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5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1)

1. 『갈릴레이의 생애』의 다양한 판본: 브레히트의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갈릴레이의 생애 Leben des Galilei?는 여러 원고로 집필되었습니다. 각 원고들은 주제상의 편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교하게 기술된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가장 난해한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1원고는 1938/ 39년에 덴마크에서, 제 2원고는 1945/ 47년에 미국에서, 마지막 제 3원고는 1954/ 56년에 집필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1원고를 덴마크 판으로, 제 2원고를 캘리포니아 판으로, 제 3원고를 베를린 판으로 명명합니다. 특히 제 3원고는 제 2원고에 비해 내용상으로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1원고와 제 2원고는 작품의 형상화에 있어서 ..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2)

친애하는 H, 눈을 뜨니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뒤낭의 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팔려나갔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은 뒤낭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더러는 파리로 와서 강연해 달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서는 뒤낭이 의도하는 국제적인 자선단체가 결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뒤낭은 제네바 출신의 약혼녀와의 밀회를 꿈꾸고 있었고, 결혼 전 약 2주일간의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편지는 뒤낭의 인류애를 자극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약혼녀와의 도보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국제 자선 단체에 참가하기 위하여 프랑스 파리로 떠났습니다. 친애하는 H, 뒤낭은 멋지게 차려입고, 군인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에 관해 강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뒤낭의..

46 Brecht 2023.02.04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1)

친애하는 H, 오늘 브레히트의 단편 「앙리 뒤낭 씨의 기이한 병 Die seltsame Krankheit des Herrn Henri Dunant」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작품은 당신에게 두 가지의 중요한 사항을 전해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하나는 앙리 뒤낭과 적십자 운동 및 사회복지에 관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브레히트가 고심했던 자아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사이의 모순관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작품은 1942년에 집필되었지만, 훗날에야 비로소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67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간행된 브레히트 전집에 빠져 있었는데, 이년 후에 “보충 판 Supplement”에 비로소 수록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국제 적십자사는..

46 Brecht 2023.02.04

박설호: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너: 지면 관계로 다른 작품을 살펴볼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슈테핀의 시적 주제를 요약해주시지요? 나: 네, 슈테핀의 시작품은 고통에 처한 여성의 뒤엉킨 사랑의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사랑을 둘러싼 부차적인 복합적 증상들이 뒤섞여 있지요. 물론 슈테핀은 요절했지만, 그미가 남긴 소네트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너: 인간은 이성적 존재지만, 다른 한편 본능적 동물이지요? 나: 네, 인간의 몸은 지렁이처럼 반응합니다.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인간 동물의 사랑을 연속적으로 방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를 질시하며, 초조한 불안으로 어쩔 줄..

21 독일시 2022.10.30

박설호: (4)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4. “생각해 봐, 당신이 살 섞었던 모든 여자가” 너: 임에 대한 헌신은 문학 작품 집필에서도 나타납니다. 만약 슈테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브레히트는 많은 명작을 완성하지 못했겠지요? 나: 그렇습니다. 1930년대에 슈테핀은 한스 아이슬러의 말대로 “브레히트의 가장 귀중한 협력자”였습니다. 가령 「호라치와 쿠라치」, 「둥근 머리와 뾰족 머리」, 「제 3제국의 공포와 참상」, 「카라 부인의 무기」, 「아르투르 우이의 저지할 수 있는 상승」,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 등과 같은 놀라운 수준의 드라마 작품들을 생각해 보세요. 슈테핀은 연인을 위해서 직접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했고, 원고를 세심하게 정리했습니다. 너: 자신의 창작보다도 임을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군요. 나: 네. 그밖에 슈테핀은 ..

