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bloch 대화 26

블로흐: (5) 청춘 시대, 실험 예술, 실증주의 비판

(앞에서 계속됩니다.) 페쳐: 오늘날 실증주의가 주도적으로 자리하는 현상은 아쩌면 다음과 같은 성향 때문에 나타난 게 아닐까요? 가령 현재 상태에 대한 저항은 오늘날 반역자로 매도되는 경향 말입니다. 오늘날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은 개인주의적이고 아나키즘적인 특성을 더욱 강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요? 블로흐: 당신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어요. 아주 일반적으로 (아니 너무 일반적으로) 단언하자면 이론의 결핍 때문에 드러난 특징으로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구체적 현실적 상태와 일치되지 않는 이론을 탐색해서 찾아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그러한 이론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변증법적으로 탐구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인간이 추구하려는 방향 속에 개인주의의 속성으..

30 bloch 대화 2024.05.11

블로흐: (4) 청춘 시대, 실험 예술, 실증주의 비판

(3에서 계속됩니다.) 페쳐: 당신이 『유토피아의 정신』을 집필할 때, 10월 혁명이 이지 전개되고 있지 않았는가요? 블로흐: 당시에 우리 두 사람은 소련의 10월 혁명을 오랜 갈망이 마침내 성취된 사건으로 이해했습니다. 당시에 루카치는 이 사건에 대해 나보다도 더 강렬한 신학적 의미를 부여했지요. 폭동을 일으키는 노동자 부대를 이끄는 적군 단원에 관한 알렉산더 블로크Alexander Blok의 시가 떠오르는군요. 혁명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는데, 루카치는 이 시를 읽고 나보다도 더 깊은 강동을 받았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루카치는 키르케고르와 보스도옙스키에서, 나는 헤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키르케고르 그리고 러시아의 신비주의는 그리스도의 정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니까요. 어..

30 bloch 대화 2024.05.09

블로흐: (3) 청춘 시대, 실험 예술, 실증주의 비판

(2에서 계속됩니다.) 페처: 루카치씨, 당신은 제 1차 세계대전의 시기부터 에른스트 블로흐와 개인적으로 친교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사항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지요? 루카치: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블로흐는 나에게는 놀라운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니까요. 그를 알게 된 것은 나에게 정말로 커다란 체험이었습니다. 대부분 고리타분한 교수들이 철학을 연구해 왔는데, 갑자기 기발한 철학자가 부활한 것 같았으니까요. 블로흐는 고대의 철학자 그리고 고대 철학의 정신을 독일어로 설파했습니다. 그건 놀라운 경험이었지요. 오랫동안 우리는 친밀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전쟁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어요. 두 사람 모두 세계대전을 혐오했으며, 정치적으로 좌-편향적인 태도를 견..

30 bloch 대화 2024.05.07

블로흐: (2) 청춘 시대, 실험 예술, 실증주의 비판

(앞에서 계속됩니다.) 페처: 말하자면 당신은 고전의 사변 철학에 근거한 철학관을 배운 다음에 독일의 대학에 발을 들인 셈이로군요. 입학을 위해서 누군가와 만났을 텐데요. 당신은 어떠한 계기로 뷔르츠부르크의 오스발트 퀴페와 같은 지도교수를 만나게 되었는지요? 블로흐: 앞에서 간략히 암시했듯이 처음에 뮌헨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녔지요. 원형과 같다고나 할까요? 만약 히틀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날에도 동경했을 것입니다. 뮌헨은 과거의 많은 전통을 보존하고 있지요. 청년 양식 그리고 “11명의 사형집행인”이라는 놀라운 도시 아닙니까? 베데킨트의 연극이 공연되었으며, 프란츠 마르크와 칸딘스키의 미술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지요. 1905년에 뮌헨으로 향했습니다. 뮌헨으로..

30 bloch 대화 2024.05.06

블로흐: (1) 청춘 시대, 실험 예술, 실증주의 비판

- 대화 참여자: 에른스트 블로흐, 죄르지 루카치, 이링 페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인 방청석에는 신학자 요한 밥티스트 메츠Johann Baptist Metz 그리고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1967년 9월 19일에 독일 헤센 TV 방송국에서 방영되었다. 출전은 다음과 같다. Rainer Traub (hrsg.). Gespräche mit Ernst Bloch, Suhrkamp: Frankfurt a. M. 1980, S- 28 - 40.) ........................ 페처: 블로흐씨, 당신은 아주 이른 나이에 철학에 몰두했다고 들었습니다. 도시 루드비히스하펜 그리고 만하임의 분위기가 당신의 청춘 시대에 상당히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 ..

