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28

박설호의 시, '양귀비'

양귀비 *박설호  아프간의 대포 언덕 양귀비가 피었지 나의 넓은 꽃잎 속으로 자맥질하세요 어떠한 사랑의 즙액도 밖으로 튀지 않을 거예요 조용히 암술 위로 올라와서 숨을 들이쉬세요 그러면 나는 허영의 옷을 벗은 당신을 알몸으로 맞이할게요 붉은 액체는 내 몸속에서 끝없이 품어 나오고 있어요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몸속의 아픔 일시적으로 가시게 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시간이 드리운 오랜 구속을 떨치고 망각의 어두운 도취 속에서 붉은 텐트 속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만끽할 거예요 그런데 홀딱한 망각 속에는 가슴 저린 가난이 ..........................   * 양귀비는 마약, 진통제 등으로 활용된다. 양귀비 재배는 인도에서는 합법적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불법이다.**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

20 나의 시 2025.01.30

박설호 시집 '쑥부쟁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목차

1참제비고깔에델바이스솜다리로 거듭난 에델바이스찰옥수수 1찰옥수수 2가벼운 내가 떠나리라 무거운 압구정이여흙의 고백잠깐 노닥거릴 수 있을까맨드레이크떠나가는 그대에게신비적 합일(Unio mystica)이화여대 입구에서너의 기타 애잔히 울고 있을 때꽃무릇과 나눈 대화몽양 여운형세상이 술통 아래로  2홑이불노랑붓꽃녹두장군노랑붓꽃 파랑새와 헤어지다사랑의 기쁨사랑의 슬픔자유는 막힘없는 꽃이 피는 옥별에서뮌헨 마리엔 광장사랑앵무용담 청량리 선녀아픈 손가락 3브레멘헤로의 램프‘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교육은 채찍이 아니다 털머위 1털머위 2  3여행이라면임에 관한 반가사유 1임에 관한 반가사유 2가을 한신대에서검은박쥐꽃메뚜기접시꽃이사도라내가 소년이었을 때 1내가 소년이었을 때 2내가 소년이었을 때 3내가 소년이었을 때 ..

20 나의 시 2025.01.24

박설호 시집, '쑥부쟁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서문

박설호 시집 쑥부쟁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다Gestehen der Aster LiebeAvouer son amour à Aster 서문 40년 동안 고이 간직한 미발표작 가운데 주로 사랑과 관련되는 시편을 골라 보았다. 내 영혼은 그대의 몸속으로 스며 들어가, 타자의 관점에서 나 그리고 세상을 관망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대는 미소로 화답하고, 어설프게 빙의(憑依)한 나를 멋쩍게 밀쳐내곤 하였다. 이때 감지된 여운은 나를 기쁘게 했고, 위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20 나의 시 2025.01.19

박설호의 시 '모과꽃이 뒤영벌에게 애원하다'

모과꽃이 뒤영벌에게 애원하다 *박설호  불을 끄세요나를 무시해요아무 생각 말아요감촉 느껴요 눈을 감은 채자신도 잊어요겁을 내지 말아요허물 벗어요 날개를 접고이리 다가와요꼭 껴안아 줄게요꿀을 빨아요 손깍지 껴요가만히 몸가락암술과 엉켜 봐요한 몸 되도록 ........................... * 모과꽃의 꽃말은 “유혹”이다.

20 나의 시 2025.01.15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발문

거의 반세기 동안 시를 써왔지만, 작품을 거의 발표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는 수없이 신춘문예에 낙방했고, 나이가 든 다음에는 학문에 몰입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동안 연구 논문이 필자의 든든한 아들이었다면, 시작품은 그야말로 예쁘고 귀한 딸이었다. 체질적으로 근엄한 가부장과는 거리가 먼 에코 페미니스트라고 자부하지만, 어리석게도 언제나 아들만 세상에 내보내고, 딸을 서랍 속에 가두어 놓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외국어 번역 시집을 해외에서 간행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부질없는 짓거리라고 판단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의 딸들은 갑갑한 공간에서 얼마나 자주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을까? 뒤늦게 과년한 딸들에게 예쁜 드레스를 입혀서 처음으로 예식장에 들어선다. 하객들 가운데 누가 내 딸의 아름다..

