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53

박설호: (4) 한스 마이어와 에른스트 피셔

(앞에서 계속됩니다.) 7.마이어와 피셔의 두 이론을 요약하는 대신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거론함으로써 하나의 결론을 맺을까 합니다. (1) 공통점: 마이어와 피셔의 이론은 주어진 현실을 엄밀히 분석한 공간적 구도로서의 리얼리즘 철칙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스 마이어는 문학 자체를 하나의 유토피아가 구현되는 매개체로 파악했으며, 에른스트 피셔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표출시킬 수 있는 도구로서 문학을 이해하였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에른스트 피셔의 예술론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구 사회에서는 엥겔스, 레닌 그리고 루카치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입장이 긍정적으로 수용된 반면에, 변증법적인 실험 정신을 강조하는 세르게이 트레차코프, 에른스트 블로흐,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의 문학과 예술론은 거의 외면당..

25 문학 이론 2025.04.07

박설호: (3) 한스 마이어와 에른스트 피셔

(앞에서 계속됩니다.) 5에른스트 피셔 (1899 - 1972)는 마이어와는 달리 상아탑을 지킨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게오르크 루카치처럼 지조 있는 공산주의자로서 현실 정치에 가담했으며, -프리츠 R. 라다츠의 표현에 의하면- “변절을 거듭한 반역아”입니다. (각주:Siehe Fritz R. Raddatz: Revolte und Melancholie, Essays zur Literaturtheorie, Hamburg 1979, S. 249. ) 그러나 피셔는 50년대부터 문학과 예술에 몰두하며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를 담은 책을 발표합니다. (각주: 문학과 예술에 관한 피셔의 본격적 연구는 고작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그가 탁월하고도 독창적인 문예 이론적인 입장을 내세울 수 있었던..

25 문학 이론 2025.04.06

박설호: (2) 한스 마이어와 에른스트 피셔

(앞에서 계속됩니다.) 3.한스 마이어 (1907 - )는 독일이 낳은 가장 탁월한 문예 이론가, 문학사가 그리고 문학 비평가입니다. 특히 그의 강점은 문예 이론을 문학사 및 현장 비평으로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문학사와 문학 이론의 상호 유기적 관계 그리고 문학 비평을 상기한 다른 영역을 통해서 보완하는 학문적 성과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으로서 서독 쾰른에서 태어난 그는 쾰른,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법학, 역사, 철학을 공부하였고, 수많은 독일 문인들과 교우하였습니다. 1935년부터 1945년까지 마이어는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보냈습니다. 당시에 그는 "게오르크 뷔히너와 그의 시대 Georg Büchner und seine Zeit"를 집필하였는데, 지금까지 ..

25 문학 이론 2025.04.05

박설호: (1) 한스 마이어와 에른스트 피셔

- “이제 블로흐의 예로써 다음과 같이 주장할 때가 되었다. 철학은 고통을 당하는 인간의 불만에서 시작된다고. 이는 오래 전부터 그리고 모든 민족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던가?” (한스 마이어)“기술 혁명의 세계에 판타지의 축소화 과정이 진척되고 있다. 판타지는 실재하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자 가능한 무엇을 선취하게 하는 능력인데도.” (에른스트 피셔) -  1.20세기의 세계를 장악해 온 사상적 예술적 조류는 주지하다시피 정신 분석학, 형식주의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정신 분석학은 20세기 초부터 학문 영역을 넘어서 제반 학문의 기본적 토대로 수용되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정신 분석 학자들 가운데에서도 프로이트 좌파와 프로이트 우파로 나누어질 정도로 번성기를 맞이하기도..

25 문학 이론 2025.04.05

서로박: (7)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참고 문헌 김남시: 역사의 기관차. 역사를 보는 발터 벤야민의 시각, in: 비교문학, 2013, 60권, 183 – 209.김영룡: ”지금 이때“와 남은 시간.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에 나타난 성스러운 구원의 시간 연구, 실린 곳: 카프카 연구 34권 2015, 168 – 187.마르크스, 뮌처: 박설호 편역,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2, 울력 2012.박설호 2: 박설호, 자연법과 유토피아,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3, 울력 2014.벤야민, 발터: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외, 최성만 역, 길 2008, 327 – 350.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역, 문학과 지성사 2001.윤미애: 벤야민의 아우라에 관한 연구, 독일문학, 71..

