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51

서로박: (2)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참과 진리는 때로는 거짓과 궤변에 의해 거부당하기도 한다. 세 번째 막에서는 두 교사 사이의 엄청나게 폭력적이고 거친 논쟁이 벌어집니다. 두 명의 후보자는 파이디피데스의 능력과 관점을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올바름을 옹호하는 자“는 자기 훈련을 위한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이상을 강조합니다. 반면에 "거짓을 옹호하는 자”는 이른바 현대적 의미에서 궤변의 중요성 그리고 견강부회(牽強附会)의 사고방식을 내세웁니다. 거짓과 속임수를 통해서 즐거운 생활방식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종국에는 “올바름을 옹호하는 자”는 는 패배를 선언합니다. 말하자면 거짓을 옹호하는 자의 놀랍고도 교활한 말재간 덕분에 거짓과 속임수가 승리를 구가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 구름의 합창단은 스트렙시아..

37 고대 문헌 2024.11.30

서로박: (1)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1. 낙선작이 더 위대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νεφελεί」은 기원전 423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디오니소스 축제 당시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수백 년을 이어 공연되었는데, 이 가운데에 시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필로니데스Philonides의 공연이 가장 훌륭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필로니데스는 자신의 연출을 위해서 아리스토파네스의 「벌σφήκες」, 「개구리βάτραχοι」 그리고 두 편의 유실된 작품을 심도 넘치게 연구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은 디오니소스 축제에 당선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크라티노스Kratinos의 「술병πυτίνη」가 일등 작품으로, 아메입시아스Ameipsias의 ..

37 고대 문헌 2024.11.30

서로박: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첫사랑의 경험은 사람에 따라서 의외로 썰렁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지요. 어쩌면 우리 같은 현대인들은 첫사랑을 찬란한 것으로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서 맨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며, 사랑의 대상이 수없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자의 설렘은 사랑의 강도를 차치하고라도 언제나 하나의 설렘으로 남습니다.  첫사랑이 아름답다면,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은 아름답지 않단 말인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를테면 마지막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죽음으로 인하여 영원히 이별..

31 동구러문헌 2024.11.28

틸로 자라친: 독일은 사라질 것이다.

(때로는 하자를 지닌 책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더 이상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은 훌륭한 책, 좋은 책에 관해서 침묵을 지킨다. 가장 불행한 여인이 잊혀진 여인이듯이, 가장 불행한 것은 탁월한 책이 외면 당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 책의 제목을 "독일은 멈추고 있다."로 번역했는데, 이는 오역이다. 무엇을 멈춘단 말인가? abschaffen 이라는 단어는 "철폐하다" "없애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이다. 게다가 독일인들은 현재형의 문장으로 미래를 표현한다.) 2010년에 독일에서 간행된 책 한권이 무려 120만부나 팔려나갔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전문서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반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틸로 자라친 (194..

14 유럽 정치 2024.11.28

박설호: 사상의 보석은 여전히 숨어 있다.

1. 나에게 직접 블로흐 사상을 가르쳐준 은사는 없었습니다.  맨 처음 에른스트 블로흐를 처음으로 접한 때는 아마 74년이었습니다. 독재와 민주화의 기운이 태동하여 서로 부딪치던 시기에 어느 친구는 나에게 얇은 책자 한 권을 건네주었습니다. 그것은 박종화 교수님이 번역한 부광석 (브라이덴슈타인)의 인간화 (人間化)였습니다. 기억하건대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분석 내지 신학적 견해 등이 씌어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부록에는 놀랍게도 블로흐의 삶과 철학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블로흐 철학은 당시에도 미개척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지식은 일천하였고, 당시에는 블로흐 사상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2.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를 처음으로 읽기 시작한 때는 그후 십 년 뒤..

2 나의 잡글 2024.11.27

서로박: (2) 학문의 따로국밥,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

“오성은 여러 법칙을 형성하게 하지요.”하고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평생에 걸친 학문적 작업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질퍽거리는 화산 속이라 하더라도 그는 뛰어들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훔볼트의 말을 듣는 가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가우스는 수학자로서 해외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그에게는 해외여행이 사치스러운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그건 칸트의 허튼 생각입니다. 오성은 어떠한 것도 산출해내지 못해요.” 작가는 이러한 식으로 두 사람을 비교하려고 소설을 쓴 것이었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켈만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치 않습니다. 어째서 그는 과거의 학자 두 사람을 예로 들었을까요? 작가의 멋진 서술 방식은 매혹적이고, ..

44 20후독문헌 2024.11.27

서로박: (1) 학문의 따로국밥,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

자연의 역사 연구는 그야말로 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지식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과업입니다.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은 물론이고, 낯선 지역의 기후와 지질을 알아야 하며, 고고인류학과 민속학 고생물학 분야까지 탐색해야 가능한 학제적 연구 분야입니다. 그런데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 – 1859)는 이 모든 것을 하나씩 체계적으로 섭렵해나갔습니다. 그는 1799년 6월 5일에 에스파냐에서 자신의 친구이자 평생의 동료 에메 봉플랑Aimé Bonpland과 함께 신대륙으로 떠납니다. 40일 동안의 항해 끝에 두 사람은 쿠마나 항구에 도착합니다. 그후 중부와 남부 아메리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지도를 작성하고, 광물과 동식물, 원주민의 삶 그리고 그들의 풍습을 탐구합니다. 모든 새로운 사물은 직접 보고 익히는..

44 20후독문헌 2024.11.27

The Moody Blues: (2) A Winters Tale

겨울 이야기 다음을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4분 37초)https://www.youtube.com/watch?v=j6Ik-elE6oU  당신을 위해서 나, 서로박이 놀라운 노래를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해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  어느새 밤 공기가 몹시 차가워졌어요.아마도 문을 닫아야 할까봐요.눈발이 어느새 당신의 모든 발자국을 덮었군요.나는 당신의 뒤를 따라갈 수 없어요.난로의 불은 밤새 조용히 타오르고당신과의 기억은 따뜻하고 명료해요.허나 모든 사람들은 잘 알거에요, 연말에혼자 있는 것은 몹시 마음 아프다는 걸.  The nights are colder nowMaybe I should close the doorAnd anyway the snow has covered all your foot..

6 musica e 2024.11.27

The Moody Blues: (1) A Winters Tale

무디 블루스의 앨범 December (47분. 25초) https://www.youtube.com/watch?v=G91MR2zDJ9c&list=PL6OAlZXQf5L8nRm5bWDScgOPQvLvLTNVl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곡 December (39분 45초)https://www.youtube.com/watch?v=f5qGUhWPi6w&list=RDf5qGUhWPi6w&start_radio=1#t=1286 이 노래를 들으면 빌레펠트의 12월 저녁 크리스마스 상점이 생각이 납니다.  눈이 내린 저녁 간이 상점에 켜져 있는 촛불을 바라보면, 어느새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성탄절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럼주를 건네면서 인사를 나누지요.  이 시기가 되면 모든 사람들..

6 musica e 202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