21 독일시 2022.10.25

(명시 소개) (4) 타향에서 고향 찾기, 이교상의 연작시 "담양에서 쓰는 편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고향의 심리적 의미 (자아) 너: 세 번째 주제인 고향의 심리적 의미 역시 상기한 사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나: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인의 자세 내지는 사명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을 통해서 “댓잎”과 같은 삶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시인은 단양 지역의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시 창작을 통해서 자신이 왜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너: “말의 거품”을 가려내고, “헛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말하자면 창작 행위를 통해서 실현된 셈이네요? 나: 네, 젊은 시절에 시인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 자신을 안데르센의 동화에 등장하는 “미운 오리새끼”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 창작을 통해서 자신이 오리가 아니라, ..

19 한국 문학 2022.07.08

브레히트: 이성의 저항력에 관한 연설 (2)

(앞에서 계속됩니다.) 두뇌노동자는 자신의 개별 영역의 연구를 위해서 자신의 논리적 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만 국가는 그가 자신의 논리적 사고의 능력을 (전쟁 내지 평화의 문제와 같은) 주요 분야에 적용시킬 능력을 갖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권합니다. 두뇌노동자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혼자 고심할 수는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권을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게 모조리 떠맡기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쟁을 치를 것인가,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을 생각해 보세요. 문제는 이러한 소수의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두뇌노동자들은 이를테면 물리학 그리고 의학 등과 같은 개별 영역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어떤 학문적..

46 Brecht 2022.06.08

서로박: 제거스의 '통과 비자' (2)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주인공, 의사를 연적으로 간주하게 되다.: 주인공은 의사가 가급적이면 마르세유를 떠나도록 그를 도와줍니다. 그렇게 해야 마리를 그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선박의 승선권은 어느 장교에 의해 몰수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의사는 떠날 수 없게 됩니다. 의사는 주인공을 만나, 자신이 마리와 새살림을 차릴 계획을 품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주인공은 의사가 출국하지 않은 데 대해 분개하면서, 그와 마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게 조처합니다. 주인공은 드디어 미국으로 향하는 경유 허가를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에스파냐를 경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바이델은 1930년대 말에 에스파냐 내전 당시에 발생한 대량학살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발표했기 때문이었습..

45 동독문학 2022.05.10

브레히트: 제 7 번째 소네트

제 7번째 소네트 그냥 너를 내게 맡기라고 조언하고 싶어, 그러니 타인에게 더 이상 꼬리치지 말라고, 허나 어떻게든 내버려두라고 말하면, 난 두려워 그리 조언하면, 너는 고분고분 순응할 줄 알았어. 네가 맛있는 음식처럼 나를 다루어달라는 것, 한 명 외엔 다른 식객에 다가가지 않는 음식처럼 말이야, 그는 접시를 밀치겠지, 정말 배가 부르니까. 어느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것은 쉽사리 망각되지! 나는 이렇게 생각해, 성의 일부를 교묘하게 이용하라고 규정된 시장의 법칙에 따르면, 이 경우 그러한 조언을 배가시킬만한 의혹이 자리하고 있어 당신의 조언은 좋을 수 있어요, 하고 말하겠지. 안타깝지만 나의 충고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의심스러울 테니까. 그래, 조언을 철회할게 Das Siebente Sonett..

46 Brecht 2022.04.26

브레히트: 제 6번째 소네트

제 6번째 소네트 몇 년 전 어느 날 네게 많이 기대었을 때 나는 그다지 강하게 집착하지 않았어. 즉 원하지 않으면 그리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욕망이 적으면 고통 또한 매우 경미하다고 그러니 많은 욕망 대신에 고통 없는 게 낫고 스스로 참아내는 게 잃어버리는 것보다 나은 법이야 남자의 욕망이 그러하니, 괴로워할 필요 없어. 할 수 있다는 건 좋으나, 해야 한다는 건 나빠. 물론 이는 형편없는 가르침에 불과해 한 번도 잃지 않은 자는 풍요롭다고 말할 수 없어 그렇다고 싫증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야... 내 말뜻은 이래: 무언가에 강하게 기대하는 자에겐 끔찍한 시간 역시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법이야.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사물의 주인이 아니야. Das sechste Sonett Als ich vor Ja..

46 Brecht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