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51

서로박: (5) 프로이트의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 살해'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도박과 자살 충동: 다음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중편 소설 「한 여인의 24시간」입니다. 나이든 품위 있는 여인이 작가, 츠바이크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그미는 과부로서 두 아들을 출가시키고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42세 되던 해에 모나코의 어느 카지노 앞에서 그미는 재산을 탕진한 젊은이를 만납니다. 젊은이는 깊은 절망감으로 저녁 무렵에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 같았습니다. 여인은 어떻게 해서든 그의 자살을 막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는 나이 든 여인과 호텔방에 투속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나이든 여인은 마치 아들 같은 젊은이와 격렬한 사랑을 나눈 뒤, 그에게서 절대로 도박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아냅니다.  하루가 지나자, 여인은 마음속 깊이 청년에 대한 연모의 ..

31 동구러문헌 2025.03.07

서로박: (4) 프로이트의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 살해'

(앞에서 계속됩니다.) 19. 아버지의 죽음과 간질: 의사였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아버지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버지 앞에서는 항상 유약하고 힘없는 아이에 불과했습니다. 미하일 안드로비치는 1837년에 농장에서 심장이 멎어서 사망했습니다. 이웃은 그가 식솔들에 의해서 살해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나중에 남동생 안드레이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얻어맞아서 죽었다고 토로하였습니다. 어쨌든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깊은 죄의식과 후회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는데, 이는 프로이트에 의하면 추후에 간질의 증세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프로이트의 견해일 뿐, 사실로 판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타나는 아버지 살해..

31 동구러문헌 2025.03.06

서로박: (3) 프로이트의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 살해'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스타레크 초시마의 자세,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사랑: 그런데 스타레크 초시마의 사고는 상기한 이반이 다룬 예수 그리스도와 종교재판관에 관한 전설의 내용과 전적으로 대립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표도르의 대척자, 스타레크 초시마의 발언에서 자세히 개진되고 있습니다. 초시마는 매우 경건한 인물로서 영성 생활에 의한 도취의 체험을 다음과 같이 알립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 영혼의 불멸성이며, 나아가 세계를 다스리는 신적 존재에 관한 체험입니다. 초시마에 의하면 존재는 하나의 일원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자는 모든 자에게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초시마는 다음의 사항을 실천하기를 사람들에게 권고합니다. 즉 “남을 위해 노동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과업”이 바로 그 권고사항입니..

31 동구러문헌 2025.03.06

서로박: (2) 프로이트의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 살해'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형제들의 제각기 다른 특성: 작품은 어떤 이념을 담고 있는 장편 소설입니다. 게다가 카라마조프 가족에 관한 비극적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극한적 상황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작품에는 아버지로서의 인간이 두 명 등장합니다. 표도르 카라마조프 그리고 스타레크 초시마가 바로 두 인물입니다. 표도르가 생물학적인 아버지로서, 출산과 죽음의 양극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스타레크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아버지로서 희생과 부활의 양극적 특성을 드러냅니다. 스타레크 초시마는 나중에 언급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무신론 사상을 개진하는 데 중요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표도르의 세 아들은 제각기 인간의 세 가지 다른 본성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드미트리의 삶은 열정의..

31 동구러문헌 2025.03.05

서로박: (1) 프로이트의 "도스토옙스키와 아버지 살해"

“도스토예프스키는 근본적으로 신경증 환자였다.” (프로이트)“무언가를 훔치려고 하는 자의 마음은 자위하는 자의 마음과 유사하다.” (프로이트)“도스토예프스키에게 중요했던 인물은 살해당한 아버지가 아니라, 경건한 신앙인 어머니였다.” (크리스테바)  1. 갈등으로 가득 찬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이 장에서는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그의 문학 속의 심리적 사항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를 최고의 작가로 꼽으며,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대해 자신의 정신분석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원래 그의 논문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는 다음과 같은 계기로 집필되었습니다. 어느 독일의 출판업자는 1..

31 동구러문헌 2025.03.05

서로박: (2)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죽음과 죽임, 극단적 자기 파괴성 어느 날 표도르 베르초벤스키는 샤토프라는 이름의 대학생을 교묘한 방법으로 암살합니다. 나중에 그는 암살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즉 샤토프가 자신을 당국에 밀고하겠다고 위협하며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발언은 다만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인즉 그는 동지들에게 반정부주의의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무지렁이 한 사람을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한 인간의 바보스러운 행동의 배후에는 이런 식의 교활한 간계가 숨어 있었습니다.  표도르 베르초벤스키는 자신의 이념을 열광적으로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파괴적 이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당시에는 시갈레프라는 독재자가 무지막지한 폭정을 휘두르고 있..

31 동구러문헌 2025.01.02

서로박: (1)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의 줄거리와 주제를 소개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 방대한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입니다. .............   1. 사형 직전에 다시 살아간 생명: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의 삶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것이었습니다. 1847년에 그는 27세의 문학청년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페트라예프스키의 금요일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페트라예프스키는 도스토옙스키의 동년배였는데, 진보적 사고, 특히 아나키즘에 지대한 관심을 지닌 지식인이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벨린스키 등에 관한 글을 낭독하기도 합니다. 1년 후에 러시이 전역에도 1848년 유럽 혁명의 여파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러시아 왕국은..

31 동구러문헌 2025.01.02

서로박: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첫사랑의 경험은 사람에 따라서 의외로 썰렁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지요. 어쩌면 우리 같은 현대인들은 첫사랑을 찬란한 것으로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서 맨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며, 사랑의 대상이 수없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자의 설렘은 사랑의 강도를 차치하고라도 언제나 하나의 설렘으로 남습니다.  첫사랑이 아름답다면,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은 아름답지 않단 말인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를테면 마지막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죽음으로 인하여 영원히 이별..

31 동구러문헌 2024.11.28

서로박: (2) 안드레예프의 '7인의 사형수'

(앞에서 이어집니다.) 6. 심리적 파멸을 체험하는 시가노크 그리고 바샤: 바샤는 자신이 체포되기 전의 과정을 하나씩 기억해냅니다. 그는 테러리스트 가운데에서 폭탄 투척의 임무를 자발적으로 맡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고, 냉혹하게 전개되는 사건의 메커니즘을 떠올리니,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자신의 목이 교수대의 올가미에 씌여 끊어질 것을 떠올리니, 순식간에 기절할 것 같습니다. 처형되기 직전에 바샤는 가족과 대면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때 바샤는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만 붙잡고 있습니다. 이들의 언어는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가식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혁명 투사 그리고 어머니 사이에는 차가운 거리감만이 뎅그렁 남아 있을 ..

31 동구러문헌 2024.11.18

서로박: (1) 안드레예프의 '7인의 사형수'

1. 고통은 순간적이다. 그러나 심리적 상흔은 끔찍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군 복무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하사는 나의 어설픈 태도를 질타하면서, 일갈했습니다. “이 자식, 오늘 저녁 점호 시간에 줄초상 날 줄 알아.” 일순간 어제의 끔찍한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동료가 하사가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맞아서 피 흘린 사건이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당하면 어떻게 하지? 점호를 기다리는 시간 내내 끔찍한 두려움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인간의 심리가 이런 식으로 두려움으로 고통당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점호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하사가 나에게 가하는 구타의 순간은 기이하게도 순간적으로 지나쳤습니다. 아 육체적 통증은 이런 식으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구나. 폭력의 고통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

31 동구러문헌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