하는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갓 태어난 자식은 예쁘고 귀엽다. 곁을 스쳐 지나가는 젊은 아가씨는 너무 호듯해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한다. 그들의 외모가 사랑스럽고 앙증맞을 뿐이지, 심리가 그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가령 남자들은 살결이 부드러운 아가씨의 마음 역시 말..

3 내 단상 2025.02.17

(단상. 547) 불가능한 사랑과 아웃사이더

“사랑의 강도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측정된다.” (드 브륀) 행복한 사랑의 이야기는 즐겁지만, 지루한 반면에, 불가능한 사랑의 비극에 우리가 감동을 받는 이유는 불가능한 사랑에서 사랑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실현되지 않고 외부적으로 방해받게 되면, 호모 아만스의 욕망은 소극적으로는 히스테리의 기이한 변덕으로 출현한다. 그것은 때로는 교태와 같은 가식적 행위, 질투심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 등과 같은 정서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만일 사랑의 욕망이 주어진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차단되거나 거부당하게 되면, 호모 아만스는 절망에 빠지면서 자신의 존재가 주어진 현실에서 어느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듯 아웃사이더는 특정한 사회가 탄생시키는 ..

3 내 단상 2025.02.11

(단상. 546) 멧돼지 감금을 방해하는 노인네들

"갈등 (葛藤)은 이로움과 의로움 사이의 연리목( 連理木 )이다." (匹子)"장자는 우연히 밤나무 숲에서 까치가 사마귀 한 마리를 노려보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 순간 사마귀는 매미 한 마리를 노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 곤충은 자신의 일에 혈안이 되어 스스로 어떠한 위험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일방적 관심사에 침잠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이때 외침 소리가 들렸다. “저 도둑놈 잡아라.” 장자는 밤을 훔치려는 도둑으로 몰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 후 이 일로 삼개월간 두문불출하였다." (莊子)"군자는 의로움을 추구하고, 소인은 이로움을 추구한다." (孔子) ....................  1. 팩트를 무시하고 견해만 내세운다. 우리는 크고 ..

3 내 단상 2025.02.10

(단상. 544) 가족 치료

좁은 공간은 언제나 심리적 압박감을 가져다준다. 폐소공포증 내지는 고소공포증은 자유인에게 자유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형벌인지 모를 일이다. 설령 넓은 집이라 하더라도 가족들은 언제나 서로 갈등을 겪게 마련이다. 가정은 개개인에게 제공되는 마치 고향과 같은 안식처이어야 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심리적 쓰레기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족 구성원들은 외부에서 수용한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가정 내에서 해소하려 하며, 내부적으로 서로의 생활패턴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의 심리를 압박하던 사항을 토로하며, 부모, 혹은 형제자매로부터 위안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청취하는 당사자는 함께 고민하는 동안에 동일한 크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3 내 단상 2025.02.05

(단상. 542) 자크 라캉 읽기

자크 라캉의 주저 에크리 Écrits는 오늘날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불문학 동료들의 이야기를 참조하자면, 참으로 난해하여서, 상당한 심리학적 소양을 지니지 않으면 근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독일에서 읽었던 독일어판 라캉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독파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어의 구조가 분석적이고, 어떠한 생략도 용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한다.현재 한국에서 라캉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국어 전공자들의 업적물만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라캉을 파고들려면 불어보다도 독일어를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3 내 단상 2025.01.22

(단상. 541) 자아 정체성과 결혼 이데올로기

호모 아만스 가운데에는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소설『뿌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도 얼마든지 사랑하고 임을 만나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인간 동물이 살아가는 데 출발점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자신을 알아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잘 알고 세계를 이해할 게 아닌가?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알지 못하도록 잔인한 장애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분과의 결혼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힘든 개인적 정황과 사회적 여건 등을 생각해 보라. 가난과 폭정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

3 내 단상 2025.01.21

(단상. 540) 성(Sex), 결혼, 계층

수컷의 사랑이 순간적 격정으로 타오르는 불꽃 (火性)이라면, 암컷의 사랑은 “잉여 주이상스”로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물 (水性)과 유사하다. 그런데 사랑에 결혼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재독인사 어수갑씨는 언젠가 “유럽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반도는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유를 부부의 삶과 싱글의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 호모 아만스는 결혼으로 인하여 때로는 어느 정도의 부자유를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혼인이라는 열쇠는 드물지만, 때로는 자신을 신방에 갇히게 하기 때문이다. 싱글의 삶이 불편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면, 부부의 삶은 편안한 부자유를 느끼게 할까? 자연에서 날아다니는 암컷과 수컷은 콩 한 알도 나누어먹으며 정조를 지키지만, 거대한 새장 속의 새들..

3 내 단상 2025.01.19

(단상. 539) 가상과 본질로서의 사랑

대부분의 연정은 무엇보다도 특정 이성에 관한 기이한 신비로움의 정서에서 싹트곤 한다. 물론 임과 살을 섞은 다음에 뒤늦게 마음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은근히 솟아오르는 경우도 드물게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연정은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기 전에 싹튼다. 마치 꽃봉오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품는 꼬마아이처럼 호모 아만스는 비밀스러운 이성을 몹시 궁금해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상대방의 외모, 표정, 동작과 옷맵시를 접하거나 말투만으로도 가슴속에서 순간적으로 용솟음쳐 올라오지 않는가? 자고로 에로스의 화살은 사랑하는 대상을 차지하기 전에 더욱 힘차게 과녁을 향해 나아가는 법이니까. 이처럼 사랑의 밀물은 사랑의 썰물보다 더 힘찬 설렘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분명히 말하건대 연정에 이끌..

3 내 단상 2025.01.11

(단상. 538) 콤플렉스, 혹은 타부

세상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다. 호모 아만스의 사랑의 실천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사회적 필연성으로 주어진 의무감 등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상황 – 이는 대체로 도파민 분비의 여러 가지 효과를 저하시켜서, 때로는 우리를 깊은 우울증에 침잠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임을 와락 끌어안고 싶은데, 힐끗 쳐다보는 주위의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다가, 사랑 고백의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이다.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재의 삶을 망치는 호모 아만스들도 더러 있다. 그만큼 금지된 사랑, 불가능한 사랑은 우리의 가슴을 ..

3 내 단상 202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