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75

서로박: B. 슈미트의 '고향의 저편에서'

다음의 글은 블로흐의 제자, 부르크하르트의 책, "고향의 저편에서. 파괴성 속에 주도적으로 자리한, 유토피아에 적대적인 입장에 반대하면서 Am Jenseits zu Heimat. Gegen die herrschende Utopiefeindlichkeit im Dekonstruktiven." (1994)을 요약한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오늘날의 유토피아의 사고가 어떠한 기능을 지니는지, 그리고 현대의 디지털 기술 메커니즘의 사회에서 유토피아가 과연 어떠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 첫 번째 책은 1988년에 간행된 것으로서, 다른 글을 통해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여기서는 두 번째 문헌만을 고려하기로 한다. 『고향의 저편에서』는 후기 산업 사회에서의 유토..

23 철학 이론 2024.04.03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와 블로흐의 진보 개념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60년 초반에 에른스트 블로흐가 진보적 낙관주의를 과도하게 맹신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발터 벤야민의 역사적 진보에 대한 비판과 묘한 대립각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고찰할 때 두 사람의 역사적 견해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벤야민은 1940년 무렵에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진보라는 개념은 파국의 이념 속에 토대를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역사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파국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라, 그냥 우리 앞에 주어져 있을 뿐이다.” (Benjamin, Zentralpark, GS. Bd. 1/2, Frankfurt a. M. 1978: 655 – 690, Hier S. 683). 아도..

23 철학 이론 2024.03.24

서로박: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1900 -2002)의 "진리와 방법"은 1960년 튀빙엔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가다머는 세가지 방법론 -지적 방법 (ars intelligendi), 해명의 방법 (ars explicandi), 결합의 방법 (ars applicandi)-을 바탕으로 하여 해석학을 새롭게 그리고 포괄적으로 발전시킨다. 이때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적이며 법률적인 방법을 함께 고려하고 있으며, 철학에서 논의되는 해석학적 순환 및 (키르케고르의 “동시성”의 개념과 같은) 신학적 사고 유형 등을 이전, 확장 그리고 우주화시키고 있다. 가다머는 고전적 미학 용어인 “카타르시스”, “유희적 구상안” 등의 가치를 복원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에 충실한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태도는 미학적 모더니즘이 간..

23 철학 이론 2024.01.29

서로박: 칸트의 '어느 환시자의 꿈'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1 - 1804)의 「어느 환시자의 꿈. 형이상학의 꿈에 의한 해명 (Träume eines Geistersehers, erläutert durch Träume der Metaphysik)」은 1766년에 간행되었다. 이는 칸트의 놀라운 기지를 발휘한 풍자의 글이다. 여기서 칸트는 엠마누엘 스웨덴보리 (E. Swedenborg)의 심령주의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독일의 철학자 크리스티안 볼프 (Chr. Wolff)와 그의 추종자들의 합리주의 사상 역시 논제로 나타난다. 스웨덴보리와 그의 추종자들은 심령적인 방법으로써 영혼의 세계를 투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철학자는 정신과 영혼 세계의 신비로운 영역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

23 철학 이론 2023.12.31

서로박: 바흐오펜의 '모권'

요한 야콥 바흐오펜 (1815 - 1887)의 "모권 Das Materiarchat"은 철학 내지 종교사를 다룬 작품으로서 1861년에 발표되었다. 바흐오펜은 고대 그리스 이전의 선사 시대 및 고대사 연구에 있어서 로마 역사 연구가 테오도르 몸젠 (Th. Mommsen)의 이른바 직관적인 것을 중시하는 문헌학 역사 연구 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 몸젠에 의하면 서양 역사는 가부장적 수직 구조의 연속선상에서 파악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바흐오펜은 이러한 견해를 반박하고, 가부장주의의 사회 구조 이전에 이미 모권 사회가 존재했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로써 나중에 이어지는 역사적 발전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부권주의의 구도로부터 교체되었다는 것이다. 바흐오펜은 이러한 견해에 바탕을 두어 다음과 같이 주장..

