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북구문헌 26

서로박: (2) 브란첸발히의 '에갈리아의 딸들'

1. 역지사지, 관점 바꾸어 생각하기: 게자 로하임Géza Róheim은 수강생들에게 자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발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고 할 때, 입장을 바꾸어, 즉 반대의 관점에서 그게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세요.” 그는 성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람에게 항상 다음과 같이 언질을 주었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되고, 여자는 남자가 되어 역지사지의 자세로 숙고해보라고 말입니다. 로하임의 강의를 듣던 제자들은 먼 훗날 젠더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학 작품을 창조하려 했습니다. 예술작품을 통해서 남성중심주의의 사회를 정반대의 가상 사회로 환치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과 젠더를 정반대의 관점에서 20페이지를 집필하는 동안 그들은 이러한 노력이 재미없다는 것을 절감하곤 했습니다..

39 북구문헌 2024.01.03

서로박: (1) 브란첸발히의 ''에갈리아의 딸들

1. 노르웨이 여성작가 브란첸발히: 노르웨이 여성작가, 가르드 브란첸발히 (Gerd Brantenberg, 1941 - )의 소설작품을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자의 이름이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라고 소개되었으나, 필자는 스웨덴어의 발음대로 “가르드 브란첸발히”라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에갈리아의 딸들 Egalias Døtre』(1977)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브란첸발히는 1941년에 오슬로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의 런던과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영어, 역사 그리고 사회과학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학교를 마친 다음에는 오슬로에 돌아와서 교편을 잡았으며, 1970년대 후반에는 “여성의 집”을 개관하여 그곳에서 핍박당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서 의미 있는 일로 봉사했습니다. 브란첸발..

39 북구문헌 2024.01.03

서로박: 입센의 로스머 농장

노르웨이의 문호 헨릭 입센 (1828 - 1906)의 4막 극작품 「로스머 농장」은 1887년 1월 17일에 베르겐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극적 진행 과정 그리고 작품의 기본적 골격은 입센의 이전 작품, 「유령」 (1881)과 흡사합니다. 노르웨이의 왕궁은 가족의 퇴폐적인 생활로 인하여 몰락 직전에 있습니다.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외부적 사건이 노르웨이 왕궁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입센의 극작품은 사회와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보수적 귀족적 생활방식이 결국에 이르러 얼마나 강한 정신착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스머 농장에서 보모, 레베카 베스트가 많은 일을 담당합니다. 그미는 죽은 영혼과 대화를 다룰 줄 아는, 약간의 신통력을 지닌 기..

39 북구문헌 2023.08.10

서로박: (4) 보위에의 "칼로카인"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여성의 세계관: 보위에의 작품에는 페미니즘이 자향하는 바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가령 등장인물 린다의 경우가 그것입니다. 린다는 사회 정치적 문제보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인 사랑의 감정에 더욱 충실한 인간형입니다. 레오 칼은 린다를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국가 권력의 충직한 하수인이었는가? 하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린다는 인간과 인간을 서로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국가 권력과 직업 세계의 공적인 관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랑과 우정과 같은 순수한 영혼의 교감이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Ross 127). 이를 고려할 때 린다는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에서의 제반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긍정적 인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디스토피아의 소설에서는 ..

39 북구문헌 2023.04.12

서로박: (3) 보위에의 "칼로카인"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과연 칼의 아내는 그를 사랑하는가? 그런데 칼로서는 사전에 무언가를 확인할 게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내 린다에 대한 내적인 감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레오 칼은 몰래 린다에게 칼로카인을 투여합니다. 린다는 자신의 내적 갈망을 있는 그대로 토로합니다. 자신은 국가가 시키는 대로 “아이 낳는 기계”로 살고 싶지 않고, 사랑하는 남편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미는 자식들과 헤어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칼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린다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미는 남편이 자신에게 칼로카인을 투여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도 린다는 주인공의 약물 투여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레오 칼과 린다는 이 세상에 참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마침내 인지하게 됩니다. 이전..

