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57

서로박: 샨도르 페퇴피의 시 세계

샨도르 페퇴피 (1823 - 1849)는 26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요절한 헝가리 출신의 혁명 시인입니다. 그는 조국의 독립과 인간 평등을 위해서 1848년 전쟁에 참전하여 장렬히 전사하였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영국의 바이런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페퇴피는 불과 26년의 짤막한 삶을 살다 갔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무려 800편이나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헝가리 사람들은 그의 시를 지금도 애송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헝가리 사람들은 샨도르 페퇴피의 자유로운 정신과 아름다운 문체에 감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세 가지 사항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독일 인종과 슬라브 인종 사이에서 언제나 핍박당하고 살아온 역사적 슬픔, 2. 그들 고유의 ..

22 외국시 2024.11.10

샨도르 페퇴피의 시, '당신은 나의 것'

당신은 나의 것, 나는 당신의 것샨도르 페퇴피 당신은 나의 것, 나는 당신의 것우리가 바로 세상입니다!태양은 우리의 머리인 듯이마음에 드는 곳을 바라봐요,눈이 도달하는 곳으로. 태양은우리의 행복 투시하지 못해요. 자그마한 처녀, 율리아는 나의 것,나의 품에 자리 잡고 있어요.자그마한 처녀, 율리아는 나의 것,하나 그미의 삼장은 커요.풍요로운 자처럼 크나크지요.요정의 나라처럼 광대하지요! 나의 감각은 율리아에게 향하지요,어둠 속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요.그미의 찬란한 두 눈은내 심장에 빛을 전하지요.그러면 나는 두 눈부처 속에서천국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선한 여성, 그대는 아시나요,내가 자그마한 소년이었을 때바깥의 어떤 정원, 집 앞의모래에서 어떻게 유희했는지?당시 나의 뇌리를 스친 것은내가 왕이 되는 꿈..

22 외국시 2024.10.28

막심 은데베카의 시, '나는 꿈꾸었네'

나는 꿈꾸었네(J'ai rêvé)막심 은데베카 (Maxime N'Debeka)희망의 바다 위에 떠있는 섬마치 노아의 방주에서길고도 힘든 시련을 이겨낸 생존자들처럼내 꿈들이 마침내 도착한 곳Une ile dans l'océn de l'espoirOù l'arche de NoéOù les survivants d'une longue et pénible lutteOù mes rêves viennent échouer순수하고 정결한 섬이곳은 사람들이, 그리고 흑인까지도‘인간성’을 간직한 땅흑인, 유색인, 백인들이석양의 빛깔로 서로 어울리는 곳그 곳에는 적자도, 서자도 없네.Une ile nette et pureOù les hommes sont des humainsEt les Noirs des hommesOù le ..

22 외국시 2024.10.26

샨도르 페퇴피의 시,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은 젊은 청춘이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인지되고 발전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책에서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사랑의 악보는 오로지 사랑하는 두 사람의 감정의 조율에 의한 박자와 멜로디에 의해서 때로는 전율로, 때로는 격앙된 희열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샨도르 페퇴피는 자신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준 분으로서 율리아 첸드리를 거명하고 있습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루말할 수 없이 당신을 사랑해요.부드럽고 너무나 가냘픈당신의 몸 또한 사랑해요.당신의 희디흰 이마,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칼,피어오르는 붉은 뺨,당신의 깊은 두 눈동자,너무나 달콤한 입술.언젠가 내 곁으로 다가온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자그마하고 따뜻한 손. 당신의 영혼 ..

22 외국시 2024.10.01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시, '당신이 나에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마리나 츠베타예바 당신이 내게 미치지 않아 다행이지요내가 당신에게 넋 나가지 않아 좋아요육중한 지구가 우리의 발아래에서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처신하지 않아 좋아요언어유희로 구속받지 않아 다행이지요가벼운 포옹에도 내 마음이 숨 막히는떨림으로 불그레 하게 변하지 않는 것 또한 당신이 몰래 내 주위의 다른 여자들을조용히 안아주는 것도 오히려 다행이지요당신의 키스가 지옥의 유황불로 나를활활 태우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애정 어린 나의 이름을낮마다 밤마다 떠올리지 않을 테니까요어느 적요한 성당에서의 맹세 또한 그렇겠지요아마 우린 천사의 노래 들으며 헤어지겠지요 그래도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사랑이 무언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사랑했으므로..

