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서로박: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리의 평화

필자 (匹子) 2022. 3. 9. 12:15

1. 힘 빠지게 하는 전쟁의 소식,: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을 접할 때 지식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눈앞의 무력적인 대결 구도를 완화시키고 파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오로지 전쟁 이전에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발발하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게 되고, 남는 것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크리스타 볼프는 전쟁 그리고 전쟁 이전의 시기 Krieg und Vorkrieg를 구분한 바 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지역을 침공했을 때 필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뒤이어 순간적으로 맥이 빠졌습니다. 간접적으로 접했던 처절한 전투, 살육과 아비규환의 장면들이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것을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졌던 것입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특히 지식인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필자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2. 푸틴의 오판: 독재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일주일 내에 장악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군대는 중동 지역에서 이러한 “정복을 위한 전쟁”을 여러 번에 걸쳐 연습한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독자적인 두 개의 독립 국가를 용인한 푸틴은 벨라루시 그리고 돈바스 그리고 크림 반도 지역에서, 다시 말해 북부, 남부 그리고 동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의 고삐를 당기면, 우크라이나는 단숨에 함락되리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예상과는 달리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저항이 그토록 강할 줄 올랐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85%가 우크라이나를 독립 국가로 여기면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구소련에 종속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무기와 화염병 그리고 헤지호그를 만들면서 결사항전을 선언하였습니다.

 

3. 서방 세계의 오판: 러시아 군대는 오래 전부터 돈바스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푸틴은 서방 세계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함으로써 경제적으로 그들의 목줄을 잡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북부 유럽에 공급될 노르트 스트림 2이라는 천연 가스관은 2021년 9월에 완공되었습니다. 독일은 경제적 군사적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군대는커녕 무기조차 보내지 않기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독일군이 오더 나이세 국경을 넘지 않겠다는 것은 1990년 헬무트 콜 수상과 러시아 사이의 회담에서 정해진 약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서방 세계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너머에 러시아 군대가 주둔한 것이 하나의 위협 내지 협박의 제스처라고 여겼습니다. 설마 러시아 군대가 침공하겠는가 하고 단순하게 믿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이게 나토 국가들의 오판이기도 했습니다.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하루 빨리 첨단 무기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올라프 숄 총리는 이를 거절하고, 오로지 외교적인 방법으로 모든 갈등을 해소하려고 했습니다. 뒤늦게 독일은 첨단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4. 미국의 오판: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세계 경찰의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적 수준과 위상은 미국과 어깨를 겨누게 될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희토류 세계 시장에서 미국은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더 이상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을 무찌르는 세계 경찰로서의 활동을 더 이상 행하려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미국의 이러한 철군 정책은 트럼프 정권에서 무엇보다도 백일하에 드러난 바 있습니다.

 

요약하건대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나토에 포함된 유럽 국가들이 잘아서 잘 해결하리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러나 푸틴은 미중 갈등을 은밀히 살피면서 서방 국가로 하여금 천연 가스 공급 등으로써 러시아에 의존하게 조처하였습니다. 그는 몰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5.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요약하건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땅을 차지하려는 독재자 푸틴의 야심 그리고 여러 나라들의 오판에 의해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놀라운 것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금도 나토 국가들이 육해공 가운데 공군만 지원해주면, 끝까지 싸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폴란드에 나토 국가들의 F16 전투기가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설령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게릴라전은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계속 될 전망입니다.

 

현재 러시아 군의 사기는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러시아의 양심적인 장교들은 무의미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내심 반감을 품고 있으며, 러시아 군인들 가운데 영문도 모르고 돈바스 지역으로 투입된 자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러시아가 설령 우크라이나를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16만의 군대로 4500만이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무력으로 다스리기란 역부족라고 여겨집니다.

 

6. 민주주의와 평화 운동: 푸틴은 아마도 우크라이나 동쪽 지역, 가령 돈바스 지역을 자신의 영토로 삼으면서, 전쟁을 종결시킬 공산이 큽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떠한 끔찍한 과정을 치를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러시아의 독재자는 이번의 전쟁을 위해서 러시아 전 지역의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서로 감시하도록 조처했습니다. 누군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 주위 사람들의 밀고로 인하여 소리 없이 체포되곤 합니다.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시와 밀고의 정책은 이미 히틀러 시대에도 나타났습니다. 브레히트의 『제 3제국의 공포와 참상』에는 부모를 밀고하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 그리고 벨라루시에서는 몇몇 엘리트 관료주의자들이 모든 권한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다음의 사실입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랜 노력과 몇몇 사람들의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가 끔찍한 관료주의 국가로 변질되는 것은 이러한 감시와 밀고의 정책으로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역시 어떻게 해서든 권력자 소수에게 모든 힘을 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7. 전쟁 외에도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토론은 전쟁 이전, 혹은 전쟁 이후에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의 와중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관해서 중국의 소설가 루쉰 역시 잡문에서 묘사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남깁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서든 중립적 평화 통일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특정 나라가 주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립을 지키려면, 일단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없는 나라는 주위에 떠밀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625 전쟁과 같은 불상사를 다시 한 번 맞이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갈등이 있으면, 이성적으로 해결하고, 경제적으로 교류하는 등 전쟁만은 치르지 말아야 할 테니까요. 전쟁이 없더라도 현대인들은 현재 생태계의 파괴로 고초를 겪고 있지 않습니까? 미세 먼지를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산불이 번져서 동해 인근 지역이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금강송이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 불행이 닥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