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브레히트의 "나중에 네 뒤따라 떠났을 때"

필자 (匹子) 2022. 3. 7. 16:33

"나중에 네 뒤따라 떠났을 때"는 참으로 에로틱한 시입니다.

Als ich nacher von dir ging

 

Dorine Niezing (1분 23초)

https://www.youtube.com/watch?v=ukQGRF2ZUM4

합창

https://www.youtube.com/watch?v=90lyJiOR60A 

 

나중에 너의 뒤따라 떠났을 때

바로 그 위대한 오늘

세상에 눈을 떴을 때 내게는

우스운 사람들만 보였네.

 

Als ich nachher von dir ging

An dem großen Heute

Sah ich, als ich sehn anfing

Lauter lustige Leute.

 

그날 저녁이 지난 뒤부터

뭘 말하려는지, 넌 짐작하겠지

나의 입술은 더욱 아름답고 나의

다리는 더욱 날씬하게 보였지.

 

Und seit jener Abendstund

Weißt schon, die ich meine

Hab ich einen schöneren Mund

Und geschicktere Beine.

 

그렇게 느낀 뒤부터, 나무와

관목과 들판은 더욱 푸르고

내 알몸에 물을 끼얹을 때마다

그건 더 시원하게 느껴지고.

 

Grüner ist, seit ich so fühl

Baum und Strauch und Wiese

Und das Wasser schöner kühl

Wenn ich’s auf mich gieße

 

해설

상기한 시는 1950년 작곡가 폴 드소 (Paul Dessau)를 위해 씌어졌는데, 연작시 「네 편의 연애 시」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53년 기타 반주로 처음 발표되었으며, 협주곡의 프로그램 책자에 실렸습니다. 브레히트는 이 작품에다 “어느 사랑하는 여자의 노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작품 내에서 처녀는 “그날 저녁”에 무언가를 체험합니다. 이러한 체험은 시각조차 변화시킵니다. 그미의 눈에 사람들이 우스꽝스럽게 비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날 저녁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처녀는 이에 관해 발설하지 않습니다. 성을 발설한다는 것 자체가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뭘 말하려는지 넌 짐작하겠지”. 이때의 체험은 너무나 큰 것이었으므로, 주위의 사물 어느 것도 그미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비로소 그의 “뒤따라” 그곳을 떠났을 때, 그제야 모든 것이 정확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 연인은 침대에 있었을까요? 그럴지 모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살 섞기는 그미에게 일상적인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새로운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이 그미에게 “위대한” 날로 기억되는 게 아닐까요? 처녀는 “그날 저녁”에 자신의 처녀성을 상실합니다. “처녀성 상실”이라는 표현은 오늘날 진부하게 들리므로, 달리 표현해 봅시다. 그미는 그날 저녁에 사랑하는 임에게 자신의 순결을 바칩니다. 첫 경험은 마치 “꽃이 꺾이는defloriert” 것과 같습니다. (Reich-Ranicki 2000: 235).

 

그렇지만 첫 경험은 “상실”과는 정 반대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처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상실하기는커녕, 찬란하게 만개하지 않습니까? 작품에서 그미는 스스로 그렇게 느낍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화된 것입니다. 이제 우스운 사람들이 분명히 인지되고, 주위의 자연은 초록을 뽐냅니다. 자신감 역시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미는 자신의 “입술”이 옛날보다 더욱 아름다우며, 자신의 “다리”가 날씬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경험과 이로 인한 감정은 인간의 심리 상태를 놀라울 정도로 변화시키고, 인식 능력마저 바꾸어놓습니다.

 

이 시를 쓸 무렵 브레히트의 나이는 52세였습니다. 성숙한 시기의 시인, 그러나 그는 여전히 청춘을 사랑하는 남자 한 사람이었습니다.

 

???? als ich naher.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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