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139

(명시 소개) 선안영의 시, '얼룩 무늬 하루'

얼룩 무늬 하루 선안영 1.맨살의 두 다리를 스타킹에 넣는 순간 그물 병에 갇힌 듯 파닥이며 저항한다 포획된 먹잇감처럼 불행이 감전되는 2.매일매일 출발할 뿐 도착한 적 없으니 혀를 깨문 시간은 정글의 피맛이 나 날쌔게 잭나이프 칼날처럼 나를 구겨넣는 날 3.찔레 넝쿨 가시 속 비상같은 흰 꽃 피어 우거진 질문들을 받아쓰는 물 웅덩이 패어진 길의 등짝에 또 얼룩이 꽃핀다. .............. 선안영 시집, 저리 어여쁜 아홉 꼬리나 주시지, 문학들 2021. 74쪽 이하. 선안영 시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작품 얼룩 무늬하루는 (직장?) 여성이 겪는 불안과 피해 의식을 작품 속에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직장을 구해 처음 출근하는 대부분 여성은 "포획된 먹잇감"으로 간..

19 한국 문학 2025.04.04

(명시 소개) 고현철의 시, '고전 읽기'

고전 읽기고현철  다음 빈칸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낱말을 쓰시오. 사람들은 어리석기 때문에 (       )를 용서한다. 그러나 나는 어째서 그렇게 용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이 이 (       )의 혹독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것보다 마음속으로부터 어떤 의식이 깨어 있었더라면 .... 많은 고대의 (       )들은 그들 곁에서 커온 총애자에 의해 제거되었다. 이러한 일을 행한 자들은 (       )의 본질을 알았고, 권력을 믿지 않았으며, (       )가 의지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는 누구를 사랑하지도, 누구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없다. 실린 곳: 고현철 시집, 평사리 송사리, 전망 2015. ...............

19 한국 문학 2025.04.01

서로박: (3) 문창길의 시, '너는 네 우주를 안고 돌아올 것이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5.B; 네, 그만큼 문창길 시인의 마지막 시구는 감동 그 이상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이 서두에 지적하셨던 교육의 본질적 의미 그리고 젊은이가 체험하는 입신(立身)의 방향성에 관해서 살펴볼까요?A: 교육이란 사실을 접하고, 무언가를 깨닫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불안한 미래를 염두에 두면서 직업 교육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학교와 가정 그리고 학원을 오고 가지요.B: 어릴 때부터 부모들은 사유재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문 잘 잠그고 다녀라.”고 가르치지요. A: 어쩌면 가정을 떠나 다른 곳에 체류하며 배우는 게 진정한 교육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친구를 생각하고, 사회 그리..

19 한국 문학 2025.03.03

서로박: (2) 문창길의 시, '너는 네 우주를 안고 돌아올 것이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3.B: 아, 미얀마에서는 단기출가가 하나의 성년식으로 인정되는군요.A: 그렇습니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수련을 통해서 “높은 산 저 안개밭보다 무궁한/ 고행”을 체험하게 됩니다. 코코 아웅은 절에서 스님으로서의 수련에만 몰두하는 게 아닙니다. 이전에 아이들과 “대나무 공”을 차고 “풀밭”을 돌아다녔듯이, 같은 절에서 만난 도반과의 우정을 갈고 닦습니다. 모든 것은 넒은 의미에서의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코코 아웅내일이면 스님으로 불러야 한다그러다 열흘 후면 다시속세의 어린 친구로 돌아올 것이다오늘 그의 엄마는 파르라니 빛나는아들의 머리를 매만진다그래 이제 엄마를 떠나거라너의 고향은너의 모태는궁극적 평안에 이르는 니르바나에 있느니라 B. 두 번째 연은 코코 아웅이 ..

19 한국 문학 2025.03.03

서로박: (1) 문창길의 시, '너는 네 세계를 안고 돌아올 것이다.'

1.B: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다룰 작품은 문창길 시인의 시 「산족마을 동승 신쀼의식을 보며」입니다. 작품은 일견 미얀마의 종교적 관습을 서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선생님은 어떠한 이유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요?A: 문 시인의 시편은 한마디로 그냥 넘길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명시의 기준을 무엇보다도 주제의 다양성에서 발견하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기 무엇하지만, 작품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로 「산족마을 동승 신쀼의식을 보며」는 미얀마의 소승불교의 전통적 문화를 개관하고 있고, 둘째로 불교의 구도 정신 내지는 종교적 인간이 삶에서 추구하는 갈망과 방향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B: 재미있는 말씀이로군요. 두 가지 다른 주제는 ..

