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 22

서로박: (1) 하인제의 아르딩겔로

1. 하인제의 아름다운 소설: 오늘은 횔덜린의 친구 가운데 한 사람인 작가 요한 야콥 빌헬름 하인제 (1746 - 1803)의 소설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하인제는 횔덜린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가정교사 그리고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오늘 다루려는 소설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르딩겔로 그리고 축복 가득한 섬들. 16세기에서 비롯한 이탈리아의 이야기 Ardinghello und die glückseeligen Inseln. Eine Italiänische Geschichte aus dem sechzehnten Jahrhundert』 (1787). 이 작품은 1785년 작가의 이탈리아 체류 후에 집필되었는데 1787년 발표되었습니다. 초고는 이전에 이미 세 차례에 걸쳐..

40 근대독문헌 2023.03.03

서로박: 푸코의 "광기와 비-이성"

1. 일단 푸코의 문헌에 관해서 가급적이면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일단 요약해보기로 한다. 미셸 푸코 (M. Foucault, 1926 - 1984)의 "광기와 비이성 (Folie et déraison)"은 1961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푸코는 초기 저작물인 본서에서 프랑스를 예로 들면서, 이른바 한계 경험에 관한 어떤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레비스트로스와 관련하여 그는 특정한 사회가 다른 특정한 사회와 어떻게 다르며, 이러한 다른 점이 어떻게 하나의 고유한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차단 메커니즘을 규정짓는 시스템 가운데에서 푸코는 “정상적”인 것과 “병적”인 것이라는 대립을 집중적으로 고찰한다. 푸코의 문화사적 서술에서 “광기”는 하나의 일원적 연구 대상으로서 ..

23 철학 이론 2023.02.18

실러와 그의 시대

수많은 돌들 Viele Steine 피곤한 다리 Müde Beine 전망은 없고 Aussicht keine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824) 인용시구는 마치 오늘날 삼포세대의 젊은이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중엽에 하인리히 하이네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자신의 삶이 하나의 등반이라는 것입니다. 참담한 시대에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높은 산을 오르는 고행과 같았습니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분이라면 이 구절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가난과 고독을 자청해서 살아가는 사람들 - 그들은 그야말로 "자기 집 속의 이방인"과도 같습니다. 괴테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문호, 실러 (1759 - 1805). 실러의 면모는 인상학 Physiognomie의 관점으로 고찰할 때 강..

9 문학 이야기 2023.01.19

(명저 소개) 장영태 역: 횔덜린 서한집

2022몀 임다 출판사에서 횔덜린 서한집이 간행되었습니다. ............... 나의 관심은 1798년 이후의 편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횔덜린은 자신의 삶, 사회의 발전 그리고 역사적 진보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자신의 모든 노력이 더 이상의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당시의 문학적 풍토는 괴테와 실러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작가를 돕고 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는 등 낭만주의의 다양한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그것을 오로지 하나의 부정적인 성향으로 치부했습니다. 둘째로 유럽 중부의 정치적 사회적 풍토는 진부한 봉건주의를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조금씩 발전되던 초기 자본주의는..

1 알림 (명저) 2022.10.17

뵐렌도르프의 시작품 (1)

“어떻게 하면 세계는 도덕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Wie muss die Welt fuer ein moralisches Wesen beschaffen sein?” 이 구절은 요한네스 보브롭스키의 산문 「빌렌도르프Boehlendorff」에 실린 뵐렌도르프의 독백입니다. 뵐렌도르프는 일신의 편안함을 도모하지 않고, 오로지 더 나은 세상을 갈구하면서 작품의 탹마에 집중한 기인입니다. 평생 유럽과 동구를 방랑하면서 시를 집필했는데, 자신의 가방에 작품이 가득 차면, 그냥 버리고 다른 글을 집필하곤 하였습니다. 19세기 독일은 폭정과 가난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1775년 미타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조실부모하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1794년 예나 대학에 입학한 그는 피히테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의 친..

