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122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선생은 1897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일제 식민지의 탄압으로 중국으로 망명했습니다. 1923년 그곳에서 독일로 건너가서 동물학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1946년에 "압록강은 흐른다"를 독일어로 발표하였습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1분) https://www.youtube.com/watch?v=4ZJckdPFVO8 다음을 클릭하면 압록강은 흐른다 영화 요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분 39초) https://www.youtube.com/watch?v=mx1QN2m6ViE 다음의 동영상은 이미륵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뮌헨 시가지의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의 가슴에 와닿습니다. 압록강은 흐른다. 1부 (1..

19 한국 문학 2024.02.01

(명시 소개) 한용운의 시, '후회'

후회 한용운 당신이 계실 때에 알뜰한 사랑을 못하였습니다. 사랑보다 믿음이 많고 즐거움보다 조심이 더하였습니다. 게다가 나의 성격이 냉담하고 더구나 가난에 쫓겨서 병들어 누운 당신에게 도리어 소활(疎阔)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가신 뒤에 떠난 근심보다 뉘우치는 눈물이 많습니다. ...................... 만해 한용운 시전집, 참글세상 2016, 81쪽. (시 해설) H: 당신의 참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그 까닭은 나의 의지에는 사랑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무언가를 갈구하는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그것은 본능적 탐욕이거나 명예욕일 수 있습니다. L: 별반 아름답지도 않는, 평범한 몸을 지닌 영혼입니다. H: 그렇기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나를 포옹하는 당신의 넓은 마음..

19 한국 문학 2024.01.30

(명시 소개) 백무산의 시, '영천 장터'

영천 장터 백무산 장꾼들 틈에 끼여 마음도 왁자하게 열어두고 어딘가 구겨지고 귀퉁배기 하나씩 허물어진 사람들과 섞여 애가 타고 목이 쉬게 장돌림을 하다가 아버지들처럼 쇠전거리 국밥집에서 두어잔 탁배기 들이키고 가야지 못 잊고 못 간 그 길 타는 자갈길 능금꽃 피고 지면 보리가 따라 익고 뻐꾸기 한나절 울음에 문둥이 따라 울던 곳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 완산 대보둑길 노고지리 둥지틀던 여울 건너 버덩 목화밭 타는 밀밭 남상남상 봇물 위로 날으던 물새 혹부리 영감 나룻배 타고 푸른 바람을 타고 못 잊고 못 간 그 길 타는 자갈길 짙푸른 금호강에 몸을 던진 여인이 벗어놓은 하얀 코고무신 한 켤레 눈이 시리던 청석바위 벼랑길 따라 비탈을 지나 초가집 하나 그가 떠난 날은 콩잎이 누렇게 익을 무렵이었다지 칙간 거..

19 한국 문학 2024.01.24

서로박: (3)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5. 凸: 한마디로 문창길의 시, 「메꽃 1」 그리고 「메꽃 2」는 자연스러운 사랑과 작위적인 사랑을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凹: 시어 역시 이런 식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1. “발뿌리” - “혓잎” (꽃과 여성의 상관관계), 2. “메마른 핏줄” - “속살 (열정의 크기), 3. ”칼칼한 목구멍“ - ”헐어빠진 가랑이“ (메꽃의 실제 모습), 4. ”꽃대궁“ - ”실뿌리 같은 주먹손“ (메꽃의 외연), 5. ”바람“ - ”들개미“ (주위의 남성성), 6. ”꽃술“ - ”꽃잎“ (여성의 외모), 7. ”무심“함 - ”슬픔“ (시적 감흥) 凸: 세밀한 지적입니다. 문창길 시인에게 “꽃”의 이미지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요? 凹: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곤란합니다만, 문창길의 문학에서 ..

19 한국 문학 2024.01.09

서로박: (2)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3. 凹: 이어지는 시는 「메꽃 2」입니다. 가슴이 시큰거려 온다 굼실굼실 더듬어 올수록 무슨 살맛을 알았는지 뻔질나게 드나드는 들개미는 헐어빠진 가랭이 사이로 성긴 발길이 분주하다 하혈이 흐르는 세상 좀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낮게 엎드려 꿈꾸는 동구밖 암캐 같은 꽃님이 분홍옷 벗고 거친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움켜진 흙 한 줌... 실뿌리 같은 주먹 손으로 부끄러운 속살을 감추지 못하는 슬픈 꽃잎 하나 묻고 있다 凹: 두 번째 작품은 첫 번째 작품과는 달리 둔탁하고 작위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凸: 그건 유연한 만남을 통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꽃은 작품에서 몸을 파는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凹: 그렇습니다. 곤충 한 마리가 메꽃의 알몸으로 향해 “..