39 북구문헌 2023.04.12

서로박: (2) 보위에의 "칼로카인"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작품의 배경: 소설 『칼로카인』은 총 1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래의 시점, 즉 21세기의 세계 국가를 배경으로 합니다. 문학사적으로 고찰할 때 많은 작가들은 검열을 고려하여 문학적 배경을 의도적으로 과거로 이전하였습니다.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Lessing은 작품 「에밀리아 갈로티Emilia Galotti」(1772)의 배경을 18세기 독일이 아니라, 과거의 이탈리아로 옮겨놓았으며, 토머스 모어는 16세기 영국 대신에 미지의 섬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보이어 역시 의도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옮겨놓았습니다. 보위에는 작품 발표 이전에 편집자와 편지를 교환했는데, 작품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하고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합니다. ..

39 북구문헌 2023.04.12

서로박: (1) 보위에의 "칼로카인"

1. 속마음을 털어놓게 하는 묘약: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의 획을 긋는 일련의 디스토피아 작품들은 20세기 전반부에 우후죽순처럼 출현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대적 정황에서 비롯합니다. 첫째로 자본의 증식을 추구하는 열강들이 제각기 국가 이기주의의 정책을 추구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개개인의 자유는 국가의 전체적 관점에 의해 무시되거나 억압되었습니다. 둘째로 산업 발전으로 인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유럽의 열강들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서 식민지 쟁탈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제 1세계와 제 3세계의 갈등은 더욱 첨예화되었습니다. 셋째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살상 무기가 획기적으로 계발되었습니다. 광산 사업을 위해 발명된 다이너마이트가 사람을 대량 살상하는 무기로 활용된..

39 북구문헌 2023.04.12

서로박: 입센의 "인형의 집"

3막으로 이루어진 입센의 극작품, 『인형의 집』은 1879년 12월 21일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는 “노라”라는 제목으로 널리 일려졌지요. 이미 잘 알려졌듯이 여주인공, 노라의 삶은 당시에 잘 알려진 소설가, 라우라 킬러 (Laura Kieler, 1849 - 1932)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밖에 입센은 노르웨이 여류 작가, 카밀라 콜레트 (Camilla Collett, 1813 - 1895)이 주창한 여성 해방에 관한 논쟁서를 적극적으로 참조했다고 합니다. 성의 평등에 관한 요구사항은 1879년 무렵에 이탈리아에서 제기된 바 있는데, 스칸디나비아의 남성 중심의 문화 단체들은 이를 거절한 바 있었습니다. 3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토르발트 헬머..

39 북구문헌 2022.11.20

서로박: 베르히만의 '마법의 등불'

친애하는 K, 스웨덴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잉그마르 베르히만 (Ingmar Bergman, 1918 - 2007)은 2007, 7월에 사망했습니다. 그의 공적은 자신의 탁월한 재능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1997년 칸 영화제에서 20세기의 최대의 감독으로 선택되었는데, 이는 하나의 예외 사항에 해당합니다. 나는 그의 죽음을 기리는 의미에서 두 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회고록 가운데 한 권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1987년 그리고 1990년에 간행된 책으로서,『마법의 등불』 그리고 『형상들』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은 1982년에 「파니 그리고 알렉산더 (Fanny och Alexander)」라는 영화를 발표했는데, 감독의 자전적 체험은 영화 속에 ..

39 북구문헌 2022.09.03

서로박: 입센의 유령 (2)

(6) 주사위가 던져지면, 이대로 끝인가? 혹은 이혼은 불가능한가?: 결혼한 다음 헬레네 알빙은 남편을 알게 됩니다. 남편은 지독한 난봉꾼이었습니다. 가령 식모를 건드리는가 하면, 아내의 사촌 누이에게도 집적거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제야 비로소 주인공은 알빙과 결혼한 것을 후회합니다. 답답함을 떨칠 수 없어서 헬레네는 목사인 옛 애인을 찾아가 재결합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만더스는 사적인 감정 대신 목사로서의 의무감을 중시합니다. 그는 왕년에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을 남편에게 돌려보냅니다. 만더스는 이렇게 행동한 것을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고 나중에 털어놓습니다. 헬레네가 어리석게 행동했듯이, 만더스 역시 어리석게 사고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는 “사랑하면, 뺏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실천에 옮기지 ..

39 북구문헌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