22 외국시 2024.10.01

니콜라스 기옌의 시 '할 수 있니?'

할 수 있니? 너는 나에게 공기를 팔 수 있겠니? 손가락 사이로,너의 얼굴로 부는, 너의 머리칼을 헝클리게 하는 공기를?어쩌면 너는 내게 5페소의 바람을 팔 수 있을 거야,아니 더 많은 어떤 거대한 폭풍을?너는 내게 온화한 공기를팔 수 있겠니? 공기를(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도) 너의 정원,너의 정원에서 새와 꽃을당기는 공기를, 10페소의온화한 공기를. 공기는 빙글 돌아나비와 유희하고 아무도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너는 나에게 하늘을 팔 수 있겠니?파란 하늘 혹은 잿빛,너의 정원과 함께 어느새 네가 팔아치운하늘 한 자락, 너는 믿고 있니?누군가 집 딸린 처마를 사듯이 그렇게.너는 나에게 일 달라 어치의하늘을 팔 수 있겠니?, 2 킬로미터하늘을, 네가 내놓을 수 있는 네 하늘의어떤 부분을? 하늘은 구름..

22 외국시 2024.07.02

W. H. 오든의 시, '미술 박물관 Musee des Beaux Arts'

고통에 관해서 그들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과거의 거장들은 얼마나 인간의 태도를잘 이해했던가, 어딘가에서 누군가 밥을 먹고 창문을 그냥 열어 제치거나 혹은 어디론가 어슬렁거리는 동안어떤 듣지 못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곤 했음을.혹은 과거 사람들이 경건한 마음으로기적의 탄생을 고대하는 동안에도 틀림없이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 하지 않은 채나무 근처 얼어붙은 연못에서 썰매 타기에 골몰할 뿐.과거의 거장들은 결코 망각하지 않았다순교의 정도, 전율의 끔찍함이 발생하는 바로 그때지저분한 구석에서는 개들이 개의 삶을 이어가고 고문하는 자의 말(馬)이나무에다 죄 없는 엉덩이를 쓱쓱 비비고 있었다는 것을 About suffering they were never wrong,The Old Masters: how we..

22 외국시 2024.05.01

하피스의 시, 다섯 편

하피스 (1320? - 1388):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하피스는 생전에 꾸란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했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다음과 같다. “시라즈 출신의 무하마드 심스 아드 딘 하페즈 (Hafis, Muhammad Schams ad-Din)”. 아래의 시편들은 모음집 (دیوان)에 실려 있다. 심장 속의 재산 상처입히려고 그대를 노리는 자에게 마치 광산이 많은 보물 채굴하듯, 그대 심장을 드러내 봐. 적의 손이 그대에게 돌을 던지지만, 그건 과실수가 풍요로운 결실을 남기기 위함이야. 죽어가는 조개는 고결한 의미를 전하지, 목숨 쓰다듬으며 그저 진주라는 노획물을 남기니까 Herzensgüte Wer ins Herz dir zielt, dich zu verletzen, Find' es, wie e..

22 외국시 2023.12.25

라파아트 알라리어의 「만약 내가 죽어야 한다면」

지금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끔찍한 지옥의 폐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리파아트 알라리어(Rafaat Alarreer, 1979~2023)는 12월7일 동생, 누이, 누이의 네 아이와 함께 집에서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죽기 전에 그는 시 한편을 남겼는데, 처절한 유언으로 울려 퍼집니다. 문학이 할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록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이러한 기록이 없다면,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은 끔찍한 비극을 서서히 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그대는 반드시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주어야 해. 내 물건들을 팔아 천 한 조각과 끈을 한 웅큼 사서 연을 만들게 (흰 색으로, 꼬리는 길게). 가자 지구 어딘가..

22 외국시 2023.12.18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3)

사랑 마리나 츠베타예바 떠나셨군요. 나는 더 이상 빵을 썰지 않아요. 내가 건드리는 것들은 모조리 흰 가루이지요. 뜨거운 향기였어요, 당신은 나의 빵, 나의 눈. 그러나 눈은 희지 않아요. 빵이 고통을 가하는군요. Bist fort: ich schneide Das Brot mir nicht mehr Alles ist Kreide Was ich berühr Warst, duftend heiß, Mein Brot. Warst mein Schnee. Und der Schnee ist nicht weiß, Und das Brot tut weh. .............................. 모든 시인은 본질적으로 망명객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

22 외국시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