30 bloch 대화 2024.05.06

박설호: 블로흐의 "재기억" 비판

1. 재기억 이론이란 무엇입니까? 블로흐의 "주체와 객체. 헤겔에 대한 주해 Subjekt - Objekt. Erlaeuterung zu Hegel"는 헤겔 사상과 재 기억에 관해 논하고 있습니다. 기억이란그리스어 단어에 의하면 “ανάμνηση”라고 하는데 , 플라톤 이래로 인식이론의 토대가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진리란 과거에 존재한 불변의 사실이라고 합니다. 진리를 파악하려면 인간은 다시 기억 속에 그것을 소환해내면 족하다고 합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진리를 다시 소환해내는 일이 바로 재-기억이라는 행위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고 속에 탈레스에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모든 철학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게 한 전매특허로서의 특징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문은 ..

30 bloch 대화 2023.11.14

블로흐: 죽은 뒤에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3)

5. 셋째로 헤겔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헤겔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의 운동을 뜻한다고 하는 원의 둥근 움직임은 어떻게 이해되는가요? 헤겔은 세계의 변화를 정신의 원 그리기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서 명제는 반대 명제를 거쳐 종합의 단계로 향하는데, 결국 맨 처음의 출발점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증법적 움직임에 의하면 하나의 명제는 결국 어떤 더 높은, 더 구체적인 단계로서의 명제로 환원된다는 것이지요. 이 경우 나타나는 것은 비유적으로 말해서 마치 물이 폭포수처럼 아래로 강하게 떨어지는 경우만은 아닙니다. 헤겔의 변증법에서 모든 현상은 모순과 결착되어 있는 폭포와 같은 무엇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헤겔 스스로 말한 바 있듯이 마치 굴을 헤집는 두더지의 행동처럼 출현하..

30 bloch 대화 2021.11.08

블로흐: 죽은 뒤에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2)

3. 첫째로 스파르타쿠스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Jean Paul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죽은 뒤에 대화를 나눌 상황에 처할 경우, 내가 과연 누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을까? 하고 질문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질문 자체가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군요. 예컨대 죽은 뒤에 스파르타쿠스와 담소를 나누는 것은 매우 긴장감 넘치는 일일지 모릅니다. 사도 바울과 담소를 나누는 것 역시 흥미진진할 테지요. 죽은 뒤에 헤겔과 담소를 나누게 되면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느끼리라고 여겨지는군요. 아직 발효되지 않은 무엇,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무엇 그리고 모순적인 무엇에 관한 대화를 생각해 보세요. 헤겔은 이러한 것들을 변화되는 움직임으로서의 개념의 흐름 이해하였..

30 bloch 대화 2021.11.08

블로흐: 죽은 뒤에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1)

1. 죽은 뒤에 나눌 수 있는 대화 나: 블로흐 교수님,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의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죽음은 자신에게 하나의 행운이라고 말이지요.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죄에 관해서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텔레마코스 등과 같은 걸출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런 기회를 맞이한다면, 누구와 기꺼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까? 너: 당연한 말이겠지만,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자신의 목숨과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사고의 연습이라든가, 단순한 희망 사항,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불멸성은 하나의 정언적 명제가 아니라, 아주 단순한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순진한 의미에서 한 남자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자존심 같은 ..

30 bloch 대화 2021.11.08

블로흐: 고향이란?

나: 그런데 고향의 개념은 당신의 철학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방 내지 지역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로는 주어진 토양에 입각한 고향을 가리키는 지리적인 장소라는 느낌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역과 지방은 한편으로는 편협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 그리고 한 장소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속물들을 떠올리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놀라운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완전히 도시화된 공간에서는 도저히 발견하기 힘든 특징이 아닐까요? 너: 고향은 나름대로 어떤 철학적 측면 내지 자신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독일 신비주의자인 에크하르트 선사가 언급..

30 bloch 대화 202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