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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2)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앞에서 계속됩니다.) 다시 극작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피게니에는 섬에서 남동생, 오레스테스와 극적으로 재회합니다. 이때 오레스테스는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사실을 그미에게 털어놓습니다. 동시에 그는 비밀리에 토아스 왕을 죽인 뒤 타우리스 섬을 탈출하자고 제안합니다. 오빠의 말을 들은 이피게니에는 오랫동안 고심합니다. 결국 그미의 고결한 성품은 오빠의 음모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피게니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토아스에게 이실직고하면서, 자신이 남동생과 함께 그리스로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청합니다. “만약/ 당신이 올바른 왕으로서 사람들로부터 찬양을 받고 싶다면/ 진리는 그대의 도움으로 그리고 나에 의해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토아스 왕은 거사를 일으키지 않고 모든 사실을 말해준 이피게니에의 ..

서로박: (1)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친애하는 J, 오늘은 괴테의 고전극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1779년에 탈고되었지만, 이후에도 1787년까지 무려 네 차례나 수정을 거듭한 것입니다. 작품은 “약강격Jambus”을 활용한 운문 고전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제 4 원고에서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여러 번의 개작을 거쳐서 1779년 4월 6일에 에터스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괴테는 극중 인물 오레스테스 역을 밭아서 직접 배우로서 열연하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의사로 활약한 크리스토프 빌헬름 후페란트 (Chr. W. Hufeland, 1762 – 1836)는 등장인물 오레스테스를 떠올리면서, 물리적인 힘과 정신적인 ..

서로박: (3)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성배에 관한 등장인물들의 견해 성배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원탁의 기사들의 견해에 의하면 성배란 이 세상의 진리, 모든 아름다움 그리고 선 (善)을 지칭한다. 그것은 카이에에게는 행복의 순간을 체험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물이다. (역주, 카이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배는 인간의 행복이며, 지상의 천국이네. 짤막한 행복의 순간은 성배가 있다는 것, 지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해. 성배를 찾는 일을 포기하면 우리는 한없이 불행해질 거야.” (53).) 사람들은 카이에의 견해에 의하면 보편적 법칙을 얻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에는 성배가 발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그대로 수용한다. 오릴루스는 성배를 “평화”로 간주한다. (42). ..

45 동독문학 09:41:44

서로박: (2) 에우리피데스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앞에서 계속됩니다.) 사람들은 필라데스와 오레스테스를 꽁꽁 묶어서,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데리고 갑니다. 사랑하는 두 남매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이피게니에와 오레스테스가 그러했습니다. 달리 치장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매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피게니에는 낯선 두 그리스인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이름과 고향을 묻습니다. 이때 오레스테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트로야에 관해서, 전쟁의 영웅 그리고 희생자에 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령 헬레나, 칼하스,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클뤼티메스트라, 이피게니에 그리고 오레스테스 등이 소식의 내용이었습니다. 이피게니에는 소식 전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무명의 남자를 위해 추천장을 써주며, 아르고스에 있는 친구에게 ..

37 고대 문헌 2025.01.31

서로박: (1) 에우리피데스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에우리피데스BC484? - BC. 406)는 아이스킬로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에 비해서 신의 권능 및 이로 인한 인간의 비극적 숙명 등으로부터 멀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그가 비교적 인간적 영욕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에우리피데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들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에우리피데스가 특히 여성들에 대해 동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피게니에를 소재로 하여 두 편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하나는 「아올리스의 이피게니에」이며, 다른 하나는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입니다. 전자의 작품은 미공개로 존재하다가, 극작가가 죽은 다음에 기원전 405년 디오니소스 축제 당시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

37 고대 문헌 2025.01.31

서로박: 극과극의 당신에게

필자는 대선을 치르기 전부터 굥석열이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위험한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의 블로그의 글을 참고하세요. 1. "굥석열의 끊임없는 망언 1, 2" (2021. 11. 7) "굥석열의 끊임없는 망언 3" (2021. 12. 29), 2. 주술 정치론 (2022. 1. 27), 3. 굥석열의 착각과 몽니 (2022. 3. 5) 등등.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대선 결과 앞에서 필자는 망연자실했으며, 지식인으로서 주위사람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음을 절감하고, 몹시 침울해 하였습니다. 이제야 사람들은 뒤늦게 그를 탄핵하려고 합니다. 이는 뒤늦었지만, 잘 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아래의 글은 2024년 11월 말에 쓴 글인데, 계엄에 관한 사항이 암..

2 나의 잡글 2025.01.31

서로박: (2)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3. 동서독 비평의 맹점 "원탁의 기사들"이 1989년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었을 때, 사회주의 통일당의 일간지 「신독일」은 하인의 작품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즉 "원탁의 기사들"은 “종말 극”이 아니라, “리얼리즘의 출발 극”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구동독의 현실과 관계되는 우화의 특성을 거론하지 않은 셈이다. 예컨대 「작센 일보 (Sächsisches Tagesblatt)」는 하인의 극작품에는 “아르투스 극은 󰡔현인 나탄󰡕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그저 추상적으로 논평했을 뿐이다. (역주: Siehe Heinz Klunker: Angst vorm Gral, in: Theater heute 7/ 1989, S. 24.). 그 이후 하인의 작품은 서구에서도 공연되었는데, ..

45 동독문학 2025.01.31

박설호의 시, '양귀비'

양귀비 *박설호  아프간의 대포 언덕 양귀비가 피었지 나의 넓은 꽃잎 속으로 자맥질하세요 어떠한 사랑의 즙액도 밖으로 튀지 않을 거예요 조용히 암술 위로 올라와서 숨을 들이쉬세요 그러면 나는 허영의 옷을 벗은 당신을 알몸으로 맞이할게요 붉은 액체는 내 몸속에서 끝없이 품어 나오고 있어요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몸속의 아픔 일시적으로 가시게 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시간이 드리운 오랜 구속을 떨치고 망각의 어두운 도취 속에서 붉은 텐트 속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만끽할 거예요 그런데 홀딱한 망각 속에는 가슴 저린 가난이 ..........................   * 양귀비는 마약, 진통제 등으로 활용된다. 양귀비 재배는 인도에서는 합법적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불법이다.**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

20 나의 시 2025.01.30

서로박: (1)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크리스토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  “아르투스: 우리를 괴롭히고 방해하는 것은 희망에 대한 굶주림이야. 모드레: 성배는 너희들이 평생 추적하는 망상일 뿐이지. 카이에: 누구도 원치 않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희생해 버렸네. 란셀로: 원탁의 기사들은 백성들에겐 바보, 백치, 그리고 범인들의 집단에 불과해. 파르치발: 성배는 없어. 있다면, 우린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해.”  1. 폭풍 전야, "원탁의 기사들" 구동독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크리스토프 하인 (1944- )의 󰡔원탁의 기사󰡕가 드레스덴 극장에서 초연된 날은 고르바초프가 개혁 정책을 추진한 지 4년째 되는 해인 1989년 3월 24일이었다. 한마디로 폭풍 전야의 불안한 시대..

45 동독문학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