19 한국 문학 2025.03.03

전홍준의 시, '성수'

성수 성수가 죽었다가족들 들에 나가고소죽을 끓이다 발작을 해옷에 불이 붙어열다섯 해 짧은 생을소신공양하였다 불치병이라는 간질에 걸려일 년 만에 학교를 작파하고온 동네 골목을 쏘다니며누구 집 살구가 언제 익는지어느 둠벙에서 고기가 잘 낚이는지모르는 것이 없던동네의 박물박사 우리가 자치기를 하고 있으면삶은 고구마로 유혹하며끼워달라고 애걸하던 외톨이 멀쩡하다가도 거품을 물고 쓰러져몸이 뻣뻣해지며 발작을 하면누구나 질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온 몸에 죄를 바르고폐차 직전의 차처럼 털털거리는일흔의 고개에서하늘나라 선배인 동무가간절히 생각나느니 나 그곳으로 돌아가면따돌렸다고 원망하겠지세상의 구린내 심하다고본체만체하겠지  *시작노트사람의 일생은, 조물주가 내어준 숙제를 잡고,전전긍긍하는 것이다. 해는 넘어가고 배는 고..

19 한국 문학 2025.02.23

(명시 소개) 홍성란의 '소풍'

소풍홍성란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멀리 환한복사꽃 꽃 두고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시조집: 바람의 머리카락, 고요아침에서)     생 (生)이 그저 아름다운 소풍으로 이어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리라. 옛날 같으면 삼시세끼 걸르지 않는 것도 힘들었다고. 대부분 무지렁이로 태어나 빈손으로 무언가 움직이며 일해야 그저 밥 한 그릇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요즈음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수저는 드물고, 흙수저는 많다. 그렇지만 요즈음이라고 해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다. 끼니 걱정은 아니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욕 먹지 않고, 자존심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이 드니까 말이다. 최소한의 스트레..

19 한국 문학 2025.01.23

서로박: 민영규의 시, '떨리는 지남철'

떨리는 지남철민영규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무엇이 두려운지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우리는 그 바늘의가리키는 방향을믿어도 좋다.만일 그 바늘 끝이불안한 전율을 멈추고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이미 지남철이아니기 때문이다. .............  해설에 갈음하는 일곱 가지 사족  1. 서여 (西餘) 민영규 (閔泳珪, 1915 - 2005)의 시인데, 신영복 선생이 서예로 남긴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저서 "담론"을 읽으면, 우리는 이 시를 다시 한 번 접할 수 있습니다. 민영규 선생은 동양사, 불교 그리고 강화의 민속학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민 교수님은 1976년에 연세대 출판부에서 "예루살렘 입성기"라는 책에서 이 시를 소..

19 한국 문학 2025.01.16

(명시 소개) 서로박: (5) 함석헌의 'Avez-vous quelqu’un'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독어와 불어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잘못된 점 발견되면 지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Hast Du jemandHam Sokhon Hast Du jemand, denDu beauftragst, für Deine Familiiezu sorgen, bevor Du Dichauf den zu langen Weg machst. Hast Du jemand, derDir mit derselben Gesinnung traust,während die Welt Dir, einem Einsamenresolut den Rücken kehrt. Hast Du jemand, derDir bei einem sinkenden Schiffden Rettungsgürtel überläßt und sa..

19 한국 문학 2024.12.11

(명시 소개) 서로박: (4)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B: 그렇다면 종교적 의미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요. 앞에서 언급한 강수택의 논문에서도 제기된 바 있듯이, 씨ᄋᆞᆯ이 일반 사람들 가리키는가, 지식인을 아우르는가? 하는 물음은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A: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함석헌의 “씨ᄋᆞᆯ”이라는 존재는 민초(民草)를 가리킵니다. 그렇지만 씨ᄋᆞᆯ이 인간의 몸 가운데 발이라면, 지식인은 신경세포가 집중되어 있는 인간의 뇌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러나 신체조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능 역시 상호 작용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지식인 가운데 씨ᄋᆞᆯ이 존재할 수 있지요. 함석헌의 “씨ᄋᆞᆯ은 생명체의 원형과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김경재는 씨ᄋᆞᆯ의 의미를 동학 운동을 벌이는 민초에서 발견..

19 한국 문학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