23 철학 이론 2023.12.26

서로박: 베벨의 '여성과 사회주의'

사민당에서 활동한 유명한 정치가, 아우구스트 베벨 (1840 - 1913)의 문화 비평적 연구서인 "여성과 사회주의"는 1879년 라이프치히에서 불법으로 간행하였다. 그런데 책에는 간행 장소로서 “취리히”라고 씌어져 있다. 이른바 1878년에 공표된 “사회주의자 법”에 의하면 사회주의 노동자가 독일 내에서 어떠한 책도 출판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베벨의 책은 역사학 그리고 사회학의 연구서로 간행된 게 아니다. 그것은 나아가 정치적 투쟁을 위한 서적으로 집필된 것이다. 베벨은 처음에는 단순 노동자로 출발하여, 나중에는 놀라운 사민당 지도자로 일하다가 제국 의회 국회의원으로 경력을 쌓은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학문적 연구 방법과 실천적 의지를 가미시켜서, 가장 첨예한 여성 문제를 파헤쳤던 ..

23 철학 이론 2023.12.26

서로박: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Gaston Bachelard, 1884 - 1962)의 "공간의 시학 (La Poétique de l’Espace)"은 1957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불의 정신 분석 (Psychoanalyse du Feu)" (1938) 그리고 이후의 「몽상 (rêveries)」에서 바슐라르는 물, 불, 공기, 흙 등의 4원소에 예술적 상상의 특성을 찾으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프로이트의 충동에 관한 정신 분석을 (영혼의 삶에 대한) 자연 원소의 결정주의의 영향과 접목시킨다. 󰡔공간의 시학󰡕은 예술적 상상력을 주어진 제반 종속적 요소들로부터 일탈시켜, “물질적 상상력 (imagination matérielle)”을 “창조적 상상력 (imagination créatrice)”으로 대치시키고..

23 철학 이론 2023.12.18

서로박: 프랑크의 '신구조주의란 무엇인가?'

만프레트 프랑크 (M. Frank, 1945 -)의 "신구조주의란 무엇인가? (Was ist Neostruktu- ralismus?)"는 198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여기서 신구조주의란 후기 구조주의를 지칭한다. [원래 “신 (新, neo)”이란 유럽의 언어적 뉘앙스에 의하면 부정적인 어감을 지니고 있다.] 프랑크는 정신 분석학과 언어학에서 다양한 각도로 연구되는 후기 구조주의에서 어떤 심층적 공통성을 찾으려 했다. 신구조주의는 구조의 개념을 동시적으로 대립하는 것들의 시스템으로 이해하며, 또한 이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려 한다. 그것은 전제적으로 고찰할 때 중앙 집권적 폐쇄구조 대신에, 어떤 폐쇄되지 않은 탈 중앙적 구조를 표방하고 있다. 프랑크는 맨 처음 두 가지 철학적 전통 사이의 ..

23 철학 이론 2023.11.24

서로박: 폴 드 만의 "미학의 이데올로기"

폴 드 만 (Paul de Man, 1919 - 1983)의 "미학의 이데올로기. 철학적 텍스트에 관한 엣세이와 논문 (Aesthetic ideology. Essays and papers on philosophical texts)"은 80년대 중엽에 유고집으로 간행되었다. 본서는 "독서의 알레고리 (Allegories of Reading)"의 출간 후에 마지막으로 시도한 작품이다. 하이데거는 횔덜린의 작품이 하나의 (철학적으로 왜곡된) 구원적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드 만은 이를 뒤집어 다음의 사항을 추론해낸다. 즉 낭만주의의 자기 성찰의 배후에는 수사학적인 자기 파괴의 동기가 내재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동기는 문학 텍스트 및 철학 텍스트를 동일하게 해체시킬 수 있는 무엇이다. 드 만은 ..

23 철학 이론 2023.11.22

서로박: (2) 존재와 존재자, 혹은 수운과 화이트헤드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신 그리고 자연 (Spinoza), 존재자 그리고 존재 자체 (Heidegger), 신 그리고 창조성 (Whitehead), 존재 그리고 초월의 존재 (Tillich)는 서로 포함(包含)하는 관계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들은 단순히 이원론의 관계로 고착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서로 이질적인 내용을 지닌 채 양단적(両断的)으로 배척하는 게 아니라, 상호 조화롭게 영향을 끼쳐서 제각기 변해나가는 양단적(両端的)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양단(両端), 다시 말해서 서로 이어질 수 있는 두 개의 끝을 가리킵니다. 7.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를 포함(包含)하며 양단적(両端的)으로 작용하는 상제로서의 신과 지기로서의 기운은 서로 통합하고 조우하며 아..

23 철학 이론 20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