25 문학 이론 2024.09.04

레오 스피처의 '문학 해석의 방법'

레오 스피처 (L. Spitzer, 1887 - 1960)의 "문학 해석의 한 가지 방법 (A method of interpreting literature)"은 1949년 미국 노트 햄프턴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마 어문학자, 스피처는 20년대 30년대 문학의 문체 등을 연구한 뒤 40년대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전통 및 “텍스트에 관한 해석 (explication de texte)”을 추적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문학의 실증주의적 해석과 이념사적 해석 사이의 어떤 구분이다. 스피처는 자신의 문헌학 연구의 전제 조건 및 수공적 수단 내지는 방법론 등을 세 가지 범례로써 설명한다. 첫 번째 장은 황홀, 즉 엑스타시를 내용으로 하는 세 편의 작품에 할애되고 있다. J. 돈 (Donne)..

25 문학 이론 2024.09.03

서로박: (6)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6. 나오는 말씀 이미 언급했듯이, 벤야민은 예술 전반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정치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하나의 확고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가 모든 예술적 사상적 조류에 관여하지만, 어떤 한 가지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과거에 프란체스코 수사들이 취했던 행동, “모든 것을 지니지만, 어떠한 무엇도 소유하지 않는다. Omne habentes, nihil possidentes"라는 거리감의 자세와 연결됩니다. 프란체스코 수사들은 이러한 말로써 아우구스티누스의 발언을 수정하여, 신에 대한 겸허함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Van de Meer: 34). 애착의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끝내 그 대상과 결합하지 않으려는 특징은 에로스에 관한 플라톤의 사고에서도 나타납니다.  나아가 이..

25 문학 이론 2024.07.30

서로박: (5)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가능한 구원의 실험실”로서의 세계.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60년 초반에 벤야민의 역사적 진보에 대한 논평을 언급하면서, 블로흐가 진보적 낙관주의를 과도하게 맹신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벤야민과 블로흐의 견해가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벤야민은 1940년 무렵에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진보라는 개념은 파국의 이념 속에 토대를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역사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파국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라, 그냥 우리 앞에 주어져 있을 뿐이다.” (Benjamin, GS. Bd. 1/2: 683). 아도르노는 벤야민의 발언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어떠한 우..

25 문학 이론 2024.05.07

서로박: (4)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4. 신학적 예술적 은유는 확고한 견해와는 다르다. 벤야민은 생전에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소논문은 어처구니없이 잘못 이해될 소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는 벤야민이 20세기 초 프로이센의 다양한 문예 사조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대정신을 철학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기술된 문헌입니다. 게다가 역사 철학 테제는 –소논문이라고 명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연구 대상을 명징하게 분석한 글이 아니라, 알레고리를 동원한 서술, 신비로운 비유 그리고 패러디 섞인 고뇌의 흔적 등을 보여줍니다. 누군가 벤야민의 글에서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적 이론의 논거를 도출하려는 작업은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어쩌면 잘못된 처사일지 모..

25 문학 이론 2024.05.03

서로박: (3)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지금 시간”과 천년왕국설의 유토피아 그렇다면 벤야민은 과연 역사 철학에서 말하는 진보를 부정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소논문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 내지는 유대주의와 기독교 사상에서 나타난 천년왕국설의 사상적 출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개념에 관하여」는 신학 그리고 유물론 사이의 공동 유희는 상호 배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하나는 종결되지 않은 역사의 특성 내지는 구원의 필연성이며, 다른 하나는 혁명적 투쟁의 필연성 내지는 마르크스주의 실천의 필연성입니다. 이에 첨가되는 것은 블랑Blanc, 소렐Sorel 그리고 바쿠닌Bakunin 등의 아나키즘 전통일 수도 있습니다. 벤야민은 메시아의 세속적 구원을 마르크스..

25 문학 이론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