19 한국 문학 2024.01.09

서로박: (1)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1. 凸: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문창길 시인의 작품, 「메꽃 1」. 「메꽃 2」를 논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훌륭한 시편도 많은데 왜 하필 이 두 편을 선정했는지요? 凹: 그것은 세 가지 사항, 즉 사랑과 평화 그리고 통일 가운데 하나의 중요한 테마와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문창길 시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향점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저주스러운 성폭력의 역사를 끊어낼 수 있는, 하해와 같은 사랑이고, 두 번째는 폭력과 참혹한 전쟁을 극복하게 하는 평화이며, 세 번째는 시기와 암투 그리고 증오를 근본적으로 끊어낼 수 있는 연대의식을 가리킵니다. 이 가운데 문 시인의 작품은 특히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凸: 네, 사랑, 평화 그리고 통일은 민초들의 구체적이고 절실한 ..

19 한국 문학 2024.01.09

(명시 소개) 전홍준의 시, '일흔'

잠 안 오는 새벽 고병희가 부르는 아씨에게 빨려든다 남편이란 나침반을 잃은 늙은 여인이 고독에게 치명상을 입고 바라보는 노을 눈시울 적시는 덧없는 날들 먹물처럼 번져오는 죽음의 그림자 압축파일에 보관된 뒤죽박죽, 생 서산으로 넘어가는 노을에 갈무리하기 좋은 나이 전홍준의 시 '일흔' 말년의 고독에 관해서 기술한 소설은 거의 없습니다. 기쁨과 오르가슴이 사라진 시간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하지만 이 역시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에 발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모이라 여신은 모든 생명체를 저세상으로 데리고 갑니다. 시간의 무심한 화살촉은 그미의 손처럼 여겨집니다. 새벽에 일어나 거울을 쳐다보니, 그렇게 멋지게 보였던 청춘의 얼굴은 어느새 누런 메줏덩어리로 뒤엉켜 있습니다. 머리통은 백발..

19 한국 문학 2023.12.09

(명시 소개) 박주하의 시, '새가 날아간 후'

박주하 시인은 생명체의 갈망에 관해 깊이 생각하는 분입니다. 주로 다루어지는 시적 대상은 나무. 새, 꽃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생명체에 관해 세심하게 이름을 붙이지만, 박주하 시인은 이러한 생물학의 세밀한 명명 작업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수없이 많은 것을 갈망합니다. 이러한 수많은 갈망 속에는 우리가 긍정적으로 고찰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애타게 바라는 바를 고수하거나 이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바람과 집착이 궁극적으로 부질없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박주하 시인의 시를 읽으면 언제나 어느 영혼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분은 무언가를 갈구합니다. 그것은 탐욕일 수도 있고, 사랑의 갈망..

19 한국 문학 2023.12.07

(명시 소개) 정끝별의 시, '추파 춥스'

흘러내리는 네 눈의 윙크 흘러내리는 네 어깨의 머리카락 가을 강물을 흔드는 바람아 끈적끈적하잖니 흘러드는 내 귀의 노래 흘러드는 내 손가락 사이의 설탕물 끈적끈적 채웠으니 시절아, 따라갈까 불어갈까 저 입이 움켜진 군침 밀크와 딸기가 섞인 백 개의 강이 흐르고 채워지지 않은 입은 저 둥근 허공을 쪽쪽 빨고 있는데 화공 (畵工)은 어딜 갔다니, 달콤한 혀로 천 개의 침을 찍어 노는 물결 위에 한생을 그리고 그려야 하는데 오, 살랑대는 추파 (秋波) 춥스! 이제 곧 앙상한 겨울 막대만 남을 텐데 가까스로 가을인데 정끝별의 시집 "와락" (창비 2008)에서 봄은 물이고, 여름은 불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모든 생명체는 더 이상 먹이 걱정을 하지 않으며, 사랑과 짝짓기에 열중한다. 가을은 바람이고, 겨울..

19 한국 문학 2023.12.05

(명시 소개) 신동엽의 시, '종로 5가'

종로 5가 신동엽 밤 열한시 반 종로 5가 네 거리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통금(通禁)에 쫓기면서 대폿잔에 하루의 노동을 위로한 잡담 속 가시오 판 옆 화사한 네온 아래 무거운 멜빵 새끼줄로 얽어맨 소년(少年)이, 나를 붙들고 길을 물었다. 충청남도 공주 동혈산(銅穴山) 아니면 전라남도 해남땅 어촌 말씨였을까,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소년(少年)의 눈동자가 내 콧등 아래서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들고 바삐바삐 지나가는 안파에 밀리면서 동대문(東大門) 을 물었다, 등에 짊어진 푸대자루 속에선 먼길 여행한 고구마가 고구마끼리 얼굴을 맞부비며 비에 젖고, 노동으로 지친 내 가슴에선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19 한국 문학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