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브레히트: 제 7 번째 소네트

필자 (匹子) 2022. 4. 26. 11:47

제 7번째 소네트

 

그냥 너를 내게 맡기라고 조언하고 싶어,

그러니 타인에게 더 이상 꼬리치지 말라고,

허나 어떻게든 내버려두라고 말하면, 난 두려워

그리 조언하면, 너는 고분고분 순응할 줄 알았어.

 

네가 맛있는 음식처럼 나를 다루어달라는 것,

한 명 외엔 다른 식객에 다가가지 않는 음식처럼 말이야,

그는 접시를 밀치겠지, 정말 배가 부르니까.

어느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것은 쉽사리 망각되지!

 

나는 이렇게 생각해, 성의 일부를 교묘하게

이용하라고 규정된 시장의 법칙에 따르면, 이 경우

그러한 조언을 배가시킬만한 의혹이 자리하고 있어

 

당신의 조언은 좋을 수 있어요, 하고 말하겠지.

안타깝지만 나의 충고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의심스러울 테니까. 그래, 조언을 철회할게

 

 

Das Siebente Sonett

 

Ich riete dir, dich mir zu überlassen

Und keinen Handel mehr mit dir zu treiben

Doch fürchte ich, du sagst: das laß ich lieber bleiben

Wenn ich das tät, das könnte dir so passen!

 

Daß du mich dann behandelst wie ein Essen

Das außer einem keinen Esser hat:

Er schiebt’s vom Teller, denn er ist ja satt.

Was keiner stehlen kann, wird leicht vergessen!

 

Ich denke so: nach dem Gesetz der Märkte,

Das vorschreibst, den Geschlechtsteil auszunützen

Bestünd hier ein Verdacht, den solch ein Rat verstärkte

 

Dein Rat magst du sein, wirst du sagen, schad

Er ist verdächtig, auch zu unterstützen

Der ihn mir gibt. Gut, ich verschweig den Rat.

 

위의 시는 마르가레테 슈테핀에게 보내는 작품입니다. 당시 브레히트는 38세였고, 슈테핀은 28세였습니다. 브레히트는 히틀러의 폭력을 피해 덴마크의 스벤드보르에 잠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집필에 몰두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스벤드보르에 가옥에 머물게 하였고, 애인 루트 베를리우 그리고 마르가레테 슈테핀을 제각기 별도의 여관에서 거주하게 하였습니다.

 

아침잠이 없는 브레히트는 아침 7시만 되면, 루트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망명생활 동안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매일 새벽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와 빵을 조달(?)하는 일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브레히트는 자신의 서재로 슈테핀을 호출하거나, 슈테핀이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가서 함께 글을 쓰다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시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것은 쉽사리 망각되지! Was keiner stehlen kann, wird leicht vergessen!" 여기서 어느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것은 혼인의 서약을 통한 두 사람만의 결합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결코 제 3자가 관여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을 지칭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망각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사랑이 망각된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요? 그것은 사랑의 강도 내지 특정 인간의 성적 매력과 관계됩니다. 만약 사랑이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를 통하여 오로지 두 사람의 관계로 국한되면, 사랑의 강도는 약화되거나 망각됩니다.

 

어쩌면 이 문장은 질투심과 관련하여 인간 심리의 핵심을 지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원래 새장에 갇힌 새는 노래하기를 멈춥니다. 새에게 있어서 노래는 바로 구애의 행위 내지는 자신의 매력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주인은 새를 바라보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새는 -설령 두 마리가 새장 속에 있다고 하더리도- 새장 속에서 영혼의 빛을 서서히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서로의 결속을 다지고 맹약하면, 그럴수록 그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각기 사랑의 광채를 잃게 됩니다. 어쩌면 가정주부의 존재는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급진적으로 차단시키는 가장 극단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형태라고 합니다. (Kebir 1989: 138) 가정주부는 세인으로부터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될 뿐 아니라, 나아가 이르든 늦든 간에 남편으로부터 지루한 존재가 됩니다.

 

어쩌면 질투를 극복하는 일이야 말로 사랑의 삶에 있어서 개개인의 자기 교육의 근본적 과제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일견 인간의 영혼은 일견 더럽게 보이는 다부다처제라는 번데기의 과정을 통해서 나비처럼 찬란한 사랑을 만끽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어쨌든 질투심을 적게 품는 일 - 이것이야 말로 심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본질적 역설로서, 인간관계의 지속성과 풍요로움을 보장해주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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