20 나의 시 2025.01.12

박설호의 시, '몽양 여운형'

몽양 여운형박설호 여보게 지근이 자네가 *혜화동에서 나를 향해총을 발사했을 때 마지막세상은 뒤집혀 보였지 드디어하늘이 내려앉고 땅이솟았지 피 흘리며 쓰러진나를 애처롭게 내려다보던가로수 놀란 아이들얼씨구 어찌 통한의무지막지한 거사를감행했는가 어떤 연유에서그토록 소름 끼치는 증오를삭이지 못했는가 자네를 용서하겠네목숨은 문의 연결고리어차피 떠날 몸 미련은없어 다만 새로운나라 바로 세우지 못한 게천추의 한일 뿐 세상은내 몸에 열두 번이나지망지망 죽음의덫을 놓았지만 절씨구내 몸을 불사르게 한 것은종이 주인이 되고 여자가사람으로 대접받는참 세상의 꿈이었어 여보게 지근이 무엇이그토록 죽임이라는 살벌한불을 댕기게 했는가자네를 팔불출 지렁이로살게 한 굶주림과꽉 막힌 무지 때문인가 나의처절한 걸음은 그렇지자네 같은 흰옷들..

20 나의 시 2024.12.23

박설호의 시, '포식 이후 1'

포식 이후 1 - 사하로프의 말씀 -박설호 엄살 부리지 마수십여 년 전 미국의 할렘가(街)헛되이 평등 외치며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시가 데모 벌이던 킹 목사 생각해 봐그는 다만 작전상감옥에 갇히기로 작심했지일부러 그는빵과 사과를 훔쳐 먹고 경찰에게 손 내밀었어나 잡아 가두시오절도죄 저지른깜둥이입니다 하여신문에 크게 보도되고 수많은 흑인의관심을 끌었지피고는 옥살이 원하고검사는 그를 내보내려는어처구니없는 재판이었어 재판장은 체면상무죄로 방면할 수 없어일금 백 달러의벌금형 내렸겠다재판장 한 푼 없소이다 죄지은 만큼 떳떳이옥살이하겠습니다재판장은 그를 노려본 뒤에자기 주머니에서일금 백 달러 꺼내어 서기에게 넘겨주고그를 석방했다고 한다사람들은 이처럼유명해질 필요가 있다네과연 항상 그러할까  ................

20 나의 시 2024.12.10

박설호의 시 'Fasten danach'

단식 이후박설호 안드레이 사하로프 당신은고리키에서 단식 투쟁 끝에딸이 자유를 얻게 되자미소 지으며 다시식사하기 시작했다 -- 그것은 다만 섭생 (摂生) -- 얼마나 많은 지사들이 남몰래그로 인해 죽어갔을까 사하로프 당신이 과거에상당한 학자가 아니었더라면세상이 당신의 소식을찾을 길 없었더라면 그러면 (deutsch) Fasten danachSchoro PAK Andreij Sacharow, in Gorkibegannen Sie lächelndwieder zu essen, als Ihre Tochterdurch den HungerstreikFreiheit gewann. - Ein gesundes Diätleben. Wieviele Bürgerrchtlerkamen dabei ums Leben? Sacharo..

20 나의 시 2024.11.20

박설호의 시, '다시 바쿠닌'

다시 바쿠닌박설호 기특하게도 학문으로세상을 구원하려 하다니자네도 나처럼 거부당한 식객자청해서 지구 반을 돌아서방으로 왔는가서유럽의 개나 소는 자네가무얼 위해서 살아가는지아무런 관심이 없어그저 높새바람으로 인한편두통 걱정만 하지자네를 맞이해주는 건 오직눈밭과 전나무 숲이야그러니 망명의 삶에서눈보라 나무들만 벗 삼게저녁에 시간 남으면TV에서 극동의 소식이나접하게 빛고을 광주의광경을 아 섬뜩한그럼 자네는 깨달을 걸세세상이 과연 어떤 식으로구원되어야 하는지를 .................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울력 2024 수록   시작품은 미하일 바쿠닌(1814 - 1876)의 혀를 빌어 나의 망명을 서술하고 있다. 나는 낯선 곳에서 무얼 하고 살아가는가? 미하일 바쿠닌은 1849년 유럽 혁명 운..

20 나의 시 2024.11.16

박설호의 시, '윤이상'

윤이상박설호 내 다시 겪을 수 있으랴통영여고 음악실에서서툴게 바이올린 껴안던보조개 그미의 하얀 블라우스검은 치마 가까이서 숨죽이던동백꽃의 향기를 내 어찌 잊을 수 있으랴비진도 숲속의 현호색평생 함께 살자 하던고백의 순간 봄의 두근거리던욕망을 그림자로 가려주던팔손이 나뭇잎을 내 온통 삭일 수 있으랴통영 갓집 돌담 아래조개구이 냄새 풍기던 저녁처녀 귀신 그림자 학도병의눈물처럼 물결 튕기던 파도해외 유학의 꿈을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 尹伊桑 , 1917 - 1995) 의 교향곡 모음집  다음을 클릭하면 윤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r9EEnHGaTIs

20 나의 시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