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문학 이야기 48

라인하르트 이르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는 숙명적 비극의 세계관을 피력하지만, 스스로 보수주의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라인하르트 이르글 (1953 - )은 구동독에서 자랐으며, 전기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의 소설은 통독 이후에야 발표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구동독 문화 관료들의 눈에는 이르글의 문학 작품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랍 속에 원고를 넣어두었습니다. 둘째로 이르글은 언어 유희의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구동독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체코 지역에서 독일 인종이 살았던 지역을 표기한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체코에 거주하던 독일인을 Sudetendeutsche 라고 명명하곤 랍니다. 이들은..

9 문학 이야기 2024.03.17

레싱, 그 놀라운 작가

아래의 초상화를 보면 레싱의 머리통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원래 이러한 두상은 관상학적으로 큰 인물이 된다고 합니다. 신라시대에 강수(强首)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역시 머리통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습니다. 그 역시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자신의 내적인) 훈련을 통해서 가장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비밀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리를 찾으려는 끝없는 노력, 바로 그것이다. 열정과 새로운 무엇을 알아내려는 욕망이야 말로 인간을 결국 완전한 존재로 만들게 한다." 곳홀트 에브라임 레싱 (1729 - 1781) 독일의 계몽주의 극작가. 독일문학의 역사에서 그가 지니는 비중은 참으로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레싱이 태어난 도시 ..

9 문학 이야기 2024.02.24

프리드리히 횔덜린 - 시인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1770년 3월 20일 네카 강변의 라우펜에서 태어났습니다. 1772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횔덜린의 어머니는 1772년에 요한 크리스토프 고크와 재혼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계부인 고크도 1779년에 사망합니다. 고크는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했으나, 일찍 유명을 달리 합니다. 1783년에 횔덜린은 튀빙겐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큰아들이 목사가 되어 집안을 책임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횔덜린은 마음은 문학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그는 루이제 나스트라는 여성에 연정을 품었습니다.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였습니다. 학생이었던 헤겔, 셸링 그리고 횔덜린은 자유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사진은 루이제 나스트의 초상화입니다. 1787년에 17세의 횔덜린은 친구 이마누엘..

9 문학 이야기 2023.09.14

장 파울 그의 시대와 문학

장 파울은 횔덜린, 클라이스트와 함께 반고전주의 작가로 일려진 사람입니다. 그의 본명은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입니다. 그는 주로 소설을 집필했는데, 암시적 표현, 농담과 익살, 언어 유희 그리고 탁월한 단어 구사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설가입니다. 한국에서 장 파울의 소설이 번역되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1798년 헤닝거에 의해 그려진 장 파울의 초상화. 초상화 두 장은 서로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 (장 파울)은 교사이자 오르간 연주자의 아들로 1763년 3월에 분지델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후 목사로 일했으며, 프로테스탄트 가정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집은 가난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를 통하여 계몽주의 사상을 배웠습니다. 계몽이란 칸트에 의..

9 문학 이야기 2023.09.06

실러와 그의 시대

수많은 돌들 Viele Steine 피곤한 다리 Müde Beine 전망은 없고 Aussicht keine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824) 인용시구는 마치 오늘날 삼포세대의 젊은이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중엽에 하인리히 하이네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자신의 삶이 하나의 등반이라는 것입니다. 참담한 시대에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높은 산을 오르는 고행과 같았습니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분이라면 이 구절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가난과 고독을 자청해서 살아가는 사람들 - 그들은 그야말로 "자기 집 속의 이방인"과도 같습니다. 괴테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문호, 실러 (1759 - 1805). 실러의 면모는 인상학 Physiognomie의 관점으로 고찰할 때 강..

9 문학 이야기 2023.01.19

마샤 칼레코

"어느 독일 망명객이/ 미스터 굿윌에게 말했다/ 그래, 그건 같은 말이지요,/ 나라 대신 '랜드'라고 말하고/ 고향 대신 '홈랜드'라고 말하며/ 시 대신 '포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요, 난 '해피'해요. 그렇지만 행복하진 않아요. Es sprach zum Mister Goodwill/ ein deutscher Emigrant:/ „Gewiß, es bleibt dasselbe,/ sag ich nun land statt Land,/ sag ich für Heimat homeland/ und poem für Gedicht./ Gewiss, ich bin sehr happy:/ Doch glücklich bin ich nicht." 마샤 칼레코 "작은 차이" 고향 잃은 작가 - 마샤 칼레코 (Masc..

9 문학 이야기 2022.12.28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사회의 이슈 그리고 문제점을 예리하게 통찰하여 이를 언급하는 작가 - 그는 바로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1929 - )입니다. 그의 삶은 전형적인 지식인이자 비판적인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는 그의 시대적 감각을 높이 평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Er hat die Nase im Wind." (Habermas) 그렇지만 엔첸스베르거의 발언이 모조리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서양의 작가 가운데에서 1929년 생은 참 많습니다. 철학자 하버마스, 엔첸스베르거, 하이너 뮐러, 크리스타 볼프, 밀란 쿤데라, 귄터 쿠네르트 등이 1929년생입니다. 시인,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는 1929년 남쪽 독일의 소..

9 문학 이야기 2022.09.01

하인리히 하이네

수많은 암벽들 힘든 다리 (足) 전망은 없고 하인리히 하이네 Viele Steine, müde Beine, Aussicht keine, Heinrich Heine. 이것은 하인리히 하이네가 1827년 어느 안개 자욱한 어느 날 산에 올라서 암벽에 새긴 글입니다. 그만큼 그의 행적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인리히 하이네 (1797 - 1856)는 독일 낭만주의의 마지막 주자이며, 낭만적 정신을 극복한 작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아름다운 연애시를 남겼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사회비판의 글과 문학작품을 남겼습니다. 특히 그는 많은 4행시를 썼는데, 시의 대중화에 기여하였습니다. 당시까지 시인들은 주로 찬가, 비가 등의 정형시를 많이 썼는데, 하이네는 이를 극복하고 사행시 ..

9 문학 이야기 2022.07.11

괴테와 여성 그리고 문학

주관적 판단이지만 나는 괴테 그리고 그의 문학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너무 귀족적이고, 시민주의적이며, 사치스럽기 때문입니다. 괴테의 문학은 민초 출신인 나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여겨 왔습니다. 흙수저였던 나는 내심 마음속으로 괴테를 질투하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당신은 괴테에 관해서 알고싶어 합니다. 그래서 괴테를 다루려고 합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마 그처럼 좋은 환경에서 자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작가도 없을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박사학위를 받은 법률가였으나. 직접 법관으로 일하지 않고, 유산으로 받은 돈을 증식시키는 데 노력하였습니다. 이로써 아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9 문학 이야기 2022.05.24

정여울: 문학 바깥에도 문학은 있다

소설가 정여울 선생님의 글 "문학 바깥에도 문학은 있다"를 한겨레 신문에서 퍼 왔습니다. 그냥 읽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참고를 바랍니다. ....................... 문학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소설 속에? 시 속에? 혹은 작가나 독자에게? ‘이런 것이 바로 문학이다’라는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문학은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문학은 책이나 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나 습기처럼 세상 모든 곳에 흩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문학의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우리가 언어를 통해 느끼는 감동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모든 곳에 문학은 있다. 예컨대 문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창작자 중에서도, ‘이토록 문학적인 아티스트가 있다니!’라는 ..

9 문학 이야기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