21 독일시 2022.08.26

(단상. 533) 시인은 당대에 무명이다

카를 슈피츠베크의 "가난한 시인"이라는 유화 작품이다. 시인은 비 새는 다락방에 머물면서 우산을 쓰며 살아간다. 1. 예술에 있어서 당락은 의미가 없다. 예술 작품은 상대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 낙선작이 당선작보다 더 나을 수 있다. 2.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기원전 427년에 디오니소스 연극 축제에서 수상작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당시 수상작은 필로클레스의 "아이스킬로스의 조카"라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수상작은 잊혀졌고,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후세에 명작으로 회자되었다. 3. 두보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 후원자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그의 명성은 그가 죽은 뒤에 알려졌다. 이태백과 쌍벽을 이루는 시인이라고. 4. 시인 횔덜린은 30년 넘게 튀빙겐의 어느 탑에서 칩거하면서 살았다. ..

3 내 단상 2022.05.06

서로박: 헤름린의 스카르다넬리

1970년 「의미와 형식」에 발표된 슈테판 헤름린 (1915 - )의 방송극 "스카르다넬리"는 횔덜린의 다른 이름이다. “스카르다넬리 Scardanelli”, 그는 누구인가? 실제로 살았던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횔덜린인가? 부오나로티 Buonarotti, 살바토레 로자 Salvatore Rosa는 이름과는 달리 세상을 붉게 구원하지 못하고 사라진, 당시 19세기의 무명 시인, 횔덜린의 가명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슈테판 헤름린은 프랑스 팔레스티나 등지를 돌아다니며, 반 나치 저항 운동가로 활약하였다. 전후 구동독 지역에 정착한 그는 "대도시에 관한 12개의 담시들" 및 반파시즘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중단편 소설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헤름린은 구동독 지역에서 여러 명의 문화 ..

45 동독문학 2022.01.05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4)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자연과 예술가를 무시하는 속물 비판: 횔덜린은 작품의 말미에 독일인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는 독일인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신적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우둔하며, 우미의 여신의 행복을 맛보기에는 골수까지 썩어 있는” 현대인들을 야유하기 위함입니다. 작가는 “예부터 야만인이었던 그 독일인들은 근면과 학문, 심지어는 종교에 의해서 더욱 야만스러워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성스러운 자연의 의미를 망각하고 눈앞의 이득에만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의 일반 사람들이 예술가를 무시하고 경멸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대들 나라의 시인과 예술가를 볼 때, 아직도 정령을 존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선..

40 근대독문헌 2022.01.02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3)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제 1부, 히페리온의 아테네 서한: 제 1권의 마지막 편지는 흔히 “아테네 서한” 내지 “아테네 연설”이라고 명명되는데 소설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히페리온은 여기에서 아테네 사람들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구분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스스로 자라났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세계와의 행복한 일치감 속에서 생활했다는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신과 일치되는 본원적인 존재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히페리온은 고대인들이 의식한 “칼로카가티아 καλοκἀγαθία”의 이상을 디오티마에게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선과 아름다움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절대성으로서 현실화된 유토피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히페리온은 그것을 인간과 세계를 결합시키는..

40 근대독문헌 2022.01.02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2)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선하고 아름다운 여성, 디오티마: 작품을 언급하기 전에 주인공 히페리온이 사랑했던 여인 디오티마에 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디오티마 Διοτίμα는 플라톤의 대화록 『향연』에서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그미는 만티네키아 출신의 현명한 여인으로서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소크라테스가 에로스와 관련되는 대화에서 그미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디오티마는 올바른 철학의 방향은 에로스틔 열정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당시 고대 사회 사람들은 선과 미의 융합을 하나의 이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착한 마음과 아름다움은 하나로 일원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디오티마라는 인물이 드러내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여기다가 진리 추구..

40 근대독문헌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