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35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목차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1 부 참제비고깔 13 에델바이스 14 솜다리로 거듭난 에델바이스 15 찰옥수수 1 16 찰옥수수 2 18 가벼운 내가 떠나리라 무거운 압구정이여 19 흙의 고백 22 잠깐 노닥거릴 수 있을까 23 맨드레이크 25 떠나가는 그대에게 27 신비적 합일(Unio mystica) 29 이화여대 입구에서 31 너의 기타 애잔히 울고 있을 때 34 꽃무릇과 나눈 대화 36 몽양 여운형 38 세상이 술통 아래로 41 2부 홑이불 45 노랑붓꽃 46 녹두장군 48 노랑붓꽃 파랑새와 헤어지다 51 사랑의 기쁨 52 사랑의 슬픔 53 자유는 막힘없는 꽃이 피는 옥별에서 54 뮌헨 마리엔 광장 55 사랑앵무 57 용담 청량리 선녀 58 아픈 손가락 3 61 브레멘 62 헤로의 램프..

20 나의 시 2025.05.24

박설호의 시, '칼립소에게'

칼립소에게 *박설호 당신은 표류하는 나를구조하여 보살펴 주었어요 고마움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모르겠어요 당신 곁에 머무는 게올바른 선택일까요 어찌 곁부축하는 마음헤아리지 못할까요 기억이당신의 크낙한 마음 알지 못하게했을까요 내 눈을 가린 것은귀환의 괴로움인가요 오랜 방랑이 내 가슴을위축시키고 변함없는 고결한 사랑보듬지 못하게 했을까요거친 풍파가 방랑자를이토록 냉혹하게 만들었을까요 감사하는 마음 어떻게되갚을까요 밤마다 당신의 침실벗어나지 못하는 나는어리석은 바사기 거울 속 그윽한바깥의 세계 잊고 살았지요 드디어 떠나게 되었어요나의 뗏목에 비상식량 걸어주는당신 이별의 손 흔들었지요아 구차한 눈물 보여주기 싫어허둥지둥 노 저었지요 십 년 후 절감하고 있어요우리의 소중했던 일수유내 가슴엔 하늬바람그리움 그리고 사라..

20 나의 시 2025.05.24

박설호의 시, '잠깐 노닥거릴 수 있을까'

잠깐 노닥거릴 수 있을까박설호 썩은 풀에서 생겨난 *암컷 반딧불이가 말한다 모르니까 청춘이라고 아니 꽃봉오리에 옥시토신이 아직 없을 뿐이야 왜 꿈꾸면서 이빨을 갈겠어 그동안 너와 즐겁게 지낸 건 건 사실이야 손잡으면 껴안고 싶고 껴안으면 입 맞추고 싶으며 키스하면 한 몸이 되고 싶었지 하마터면 가슴 부풀어 뻥 터진 뒤에 꺄르륵 자물실 뻔했어 허나 그럴 수는 없지 않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아빠는 내가 흠결 없는 암술이기를 바라고 있어 너도 허청대지 말고 잘 먹고 잘 살아야지 날 찾지 마 안녕 비에 젖어 희미해진 *암컷 반딧불이가 말한다 잘 지냈니 잠시 짬을 내어 나왔어 세월 참 빨리 흐르네 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 들었지 뭐 금의환향한 게 아니라고 어쨌든 직장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난 어영부영 살고 있..

20 나의 시 2025.05.18

박설호의 시, '곤잘로 라미레스' 해제

시를 발표할 때마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1983년에 완성되었다. 부족한 시편이므로 발표하는 것 자체가 교만하고 뻔뻔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함량 미달의 작품을 발표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어리석은 시인이 되기 싫었다. 자신이 모자라면 고개라도 숙여야 한다. 곤잘로 라미레스는 인디언 혈통을 물려받았다. 그의 심리적 여유로움은 뚱뚱한 풍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그의 눈은 서양 사람의 그것과 닮아 있다. 선조 가운데 아마 에스파냐 인도 있으리라. 그러나 메스티초라고 말하기에는 그의 얼굴과 몸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풍모가 짙게 배여 있다. 어쩌면 이 작품은 독자에게 낯설게 다가갈지 모른다. 공감하기 어려운, 생경한 분위기를 자아내니까. 볼리비아 출신의 시인 한 사람이 낯선..

20 나의 시 2025.05.13

박설호의 시, '넌출월귤'

넌출월귤박설호 두루미 머리고개 푹 숙이며네 개의 꽃잎으로내 뜻 전할게 "피해의 아픔,가해의 뉘우침보다네 배 그 이상으로머물고 있지." 넌출한 키로몰래 월담하여남의 고통과 슬픔달래는 미소 .................................... (사족의 말씀) 시쓰기는 내 마음을 타자에게, 물질과 타자의 하소연을 나에게 전해주는 감정의 접붙이기 작업이다. 나의 시가 흙이며, 나의 사리(舍利)일 수는 없을까? 원래 시는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최소한 황폐한 문명의 불감증을 치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부디 나의 사리가 산천초목을 찬탄하게 하는 오르페우스에게 전해져서, 때로는 생명체의 사랑 고백을 담은 가사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이별을 연습하는 트레몰로의 악보로 활용되기를 바..

