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문학 이야기 47

서로박: (3)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앞에서 계속됩니다.)  작품 돈키호테는 문학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거룩한 이상을 실현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데, 일반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간주하고 조소를 터뜨립니다. 세상에 이다지도 어처구니 없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지요? 김지하의 『밥』에 언급되는 에피소드입니다. 어느 봄날 광대부부는 이 마을 저 마을로 유랑하고 있었습니다. 강물이 녹아서 강가에는 얼음이 녹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강을 건넜을 때, 뒤따라오던 아내가 그만 강에 빠진 게 아니겠습니까? 광대는 아내를 구할 밧줄도 없고, 발만 동동 굴렸습니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자 행인들은 광대가 춤을 잘 춘다고 박수만 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위..

9 문학 이야기 2025.03.13

서로박: (2)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앞에서 계속됩니다.) 임을 애타게 갈구하면, 만남은 성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인가요?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남자는 그미를 사랑하는 대신에, 스스로 갈구하는 임의 상만을 사랑합니다. 돈키호테는 (비록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신의 행위를 필요로 하는 현실과 직접 부딪칩니다. 현실 속에는 자신의 갈망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를 생각할 때는 이와는 다릅니다. 그미는 하나의 명상으로서 돈키호테의 뇌리 속에서만 출현할 뿐입니다. 친애하는 T, 언젠가 독일의 작가 투콜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키 크고 날씬한 분을 갈구하지만, 작고 뚱뚱한 분을 얻는다. 그게 삶 C'est la vie”이라고 말입니다. 둘시네아는 아주 가까운 곳, 토보소에 살고 있는, ..

9 문학 이야기 2025.03.13

서로박: (1)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친애하는 S, 세상 사람들은 때로는 문학과 예술을 잘못 이해합니다. 잘못 이해하여 놀랍게도 창조적 수용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통해서 해석학자인 가다머Gadamer는 독자 중심의 해석학 이론을 도출해낸 바 있지요. 어쨌든 작품이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 고찰할 때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오늘날 세계 명작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한 인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몰이해를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명작들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은 돈 키호테입니다. 사진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의 동상을 찍은 것입니다. 그는 28세에 레판토 ..

9 문학 이야기 2025.03.07

라인하르트 이르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는 숙명적 비극의 세계관을 피력하지만, 스스로 보수주의를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라인하르트 이르글 (1953 - )은 구동독에서 자랐으며, 전기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의 소설은 통독 이후에야 발표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구동독 문화 관료들의 눈에는 이르글의 문학 작품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랍 속에 원고를 넣어두었습니다. 둘째로 이르글은 언어 유희의 요소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구동독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체코 지역에서 독일 인종이 살았던 지역을 표기한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체코에 거주하던 독일인을 Sudetendeutsche 라고 명명하곤 랍니다...

9 문학 이야기 2024.03.17

레싱, 그 놀라운 작가

아래의 초상화를 보면 레싱의 머리통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원래 이러한 두상은 관상학적으로 큰 인물이 된다고 합니다. 신라시대에 강수(强首)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역시 머리통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습니다. 그 역시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자신의 내적인) 훈련을 통해서 가장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비밀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리를 찾으려는 끝없는 노력, 바로 그것이다. 열정과 새로운 무엇을 알아내려는 욕망이야 말로 인간을 결국 완전한 존재로 만들게 한다." 곳홀트 에브라임 레싱 (1729 - 1781) 독일의 계몽주의 극작가. 독일문학의 역사에서 그가 지니는 비중은 참으로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레싱이 태어난 도시 ..

9 문학 이야기 2024.02.24

프리드리히 횔덜린 - 시인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1770년 3월 20일 네카 강변의 라우펜에서 태어났습니다. 1772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횔덜린의 어머니는 1772년에 요한 크리스토프 고크와 재혼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계부인 고크도 1779년에 사망합니다. 고크는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했으나, 일찍 유명을 달리 합니다. 1783년에 횔덜린은 튀빙겐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큰아들이 목사가 되어 집안을 책임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횔덜린은 마음은 문학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그는 루이제 나스트라는 여성에 연정을 품었습니다.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였습니다. 학생이었던 헤겔, 셸링 그리고 횔덜린은 자유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사진은 루이제 나스트의 초상화입니다. 1787년에 17세의 횔덜린은 친구 이마누엘..

9 문학 이야기 2023.09.14

장 파울 그의 시대와 문학

장 파울은 횔덜린, 클라이스트와 함께 반고전주의 작가로 일려진 사람입니다. 그의 본명은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입니다. 그는 주로 소설을 집필했는데, 암시적 표현, 농담과 익살, 언어 유희 그리고 탁월한 단어 구사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설가입니다. 한국에서 장 파울의 소설이 번역되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1798년 헤닝거에 의해 그려진 장 파울의 초상화. 초상화 두 장은 서로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 (장 파울)은 교사이자 오르간 연주자의 아들로 1763년 3월에 분지델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후 목사로 일했으며, 프로테스탄트 가정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집은 가난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를 통하여 계몽주의 사상을 배웠습니다. 계몽이란 칸트에..

9 문학 이야기 2023.09.06

실러와 그의 시대

수많은 돌들 Viele Steine 피곤한 다리 Müde Beine 전망은 없고 Aussicht keine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824) 인용시구는 마치 오늘날 삼포세대의 젊은이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중엽에 하인리히 하이네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자신의 삶이 하나의 등반이라는 것입니다. 참담한 시대에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높은 산을 오르는 고행과 같았습니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분이라면 이 구절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가난과 고독을 자청해서 살아가는 사람들 - 그들은 그야말로 "자기 집 속의 이방인"과도 같습니다. 괴테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문호, 실러 (1759 - 1805). 실러의 면모는 인상학 Physiognomie의 관점으로 고찰할 때 강..

9 문학 이야기 2023.01.19

마샤 칼레코

"어느 독일 망명객이/ 미스터 굿윌에게 말했다/ 그래, 그건 같은 말이지요,/ 나라 대신 '랜드'라고 말하고/ 고향 대신 '홈랜드'라고 말하며/ 시 대신 '포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요, 난 '해피'해요. 그렇지만 행복하진 않아요. Es sprach zum Mister Goodwill/ ein deutscher Emigrant:/ „Gewiß, es bleibt dasselbe,/ sag ich nun land statt Land,/ sag ich für Heimat homeland/ und poem für Gedicht./ Gewiss, ich bin sehr happy:/ Doch glücklich bin ich nicht." 마샤 칼레코 "작은 차이" 고향 잃은 작가 - 마샤 칼레코 (Masc..

9 문학 이야기 2022.12.28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사회의 이슈 그리고 문제점을 예리하게 통찰하여 이를 언급하는 작가 - 그는 바로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1929 - )입니다. 그의 삶은 전형적인 지식인이자 비판적인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는 그의 시대적 감각을 높이 평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Er hat die Nase im Wind." (Habermas) 그렇지만 엔첸스베르거의 발언이 모조리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서양의 작가 가운데에서 1929년 생은 참 많습니다. 철학자 하버마스, 엔첸스베르거, 하이너 뮐러, 크리스타 볼프, 밀란 쿤데라, 귄터 쿠네르트 등이 1929년생입니다. 시인,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는 1929년 남쪽 독일의 소..

9 문학 이야기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