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근대불문헌 89

서로박: (3) 메리메의 '카르멘'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남쪽 나라의 따뜻한 열기에 대한 동경: 아마도 낭만주의자 치고 어떤 무엇을 동경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작가 메리메를 자극한 것은 한편으로는 무엇보다도 어떤 이국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카르멘의 소재에 매달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남방의 따뜻하고 열정적인 문화는 마치 동방의 찬란함을 모조리 포괄하는 무엇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메리메는 다음과 같은 모토를 사용하였습니다. “피레네산맥 너머에는 아프리카가 시작된다.” 메리메가 카르멘 소재를 선택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는 사회적 국외자로 살아가는 인간군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연민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메리메는 에스파냐에서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했..

서로박: (2) 메리메의 '카르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돈 호세의 사랑은 집착인가? 아니면 거절당할수록 더 강렬하게 불타는 게 남자의 연정인가?: 자고로 대부분 인간은 사랑의 열정을 이성적으로 제어합니다. 냉정한 고고학자인 화자는 돈 호세가 어째서 그렇게 강렬하게 카르멘에게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카르멘에 대한 돈 호세의 마음은 사랑이 아니라, 병적인 집착입니다. 어리석은 군인은 마법에 신들린 듯이 어떤 기이한 열정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언제나 카르멘 곁에서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돈 호세는 끝내 군인의 신분마저 포기합니다. 그는 카르멘이 속해 있는 집시들과 함께 산속에서 집단으로 살아갑니다. 몰래 물품을 국경 안으로 수입하는 일, 즉 밀수업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천박하고 바람기 많은 집시 여인으로 인하여..

32 근대불문헌 2025.03.09

서로박: (1) 메리메의 '카르멘'

1.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 프로스퍼 메리메: 오늘은 프랑스의 낭만주의자 프로스퍼 메리메 Prosper Merimée, 1803 – 1870)의 작품 「카르멘 Carmen」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메리메는 프랑스 낭만주의자였습니다. 처음에 그는 영미 문학을 탐구하여 오시안Ossian의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메리메는 영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낭만주의 운동을 이끈 작가이기도 합니다. 1822년에 메리메는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를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됩니다. 당시에 위고는 「에르나니 Hernani」라는 극작품을 발표하여 물의를 일으켰는데, 메리메는 그의 새로운 문학관을 열렬히 지지한 바 있습니다.  메리메는 일련의 연극작품 외에도 소설을 발표하여 당대에 이미 문학적 명성을 얻었습니..

32 근대불문헌 2025.03.09

서로박: (4)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라블레의 시대 비판: . 휘황찬란한 만화경의 상의 배후에는 작가가 처한 시대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 은밀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블레는 특권 계급을 비판하기 위해서 아이러니하게도 특권 계층의 유토피아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가령 텔렘 사원은 철저히 외부의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가령 위선적이고 경건한 척 하는 수사들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가난한 자의 피를 빨아먹는 법률가 그리고 법을 어기고 진리를 은폐하는 공무원들은 이곳에 발도 들여놓을 수 없습니다.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고리대금업자 역시 절대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라블레의 사악한 특권계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읽을 수 있습니다. 24. 찬란한 삶과 무제한적인..

32 근대불문헌 2024.10.13

서로박: (3)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사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사원: 텔렘 사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과 변호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치가도, 설교자도 전혀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화폐가 유통되지 않으므로, 고리대금업자가 주위의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고, 종교가 필요 없으니, 교회도 수사직도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텔렘 사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법적 규정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 의미 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외부 사회로부터 전해지는 도덕적 강요를 수용하지 않습니다.그들은 원천적으로 정직하고 고결한 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남녀 사이의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평등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수도원에 들어올 수 있는..

32 근대불문헌 2024.10.13

서로박: (2)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 라블레의 대작: 작품 『팡타그뤼엘 그리고 가르강튀아』는 라블레의 대표작으로서 도합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래의 작품은 『디프소텐 왕, 위대한 거인 가르강튀아의 아들인 유명한 팡타그뤼엘의 끔찍한 전율을 일으키는 모험과 영웅적 행위』라는 긴 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의상 제 1권을 『팡타그뤼엘』, 제 2권을 『가르강튀아』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제 3권부터 5권까지는 “팡타그뤼엘 제 3서”, “팡타그뤼엘 제 4서”, “팡타그뤼엘 제 5서”라고 칭해지고 있습니다. 다섯 권의 책은 1532년, 1534년, 1545년, 1552년 그리고 1564년에 차례로 간행되었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마지막의 책은 라블레가 사망한 다음에..

32 근대불문헌 2024.10.12

서로박: (1) 라블레의 텔렘 사원의 유토피아

이 글은 필자의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제 2권, 캄파넬라에서 디드로까지" (울력 2020)에 실려 있습니다. ................. 1. 자발성에 근거한 비국가주의의 유토피아: 프랑스와 라블레François Rabelais의 연작 장편 소설,『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르네상스의 이상을 고려할 때 결코 망각될 수 없는 명작입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고찰해야 하는 것은 『가르강튀아』의 제 2권에서 묘사되고 있는 이상적 공동체로서의 텔렘 사원입니다. 텔렘 사원은 르네상스 유토피아의 카테고리에 편입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구성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내지는 이상적 공동체의 국가 모델과는 현격한 거리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1534년 이후에 간행된 라블레의 『팡타그뤼엘』,『가르강튀아』는 ..

32 근대불문헌 2024.10.12

서로박: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자'

친애하는 K, 서양의 연극사에서 장 밥티스트 몰리에르 (Jean-Baptiste Molière, 1622 - 1673)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습니다. 왜냐하면 희극 역시 비극만큼 놀라운 수준을 지닐 수 있음을 분명하게 입증한 극작가가 바로 몰리에르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희극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러디와 풍자인데, 몰리에르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동원하여 당시 사회의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의 허장성세, 표리부동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시대비판은 과히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리에르 의 희극 작품 「인간 혐오자 Le Misanthrope」를 다루는 것은 그 자체 의미를 지닐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희극으로서 1666년에 파..

32 근대불문헌 2024.03.12

서로박: (3) 생시몽의 중앙집권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5. 요약: 생시몽의 유토피아는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특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미래의 이상 사회는 오로지 산업의 도움으로 실현 가능합니다. (2) 생시몽은 사회의 세 가지 계급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화살을 겨누었습니다. 귀족, 수사 그리고 새롭게 성장하는 시민 계급 등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탄압한다는 것입니다. (2) 생시몽은 사회 발전을 위해서 개혁과 혁명에 진취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4) 프랑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과거의 질서를 통째로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봉건 사회는 정치 개혁을 통해서 서서히, 다시 말해서 점진적으로 현대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5) 최소한 경제 영역에 있어서 봉건제도는 근본적으로 차단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32 근대불문헌 2024.02.02

서로박: (3) 생시몽의 중앙집권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20. 분배 문제는 절실하다: 생시몽은 다만 분배의 측면에 있어서 사회주의의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산업을 통해 얻어낸 부는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서 강력한 힘을 지닌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시몽이 처음부터 중앙집권적이고 인위적인 계획 경제를 주창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착취 내지는 부당한 방법으로 재화를 착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 정치적 조처 내지는 인민 모두의 이익을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추적했을 뿐입니다. 생시몽은 인간 개개인의 관심사가 조금씩 다르며, 노동의 대가가 철저할 정도로 정확히 분배될 수 없음을 하나의 문제로 인정하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는 지식인의 관점에서 막연히 기..

32 근대불문헌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