20 나의 시 2025.05.11

박설호의 시, '곤잘로 라미레스'

곤잘로 라미레스 *박설호 그대가 내게 선물한남미 음악의 카세트에는그대의 희망과 노여움그대의 참을 수 없는고독이 배여 있다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그대 숨겨 주었다고단도에 찔린 친구피가 배인 볼리비아의진흙이 떠오른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커피와 마리화나의 땅허나 그대 아랑곳없이투박한 인디언의미소를 남기곤 했지 곤잘로 언제였던가그대는 뮌헨에서 내게에스파냐 글을 보여주었네시방은 남의 식솔이 된처자의 뒤엉킨 편지를 신(神)과 혁명 그리고사랑 노래한 그대의시(詩)들 하지만 유럽인들횃불에 둘러앉아서노래 부를 줄 모른다 서양의 꽃송이들 다만그대의 남성을 사랑하고순박한 여자바라기그들의 차가운 가슴에불 지필 줄 안다 그대 내게 선물한남미 음악의 카세트에는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칠백 마르크의 생활비망명의 눈물이 담겨 있다 ....

20 나의 시 2025.04.26

박설호의 시, '가라앉은 세월호에서 솟구친 윤슬'

가라앉은 세월호에서 솟구친 윤슬박설호 서해 바다에 흩어진뼈 가루들 아무리 이별이애달프지만 나 또한 한 마리나비 되어 나직이 명멸하는 모습멀거니 목도할 수 있는가 망자들하얀 안개꽃으로 피어 있고순간의 찬란함이 빛으로넘실거리다 떠나네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서해안에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단원고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배가 서서히 기우는데도 불구하고, 배 안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ㅠㅠ 결국 이들은 순간의 절망조차 느끼지 못하며 바다 아래에서 수장 (水葬)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재빨리 갑판 위로 올라간 학생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 바로 그 순간 나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늦봄관 강의실에서 프란츠 퓌만Franz Fü..

20 나의 시 2025.04.17

박설호의 시, '굿바이 칼립소'

굿바이 칼립소박설호 남쪽의 해변에 쓰러진 나에게어슴푸레 접근한 그림자 하나당신은 알려주었지요 사랑은 처음에는새순 키우는 자양이라는 것을 왕궁에서 담은 술 소담한 식사근심을 잊게 하는 단잠당신은 속삭였지요 사랑은 귓속말로간여도 방관도 아니라는 것을 딸기나무 숲 너덜겅에서내 마음 녹이게 하던 당신의 미소무심결에 전했지요 사랑은 시나브로질투를 삭이는 기쁨이라는 것을 은은한 촛불 아래 바라보던알몸으로 잠이 든 당신의 모습새삼 느낄 수 있었지요 사랑은 부끄러운황홀 탐하는 몸부림이라는 것을 차마 고백할 수 없었던수평선 너머 가족의 기다림그래도 깨달았지요 사랑은 치렁치렁자라는 넝쿨 한 줄기라는 것을 https://www.youtube.com/watch?v=iP71UXzMYno 크레타 섬에 있는 칼립소 해변 h..

20 나의 시 2025.04.12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서문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Meine Seele schleicht in Deinen Koerper hineinMon âme se faufile dans ton corps 서문 오랜 세월 고이 간직한 미발표작 가운데 주로 사랑과 관련되는 시편을 골라 보았다. 내 영혼은 그대의 몸속으로 스며 들어가, 타자의 관점에서 나 그리고 세상을 관망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대는 미소로 화답하고, 어설프게 빙의(憑依)한 나를 멋쩍게 밀쳐내곤 하였다. 이때 감지된 여운은 나를 기쁘게 했고, 위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20 나의 시 2025.03.26

박설호의 시, '잠자리'

잠자리박설호  이제 눈이 캄캄해지고 힘이 빠지는 걸 느껴요 조만간하늘길이 열리면 훌훌 날아다닐게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외부의 험난함에 언제나 성을 감추고 살다가 내 어깨는굽고 겹눈 대신 더듬이에 많이 의존했어요 며칠이 지나면 어깨에서 솟아날 날개 그 날개를 펼치면 정말로 나는 저세상의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세상 저편에서 고통과 슬픔 없이 훌훌 날아다니는 꿈이 드디어 실현될까요 내가 잠들면 늙은 가죽부대 빼앗는 대신 내 영혼의 갈망을 관음하고 즐거워하세요 비록 내 몸은 사라지지만 다다 영혼의 후광만은 초짜드막 당신에게 머물게 될 테니까요 내가 떠나기 전에 당신 곁에서 꿀잠 잘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 출전: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20 나의 시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