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8

서로박: (4)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라블레의 시대 비판: . 휘황찬란한 만화경의 상의 배후에는 작가가 처한 시대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 은밀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블레는 특권 계급을 비판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특권 계층의 유토피아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가령 텔렘 사원은 철저히 외부의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가령 위선적이고 경건한 척 하는 수사들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가난한 자의 피를 빨아먹는 법률가 그리고 법을 어기고 진리를 은폐하는 공무원들은 이곳에 발도 들여놓을 수 없습니다.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고리대금업자 역시 절대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라블레의 사악한 특권계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읽을 수 있습니다. 24. 찬란한 삶과 무제한적인..

32 근대불문헌 2024.10.13

서로박: (3)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사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사원: 텔렘 사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과 변호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치가도, 설교자도 전혀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화폐가 유통되지 않으므로, 고리대금업자가 주위의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고, 종교가 필요 없으니, 교회도 수사직도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텔렘 사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법적 규정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의미 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외부 사회로부터 전해지는 도덕적 강요를 수용하지 않습니다.그들은 원천적으로 정직하고 고결한 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남녀 사이의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평등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수도원에 들어올 수 있는..

32 근대불문헌 2024.10.13

서로박: (2)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라블레의 대작: 작품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는 라블레의 대표작으로서 도합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래의 작품은 『디프소텐 왕, 위대한 거인 가르강튀아의 아들인 유명한 팡타그뤼엘의 끔찍한 전율을 일으키는 모험과 영웅적 행위』라는 긴 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의상 제 1권을 『팡타그뤼엘』, 제 2권을 『가르강튀아』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제 3권부터 5권까지는 “팡타그뤼엘 제 3서”, “팡타그뤼엘 제 4서”, “팡타그뤼엘 제 5서”라고 칭해지고 있습니다. 다섯 권의 책은 1532년, 1534년, 1545년, 1552년 그리고 1564년에 차례로 간행되었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마지막의 책은 라블레가 사망한 다음에..

32 근대불문헌 2024.10.12

서로박: (1)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이 글은 필자의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제 2권, 캄파넬라에서 디드로까지" (울력 2020)에 실려 있습니다. ................. 1. 자발성에 근거한 비국가주의의 유토피아: 프랑스와 라블레François Rabelais의 연작 장편 소설,『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르네상스의 이상을 고려할 때 결코 망각될 수 없는 명작입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고찰해야 하는 것은 『가르강튀아』의 제 2권에서 묘사되고 있는 이상적 공동체로서의 텔렘 사원입니다. 텔렘 사원은 르네상스 유토피아의 카테고리에 편입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구성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내지는 이상적 공동체의 국가 모델과는 현격한 거리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1534년 이후에 간행된 라블레의 『팡타그뤼엘』,『가르강튀아』는 ..

32 근대불문헌 2024.10.12

서로박: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자'

친애하는 K, 서양의 연극사에서 장 밥티스트 몰리에르 (Jean-Baptiste Molière, 1622 - 1673)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습니다. 왜냐하면 희극 역시 비극만큼 놀라운 수준을 지닐 수 있음을 분명하게 입증한 극작가가 바로 몰리에르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희극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러디와 풍자인데, 몰리에르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동원하여 당시 사회의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의 허장성세, 표리부동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시대비판은 과히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리에르 의 희극 작품 「인간 혐오자 Le Misanthrope」를 다루는 것은 그 자체 의미를 지닐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희극으로서 1666년에 파..

32 근대불문헌 2024.03.12

서로박: (3) 생시몽의 중앙집권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요약: 생시몽의 유토피아는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특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미래의 이상 사회는 오로지 산업의 도움으로 실현 가능합니다. (2) 생시몽은 사회의 세 가지 계급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화살을 겨누었습니다. 귀족, 수사 그리고 새롭게 성장하는 시민 계급 등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탄압한다는 것입니다. (2) 생시몽은 사회 발전을 위해서 개혁과 혁명에 진취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4) 프랑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과거의 질서를 통째로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봉건 사회는 정치 개혁을 통해서 서서히, 다시 말해서 점진적으로 현대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5) 최소한 경제 영역에 있어서 봉건제도는 근본적으로 차단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32 근대불문헌 2024.02.02

서로박: (3) 생시몽의 중앙집권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0. 분배 문제는 절실하다: 생시몽은 다만 분배의 측면에 있어서 사회주의의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산업을 통해 얻어낸 부는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서 강력한 힘을 지닌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시몽이 처음부터 중앙집권적이고 인위적인 계획 경제를 주창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착취 내지는 부당한 방법으로 재화를 착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 정치적 조처 내지는 인민 모두의 이익을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추적했을 뿐입니다. 생시몽은 인간 개개인의 관심사가 조금씩 다르며, 노동의 대가가 철저할 정도로 정확히 분배될 수 없음을 하나의 문제로 인정하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는 지식인의 관점에서 막연히 기..

32 근대불문헌 2024.01.31

서로박: (3) 생시몽의 중앙집권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4. 시대적 상황과 생시몽의 사상: 생시몽의 상기한 요구사항은 19세기 초 복고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분위기를 고려한 것입니다. 당시에 귀족과 수사 계급은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인하여 자신의 기득권과 재산을 일시적으로 상실했습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자, 프랑스 전역에서는 신흥 군부 귀족들이 다시금 많은 재화를 되찾아서 이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당시에 출현한 낭만주의 운동은 정신사적 차원에서 복고주의적인 가톨릭 신앙에 막강한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사제 계급이 다시금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혁명이 발발한 뒤에도 여전히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타파할 수 없었으며, 국민의 의식 구조 역시 낙후해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

32 근대불문헌 2024.01.30

서로박: (2) 생시몽의 중앙집권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생시몽의 산업 시스템의 유토피아 그리고 그의 문헌: 생시몽은 급변하는 시대에 한편으로는 사회 변화에 기여하려고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유토피아의 상을 집요하게 구상하였습니다. 생시몽은 농업 중심적으로 설계되는 문학 유토피아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산업적 시스템의 유토피아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이었습니다. 생시몽은 데스튀드 드 트라시Antoine Louis Claude Destutt de Tracy의 서클에서 활동하면서 자연과학 그리고 철학에 깊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학자, 데스튀드 드 트라시 (1754 - 1836)는 주지하다시피 “이데올로기”의 개념을 처음으로 언급한 계몽주의 학자입니다. 그는 이 개념으로써 지식인의 눈을 가리는 불명료한 제반 반 계몽..

32 근대불문헌 2024.01.28

서로박: (1) 생시몽의 중앙 집권의 유토피아

1. 생시몽의 폭넓은 사상적 스펙트럼: 생시몽 (Claude-Henri de Saint-Simon, 1760 - 1825)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협동을 강조함으로써 거대한 국가의 전체적 부를 창조할 수 있는 생산력 증강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의 사고는 사회 전체 그리고 거대한 국가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개별적 이익에 일방적인 힘을 실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생시몽의 사상은 지엽적이고 작은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번영과 이득을 도모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넓은 시야, 사회 전체의 이득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생시몽은 귀족의 신분 때문인지는 몰라도 19세기 중엽에 나타난 초기 자본주의의 폐해 내지는 사..

32 근대불문헌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