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120

박설호: (1) 블로흐의 카테고리 이론

역동적 개방성으로서의 카테고리 “현실적인 것은 과정이다. 이것은 현재, 완결되지 않은 과거 그리고 기능한 미래 등을 폭넓게 중개한다. 그래, 현실적인 것은 가능성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전선으로 나아간다. 부분적으로 조건화되어 있는 모든 것은 가능하며, 아직 완전히 폐쇄적으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Bloch, PH: 225) 1. 카테고리는 보편적 존재에 대한 발언군이다.: 카테고리는 논리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존재에 관한 발언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대에는 정태적인 무엇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카테고리는 고발, 고소, 고발의 원인이라는 어원을 지닙니다. (김진성: 18). 카테고리는 법적 진술과 연결되는 술어입니다.  진술 내지는 발언에는 주어가 있습니다. 주어는 실제로, 혹은 언어상으로 ..

27 Bloch 저술 10:00:39

서로박: (2) 유토피아의 정신. (제2판)

1. 유토피아의 정신은 두 가지 서로 다른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유토피아의 정신󰡕 제2판은 20세기 초의 유럽을 염두에 두면서, 시대 그리고 예술에 관한 명상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블로흐가 글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짧은 단상으로 시작됩니다. 블로흐는 예컨대 항아리, 유리 그리고 가구 등과 같은 가시적이고 지엽적인 사물들을 다루면서, 자신의 사고를 단편적으로 개진해 나갑니다. 뒤이어 이어지는 논의는 예술에 대한 개념적인 해명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블로흐는 주어진 연구 대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객관적인 틀로서 양식화하는 사상가가 아니라, 주어진 일상의 사물로부터 깊은 새로움을 도출해내는 사상가에 ..

27 Bloch 저술 2025.02.20

서로박: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1)

1. 처음부터 끝까지: 블로흐의 사상적 궤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발전 변모한 게 아니라, 20대에 이미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20세기 초에 출현한 블로흐의 사상적 특징은 1960년대 말에 이르러서도 별반 차이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평생에 걸친 피눈물 나는 노력이 그를 위대한 사상가의 반열에 들어서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블로흐의 사상적 정수는 –마치 여성들이 처음부터 400 여 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처럼- 젊은 시절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었습니다.  블로흐는 1918년에 뮌헨/라이프치히에서 제 1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유토피아의 정신󰡕에서 유토피아는 한마디로 이상 사회 내지는 이상 국가에 대한 설계를 고려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원칙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27 Bloch 저술 2025.02.19

서로박: 블로흐와 아도르노

아도르노는 호르크하이머가 부분적으로 용인했던 유토피아의 이데올로기 비판이라는 기능마저 부인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를 선취하는 태도는 아도르노에 의하면 주어진 현실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전체로 매도하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어떤 다른 현실은 미래의 선취하는 의식에서 파생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이미 주어졌던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재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의 모순은 그 과정에 있어서 언제나 계획이나 진단에 의해서 전개될 뿐, 일반 사람들이 갈구하는 바는 결코 현실로 나타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모순은 변증법적으로 발전되거나, 사회적 진보를 추동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모순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Hermand: 109).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주어진 현실에서 해결되거나, 극복될 ..

27 Bloch 저술 2025.01.04

박설호: (5)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19. 자연 주체, 중개된 터전과 그 부호: 블로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출현하는 자연은 미래의 지평에서 최종적으로 출현하는 역사와 다름이 없다고 말입니다. 오로지 이러한 지평 위에서 미래의 기술이라는 중개 작업이 작동될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자연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도 모조리 철거하지 않은 건축의 터전으로 이해합니다. 다시 말해 아직 적절하게 주어지지 않은, 인간의 가옥을 위한 건축 자재들이 바로 자연 주체라는 것입니다. 자연 주체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옥을 축조할 수 있는 구체적 상이며, 어떤 객관적 유토피아의 범례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가옥은 역사 속에 마련될 뿐아니라, 인간 행위의 토대 위에서 건설되는 것은 ..

