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50

(영화) 타인의 삶

1. 공정하게 영화를 바라보기: 친애하는 Y, 영화 『타자들의 삶』은 2006년에 발표된 영화입니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Florian Henkel von Donnersmarck)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았으며, 막스 비더만 외 네 사람이 제작을 담당한 이 영화는 수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에 있습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동독 스타지의 감시를 예리하게 해부한 작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하는 반면에, 혹자는 영화 자체가 서독인의 시각에서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동독 현실의 어떤 긍정적인 측면을 모조리 생략했다고 비난하곤 합니다. 일단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할 테니, 이에 관해서 당신 스스로 모든 사항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비판하기 바랍니다. 2...

16 독일 영화 2021.02.08

서로박: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 고백하다, 서문

라스카사스는 왜 중요한가? - “사유 思惟는 사유 私有가 아니다.” (윤노빈) - 친애하는 J, 당신을 위하여 라스카사스의 연구서를 간행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에스파냐 출신의 신부이자 수도사인 라스카사스 (Las Casas)는 게오르크 지멜 (Georg Simmel)도 말한 바 있듯이, “인류의 가장 커다란 고통을 환기시켜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16세기 서인도 제도에서 오랫동안 자행된 가장 끔찍한 대학살의 생생한 증인이었습니다. 라스카사스는 약 1500만의 원주민들이 정복자의 총과 칼에 의해 학살당하는 것을 당국에 보고하였으며, 평생 고통당하는 인디언들의 생존을 위해 살았습니다. 만약 본서를 읽으면, 당신은 상기한 내용, 라스카사스의 신념과 신학적 입장 그리고 라스카사스의 혀를 빌려서 ..

24 신학이론 2021.01.06

서로박: 문학을 공부하는 젊은이에게

“고등학교 수업이 담수어 양식이라면, 대학 수업은 바다 양식이다. 고등학교에서 물고기는 건네주는 먹이 먹고 강 따라 헤엄치면 그만이지만, 대학에서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먹어야 하고, 망망대해에서 제 갈 길 찾아야 한다.“ (서로박) 1. 친애하는 J, 문학 이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학을 통해서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이 교육상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죄송한 말입니다만)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셰퍼드 개처럼 영특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삶과 문학에 대한 어떤 안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다양한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수업 시간에 곁들여 다루곤 합니다. 작품들 가운데에는 사랑과 섹스에 관한 것들, 계급투쟁과 노동 해방에 관한 것들, 여성 문제, 환경 문제, 사회적 갈..

2 나의 글 2020.11.28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 (3)

나: 그런데 하이너 뮐러는 자신의 연애시를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너: 글쎄요. 어쩌면 순수 극작품을 집필하는 작가로서 사적인 사랑에 관한 작품을 발표하기 꺼렸을 것입니다. 특히 미발표 작품은 포르노 그리고 연애시 사이의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연애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인간의 적나라한 성욕을 있는 그대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 마지막으로 브레히트의 초기 시 「나무 오르기에 관하여 Vom Klettern in Bäumen」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너희가 저녁에 물속에서 올라오면 틀림없이 너흰 벌거벗고, 피부는 부드러울 거야. 또한 잔잔한 바람결에 너희의 커다란 나무로 올라가겠지 하늘 역시 창백해 있을 거야...

21 독일시 2020.08.01

서로박: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예컨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은 하나의 심리적 투사로서, 모든 화풀이가 여기에 속합니다.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스스로 다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마음속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심리적 피해자는 -억울하게 당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심리적 투사라는 방어기제 등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지 않게 되면, 그는 자신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힌 자에게 반드시 나중에 복수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가령 「코끼리와 재단사 Der Elefant und der Schneider」의 동화를 생각해 보세요. 코끼리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간의 복수심은 오죽하겠습니까? 복수심은 앙심으로..

44 20후독문헌 2019.10.11

서로박: 브레히트의 연극을 위한 작은 오르가논

베르톨트 브레히트 (B. Brecht, 1898 - 1956)의 「연극을 위한 작은 오르가논 (Kleines Or- ganon für das Theater)」은 1949년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그는 1939년부터 집필한 "놋쇠 구입" 작업의 일환으로서 연극과 극예술에 관한 대화를 완성하지 못했는데, 평소에 이를 보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본고에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오르가논”에 실린 77개의 경구적인 글에 착안하여) 연극에 관한 브레히트 자신의 구상이 담겨 있다. 감정 이입이라는 자연주의적 원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극 이론과 일맥 상통하고 있는데, 브레히트에 의하면 파시즘의 죄악을 지적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부르주아들이 “마약 판매”로 재화를 벌면..

46 Brecht 2019.03.31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2)

어느 제자가 집으로 들어서서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한다. 즉 온 아테네가 소크라테스의 영웅적인 행위로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깥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자신에 대한 조소의 소리로 받아들인다. 시 당국이 주인공의 공적을 치하하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공개적 모임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다. 이후에 주인공의 친구 안티스테네스가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고르기아스가 퍼뜨린 소문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적을 피해 도망쳤는데, 하필이면 적진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여, 아레오파고스 법원으로 동행하자고 주인공을 설득하려 한다. 이때 크산티페는 남편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는 퉁퉁 부어오른 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나 다..

46 Brecht 2018.12.06

서로박: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1)

1. 브레히트는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 (G. Kaiser, 1878 - 1945)의 극작품 「구조된 알키비아데스 (Der gerettete Alkibiades)」을 읽고 단편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 원래 카이저는 플라톤의 "향연 (Symposion)" 제 36장의 내용을 참조하여 극작품을 집필하였다. 실제 역사에 있어서 소크라테스는 발을 다쳐서 도망을 칠 수 없었는데, 이러한 계기로 인하여 그리스 군대는 델리온 (Delion)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무찔렀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델리온 전투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뒤, 펠로폰네소스 전쟁 동안에 (정확히 말하면 기원전 424년경에) 일어나, 수십 년 지속되었다고 한다. 브레히트는 카이저의 극작품 제 1장의 내용을 단편의 소재로서 채택하였다...

46 Brecht 2018.12.06

브레히트의 시: 젊은이에게 보내는 죽는 시인의 권고문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들이여, 아직 건설되지 않은 도시에서 새로운 여명을 받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이여, 내가 죽으면, 나의 말소리를 그리 영광스럽게 듣지 말라. 오히려 나를 대하라, 밭을 갈지 않은 어느 농부처럼 다락방의 뼈대를 벌려놓고 사라진 어느 게으른 목수처럼. 그렇게 나는 시대를 허비했고, 나날을 탕진했다, 이제 너희에게 간곡히 부탁하노니 말하지 못한 것을 모조리 말하고 행하지 못한 것을 모조리 행하라, 또한 빨리 나를 잊어라, 부탁한다. 그래야 나의 나쁜 선례가 너희를 유혹하지 않을 테니까. 아, 왜 내가 불임 (不姙)의 인간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그들이 마련하지 못한 식탁에 앉아 있었던가? 아, 왜 나는 그들의 한가로운 잡담 속에다 가장 좋은 말을 섞어 넣었던가? 그러나 밖에는 깨우치지 못한..

46 Brecht 2017.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