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치 24

박설호: (1) 한스 마이어와 에른스트 피셔

- “이제 블로흐의 예로써 다음과 같이 주장할 때가 되었다. 철학은 고통을 당하는 인간의 불만에서 시작된다고. 이는 오래 전부터 그리고 모든 민족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던가?” (한스 마이어)“기술 혁명의 세계에 판타지의 축소화 과정이 진척되고 있다. 판타지는 실재하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자 가능한 무엇을 선취하게 하는 능력인데도.” (에른스트 피셔) -  1.20세기의 세계를 장악해 온 사상적 예술적 조류는 주지하다시피 정신 분석학, 형식주의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정신 분석학은 20세기 초부터 학문 영역을 넘어서 제반 학문의 기본적 토대로 수용되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정신 분석 학자들 가운데에서도 프로이트 좌파와 프로이트 우파로 나누어질 정도로 번성기를 맞이하기도..

25 문학 이론 2025.04.05

박설호: (2) 브레히트 이후 독일 최대의 경악의 기록자, 하이너 뮐러

(앞에서 계속됩니다.) 3.친애하는 K씨, 뮐러의 문학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도 작가가 살았던 현실 및 그곳의 문화 풍토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서방 세계에서의 뮐러 문학에 대한 해석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혹자는 과격할 정도로 파괴적인 실험적 특성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문예 이론에 대한 일종의 배반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혹자는 뮐러의 문학을 계몽에 대한 거대한 비판적 담론으로 받아들여,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속으로 편입시켰습니다. 또한 혹자는 문학 작품에 겉으로 드러난 작중 인물들의 비극적 최후 내지는 죽음을 중시하며, 뮐러 문학에서 ‘역사적 패배주의’라는 문제점들을 발견하려고 하였습니다. 나는 이러한 해석의 다양성 자체를 힐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45 동독문학 2025.03.29

서로박: (2)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

(앞에서 계속됩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실제로 고통당하는 계급인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의 행위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당통은 인간 삶을 즐기고, 향락을 추구한다. 이에 반해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생 쥐르는 급진적으로 미덕을 수호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들 두 그룹 사이에 굶주리는 인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뷔히너는 편집자 구츠코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다. “혁명이 성공을 거두려면, 배운 계급 뿐 아니라, 배우지 못한 가난한 계급 역시 혁명의 자양을 뜯어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말해 프랑스 혁명은 이 점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혁명은 사회 현실의 궁극적 변화를 이끌지 않고,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있다. 물론..

41 19전독문헌 2023.05.05

서로박: (1)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

「당통의 죽음」은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의 4막으로 이루어진 극작품 (1835년 발표)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1902년에 베를린에서 초연되었다. 기센의 의학생이었던 뷔히너는 1834년 초에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공부하였다. 그는 특히 자유주의적 프랑스 역사가인 L. A. 티르스 (Thiers)의 "프랑스 혁명의 역사 (Histoire de la Révolution Françqise)?"를 읽었다. 티르스는 앙시엥 레짐의 몰락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까지의 투쟁을 “관료주의와 시민 사이의 싸움”으로 평하고 있다. 티르스는 F. A. M. 미네 (Minet)와 함께 역사 서술의 숙명론을 주창한 바 있다. 1834년 10월부터 1835년 1월 사이에 다름슈타트 대공작 도서..

41 19전독문헌 2023.05.04

서로박: (2)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

(앞에서 계속됩니다.) 백군의 패잔병들은 콘스탄티노플로 망명하기 위하여 노보로시스크에서 배를 탑니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망명을 거부하고 볼셰비키들을 맞이합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입장을 바꾸어 적군에 합류합니다. 적군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씻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레고리는 부조니의 기마부대와 함께 폴란드 전투에 참가합니다. (친애하는 A, 적군에 속하는 부조니의 기마부대의 학살극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삭 바벨이 묘사한 바 있지만 부조니는 눈앞의 적인 백군을 퇴치하지 않고, 아군 가운데 유대인들을 골라 학살극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렇듯 전쟁의 와중에는 정치적 입장에 관한 물음이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관계, 민족 차이, 경제적 이득 등에 관한 사항이 더 중요한 것처럼..

