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20후독문헌 63

서로박: (2) 학문의 따로국밥,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

“오성은 여러 법칙을 형성하게 하지요.”하고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평생에 걸친 학문적 작업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질퍽거리는 화산 속이라 하더라도 그는 뛰어들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훔볼트의 말을 듣는 가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가우스는 수학자로서 해외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그에게는 해외여행이 사치스러운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그건 칸트의 허튼 생각입니다. 오성은 어떠한 것도 산출해내지 못해요.” 작가는 이러한 식으로 두 사람을 비교하려고 소설을 쓴 것이었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켈만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치 않습니다. 어째서 그는 과거의 학자 두 사람을 예로 들었을까요? 작가의 멋진 서술 방식은 매혹적이고, ..

44 20후독문헌 2024.11.27

서로박: (1) 학문의 따로국밥,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

자연의 역사 연구는 그야말로 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지식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과업입니다.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은 물론이고, 낯선 지역의 기후와 지질을 알아야 하며, 고고인류학과 민속학 고생물학 분야까지 탐색해야 가능한 학제적 연구 분야입니다. 그런데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 – 1859)는 이 모든 것을 하나씩 체계적으로 섭렵해나갔습니다. 그는 1799년 6월 5일에 에스파냐에서 자신의 친구이자 평생의 동료 에메 봉플랑Aimé Bonpland과 함께 신대륙으로 떠납니다. 40일 동안의 항해 끝에 두 사람은 쿠마나 항구에 도착합니다. 그후 중부와 남부 아메리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지도를 작성하고, 광물과 동식물, 원주민의 삶 그리고 그들의 풍습을 탐구합니다. 모든 새로운 사물은 직접 보고 익히는..

44 20후독문헌 2024.11.27

서로박: 옐리네크의 '오 황야여, 그곳의 보호여'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산문, "오 황야여, 그곳의 보호여 Oh Wildnis, oh Schutz vor ihr"는 1985년에 발표되었다. “반 고향 소설”에 해당하는 옐리네크의 소설은 고향의 영혼을 담은 근원 신화 내지는 자연 신화 등을 강한 어조로 풍자하고 비판한다. 사실 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는 상기한 극우 보수주의적인 경향이 하나의 유행처럼 등장한 바 있다. 이로써 옐리네크는 네스트로이 (Nestroy), 카 크라우스 (Karl Kraus) 그리고 토마스 베른하르트 (Th. Bernhard) 등으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사람들의 소시민 근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옐리네크의 텍스트는 숨쉴 틈조차 없을 정도로 거침없이 자연을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문학적 서술로서 주어진 고향으..

44 20후독문헌 2024.11.11

서로박: 프리쉬의 '안도라'

막스 프리쉬 (1911 - 1991)의 극작품 「안도라 Andorra」는 1946년 자신의 일기에서 맨 처음으로 산문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작가는 다섯 번이나 수정한 뒤 1961년에 비로소 작품을 완성하였고, 1961년 11월 2일에 취리히에서 처음으로 상연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한마디로 (마치 미국의 작가, 밀라드 램플 (M. Lampell, 1919 -?)이 극작품 "장벽"에서 다룬 바 있는) 반유대주의에 관한 것입니다. 램플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냈던 유대인들의 비극적 운명을 제한적으로 기록한 반면에, 막스 프리쉬는 어떤 특정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인들에게 유태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전하려고 합니다. 사회적 편견의 문제는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하얀” 안..

44 20후독문헌 2024.07.28

서로박: (3)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고통스러운 자해 행위: 다음 날 에리카는 몸속에 칼 한 자루 감춘 채 발터가 다니는 기술 대학으로 향합니다.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그를 연인으로 되찾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터가 눈에 뜨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에리카는 그가 어느 여대생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멀거니 지켜봅니다. 에리카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학대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릅니다. 그미는 칼을 꺼내어 자신의 어깨를 찔러버립니다. 어깨에서는 피가 솟아납니다. 피 흘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그미의 모습은 마치 짝 잃은 미친 비둘기 암컷처럼 보입니다. 11. 노이로제 환자: 소설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요? 옐리네크는 에리카라는 인물을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한 인간의..

44 20후독문헌 2024.04.17

서로박: (2)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앞에서 이어집니다.) 6. 즐겁지 못한 관음행위: 문제는 에리카가 음악 뿐 아니라 삶에서 스스로 체득한 바를 자신의 제자에게 그대로 전해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미는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개최하는데, 자신에게서 피아노 배우는 학생들의 학부형이 연주회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에리카는 그들에게 나쁜 점수를 매깁니다. 이를테면 그미는 흥청망청 즐기는 대중들의 유유자적한 태도를 몹시 경멸합니다. 처음에 에리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언제나 피아노 곁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나 에리카는 서서히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고, 아름다운 옷이라든가, 멋진 신발 그리고 명품 백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상점에서 몰래 옷을 훔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미는 훔친 옷을 길가의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에리카는 어머니 몰래 소풍을 떠나기도 하고,..

44 20후독문헌 2024.04.17

서로박: (1)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1. 옐리네크의 소설: 친애하는 E,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노벨상 수상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 (Elfriede Jelinek, 1946 - )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 Die Klavierspielerin』에 관해서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인데,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70년대 중엽에 작가는 『연인들 Die Liebhaberinnen』 (1975)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서는 소시민들의 사랑의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성적인 고통과 테러 행위가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랑의 삶에서 성적 행복을 만끽하면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결혼 이전의 시기에 꿈꾸어왔던 달콤한 삶을 누리..

44 20후독문헌 2024.04.17

박설호: (2) 미하엘 엔데의 유언

(앞에서 계속됩니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자고로 돈은 두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빵 가게에서 빵을 사기 위한 교환의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증권거래소에서 취급하는 자본으로서의 축적 기능입니다. 대규모 자본으로서의 돈은 매니저에 의해서 관리되며, 최대의 이윤을 올리도록 투자합니다. 그리하여 자본은 자동으로 증가하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리하여 나타나는 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입니다. 선진국의 자본은 도저히 셀 수 없을 액수로 증가하고, 세계의 5분의 4에 해당하는 나라는 더욱더 찢어진 가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하엘 엔데는 돈의 두 가지 기능 가운데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현대의 지구상의 황폐한 삶을 고려한다면 금융 시스템..

44 20후독문헌 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