27 Bloch 저술 2024.11.10

박설호: (4)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15. 헤겔이 파악한 자연과 변증법 이론: 헤겔 역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적대적 태도는 자연법칙에 대한 지배를 낳게 하는데,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자연의 “소재Stoff” 속으로 파고드는 일보다는, 오히려 “지략List”을 통한 이용 가치의 의미가 강하게 내재해 있다는 것입니다. 블로흐는 자연에 대한 자본주의자들의 일방적 시각이 자연을 무조건 정복하려는 의향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합니다. 이때 제기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입니다. 어쩌면 자연 속에 이미 무언가 생산 해내는 경향적 잠재성이 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엥겔스가 지적한 자연의 변증법적 결과로서 자연 주체의 가능성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물질은 시간 개념 ..

27 Bloch 저술 2024.11.08

서로박: (3)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조르다노 브루노가 파악한 자연과 물질: 아베로에스는 중세의 아라비아 철학자, 아부 술라이만 알-시지스타니 (Abu Sulayman al-Sijistani, 832 – 1000)에게서 적극적 특징을 지닌 물질 개념을 찾아내었습니다. 그의 『두 편의 물리학 해설 Commentarium in II librum physicorum』에서 산출하는 자연의 개념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BWB: 379). 여기서 아베로에스는 스코투스 에리우게나Scotus Eriugena가 처음 언급한 창조적인 물질이라는 개념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토마스 아퀴나스도 이 점에 착안하여 어떤 적극적 물질을 구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왜냐면 절대적 신의 존재가 그에게는 더욱..

27 Bloch 저술 2024.11.04

서로박: (2) 블로흐와 자연 주체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개념, 실체, 기체: 아리스토텔레스의 몇몇 개념들은 어떤 의미론적 혼란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체οὐσία”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한편으로는 개별적 사물과 연결되는 주체를 가리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사물 속에 깃들어 있는) 본질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체의 개념은 “히포케이메논ὑποκείμενον”으로 표현되는데, 개별 사물로서의 주체를 가리킬 뿐 아니라, 개별 사물 속에 도사리고 있는 소재 원인으로서의 “기체Substrat”로 의미론적 확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실체”라는 말은 “어떤 존재자의 실체”라는 이항관계에 따라 사용되기도 하고, 단적으로 어떤 존재자를 “실체”라고 부르는 경우처럼 단항개념으로 사용되기..

27 Bloch 저술 2024.11.03

서로박: (1) 블로흐와 자연 주체

당신을 위해서 블로흐와 자연 주체에 관한 사항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OTL ...................  “우리는 반드시 창조되는 자연 자체가 될 것이다. Natura naturata nos ipsi erimus.” (블로흐)   1. 근원의 근거와 물질의 운동: 에른스트 블로흐의 자연 주체의 개념을 고찰하기로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물음을 간파하게 될 것입니다. 즉 블로흐가 수미일관 추적하던 물질의 존재론이 어떻게 과정으로서의 유토피아의 인식론과 마주치게 되는가? 자연은 서양 철학의 오랜 역사에서 지엽적 사항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 다양한 의미를 지니므로, 철학적 논의에서 제외되곤 하였습니다. 대신에 중시된 것은 세계의 근원을 밝히는 과업에서..

27 Bloch 저술 2024.11.02

박설호: (5) 루카치와 블로흐. 사상과 예술론의 차이점

20. 자연 주체에 관한 블로흐의 시각: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루카치가 인간, 사회 그리고 역사 발전을 중시하여, 오로지 정치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의 미학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블로흐는 유토피아의 사고 속에 인간 주체와 자연 주체를 설정하고, 자연의 인간화 그리고 인간의 자연화라는 서로 교차된 관점에서 사고해나갔습니다. 그런데 블로흐의 경우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물질 이론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자유의 나라”(Marx)에 관한 단초 역시 인간과 자연 속에 내재한 경향성과 잠재성이라는 사상적 촉수 속에 처음부터 발현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루카치의 사상이 20세기 초의 정치적 유토피아의 종말과 함께 현대성을 상실해 나간 반면, 블로흐의 자연 주체는 21..

27 Bloch 저술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