31 동구러문헌 2023.04.30

서로박: (1)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

망중한이면 나는 으레 비에니아프스키 Wieniawski의 「스케르초 타란텔라 Scherzo Tarantella」를 듣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가 가장 멋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으면, 어째서 광대무변한 우크라이나가 생각나는 것일까요? 물론 나는 그곳으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감상하곤 하였습니다. 돈 강은 우크라이나의 젖줄로서 풀과 밀이 자라는 곡창 지대 사이로 1870 킬로미터를 유유히 지나치면서, 여행객들에게 하나의 장관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돈 강은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남쪽 지역을 지나치다가 흑해로 흘러갑니다. 카자흐 인민들은 돈 강의 강물을 “조상들의 눈물”이라고 믿었습니다. 기마 민족인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타 민족들과 전쟁을 ..

31 동구러문헌 2023.04.30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2)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2) 어느 날 아를레크는 에스파냐 출신의 이사벨이라는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낯선 땅의 낯선 여자는 마치 집시처럼 우울한 표정을 짓지만, 가볍고도 강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0쪽) 이사벨은 순간적으로 주인공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핍니다. 그미의 용모, 말씨 그리고 행동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잃어버린 유년의 흔적을 자극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에스파냐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상대방의 몸을 탐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아를레크의 눈에는 이사벨이 처음부터 이상적인 처녀로 비칩니다. 에스파냐 그리고 에스파냐의 언어는 주인공에게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주인공은 이사벨에게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소설의 이론"은 루카치가 “거대 서사 (장편 소설)”의 형식에 관한 역사 철학적 시도이다. 이 작품은 1916년 "미학과 일반 예술학을 위한 잡지"에 간행되었다. 루카치의 이 문헌은 에세이와 비평의 시기 -헝가리어로 집필된 "영혼과 형식" 1910, 장르 미학적 출발점이 되는 (독일어로 집필된) "비극의 형이상학" 1911-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동시에 루카치의 상기한 문헌은 나중의 “거대 미학”을 정립하기 위한 중간 단계인 셈이다. 소설의 이론에서 루카치는 해석학적으로 다양하게 축적된 변형 과정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변형 과정은 신낭만주의의 사고 구조 (슐레겔, 노발리스)로부터, 헤겔의 단계적 변증법, 키르케고르의 시기(時期)적 변증법, 솔거 (Solger)의 아이러니 구상 등을 거쳐..

25 문학 이론 2023.03.03

박설호: (2)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앞에서 계속됩니다.) 루카치는 이로써 마르크스의 소외의 개념을 다시금 새롭게 규명하였다. [루카치가 글을 쓸 무렵 맑스의 「경제 철학 수고」 (1844)는 아직 세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자본" 제 1권에서 설계된 바 있는, 상품의 물신 숭배적 경향을 확장시켰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방대한 저작에서 가치 형성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품의 물신숭배주의를 거론했는데, 루카치는 사회적 행위의 전체적 영역으로 관련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막스 베버 (M. Weber)의 합리성의 테제가 루카치에 의해서 보완되었다. 실제로 베버는 현대적 특성을 사회관계를 더욱 명확히 계산하려는 욕망 속에서 고찰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루카치가 이렇게 개괄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마르크스의 분석을 어느 정도 왜곡시킬 수밖에..

23 철학 이론 2023.02.13

박설호: (1)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헝가리 출신의 대표적 문예 이론가, 게오르크 루카치 (1885 - 1971)의 "역사와 계급의식. 마르크스 변증법에 관한 연구 (Geschichte und Klassenbewußtsein)"은 논문 모음집으로서 1919년 3월에서 1922년 9월 사이에 집필되었다. 1918년 말에 루카치는 헝가리 공산당에 가입하였고, 헝가리 혁명 공화국에서 교육 담당 인민 대표위원 직책을 맡게 되었다. 1919년 혁명 공화국이 순식간에 몰락하자, 루카치는 빈으로 도주하였다. 이곳에서 루카치는 이 책에 해당하는 많은 부분을 집필하였으며, 부분적으로 1920년에서 1921년 사이에 잡지 "공산주의"에 싣게 하였다. 루카치는 1922년에 간행된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거론한다. 그는 “저자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의 ..

23 철학 이론 2023.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