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Bloch 번역 41

에른스트 블로흐: (4) '제 3 제국'의 변천

(앞에서 계속됩니다.) 제삼제국에 관한 언급은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의 초창기에 쓴 드라마, 「황제와 갈릴레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데,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작품은 어떤 유형의 휴머니즘을 청년 양식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고취하게 한다. 작품의 주제는 후기 시민 사회의 해방에 관한 여운을 전해주고 있다. 작품의 분위기는 약간 변덕스러움으로 퇴색되어 있고, “필연이라는 세 주춧돌의 상징성이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는 구약성서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가리키고, 두 번째는 기독교의 시대를 가리키며, 세 번째는 이 두 가지를 종합한, 시대로서 ”아름다움과 진리“가 혼합된 시대라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사람은 마치 로마의 율리아누스 황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즐거운 귀족“이 다스리는 제..

29 Bloch 번역 2024.07.31

에른스트 블로흐: (3) '제 3 제국'의 변천

(앞에서 계속됩니다.) 독일의 계몽주의 작가인 레싱 역시 13세기에 열광적 자세를 취하던 이단자들을 떠올리면서 이들을 언급하고 있다. 레싱은 『인류의 교육Erziehung des Menschengeschlechts』 (1780)에서 조아키노의 단계 이론 그리고 그의 관용 사상을 계몽주의에 접목하였다. 기독교 사상을 기초적으로 연구서라고 소개되는 문헌은 무엇보다도 이성에 입각한 메타 종교의 유형으로 출발하고 있다. 레싱은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조심하라, 그대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대여. 이 기초적 서적의 미자믹 페이지를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어떤 놀라운 밝은 열기를 품고 있구나. 그대가 맨 처음, 혹은 여러 번 예리하게 탐색하는 무엇을 옆에 앉아 잇는 무력한 친구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자신을 보호..

29 Bloch 번역 2024.07.31

에른스트 블로흐: (2) '제 3 제국'의 변천

(앞에서 계속됩니다.) 빛은 세 번에 걸쳐 타오르고, 불꽃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명료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아키노의 세 번째 제국의 면모이다. 첫 번째 시대에 사람들은 구약, 법 그리고 성부에 의해서 예속된 노예로 살아간다. 이들은 바로 평신도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두 번째의 시대는 육체와 정신 사이의 중간 단계의 상태를 지칭한다. 이러한 상태는 성자 그리고 신약성서에 의해서 개방되는데, 주로 교회 그리고 사제들에 의해서 다스려지는 시대라고 한다. 이제 세 번째 시대는 시계의 종말 이전의 시기인데, 조만간 우리의 앞에 출현하리라고 한다. 세 번째 제국은 수사, “영혼적인 사내viri spiritualis” 그리고 “성령의 자유”와 함께 자리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리스도 복음의 말..

29 Bloch 번역 2024.07.31

에른스트 블로흐: (1) '제 3 제국'의 변천

출전: Ernst Bloch, Erbschaft dieser Zeit, Frankfurt a. M. 134 - 140. .................... 찬란한 나라에 대한 갈망이 공교롭게도 지옥과 같은 지하실 공간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지하실은 끔찍한 고문실과는 달리, 지상의 천국은 지하 공간이기는 하지만,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제삼제국에 관한 꿈의 토대는 이를테면 기원후 3세기에 활동했던 알렉산드리아의 신학자 오리게네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리게네스의 사상은 기독교 문서를 해독하는 세 가지 가능한 방법을 설파하였다. 그것은 육체적인 방식, 영혼적인 방식 그리고 정신적인 방식을 가리킨다. 육체적인 방식은 자구적인 해석이며, 영혼적인 방..

29 Bloch 번역 2024.07.31

블로흐: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비로운 결합

누군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부끄러운 부위를 오랫동안 응시한다면, 어떨까? 그 부위는 모든 생명체를 황홀하게 만드는 약간 어두침침한 공간을 가리킨다. 이와는 반대로 여자가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남자를 바라본다면, 남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아마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인지되는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며, 어떤 놀랍고도 당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즉 두 눈길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남자로서 어둠침침한 공간을 아무런 느낌 없이 그냥 벗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진지한 감정을 품는다고 하더라도, 다만 미소로써 가장 경쾌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남성적 오르가슴을 만끽하지 못하는 경우라든가, 마치 어떤 기이한 상황 속에서 여자 그리고 밀월의 방이 엉뚱하게 교체된 경우를 생..

29 Bloch 번역 2023.03.24

블로흐: 후설의 현상학 비판

수학자들은 미분학을 동원하여 현실의 기본적 요소들을 구성해내려고 시도했다. 이로써 신 자체는 우주의 시작으로부터 도덕적인 종말로, 다시 말해서 요청하는 영역으로 이전되고 말았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명징하게 울려 퍼지고 창세기의 모세의 이야기는 마치 축제처럼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지며, 예언자의 경정에 의해서 대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코엔이 조물주의 존재와 그 기능을 파기한 것은 세계 창시지만 파기한 게 아니라, 수학적 구성 외부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현존하는 존재들을 모조리 파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신칸트학파 사람들은 감각적 물질 그리고 실재하는 개별적 존재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말았는데, 이러한 처사야말로 그들이 카테고리의 논리성을 강조하다가 안타깝게 지불해야 했던 대가였다. 그런데 현상..

29 Bloch 번역 2023.01.26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6)

지금까지 언급한 바를 요약해보기로 하자. 문화적 유산을 마르크스주의로 수용하는 작업은 엥겔스의 다음과 같은 선구자적인 문장과 결부된다. “만약 인류가 이룩해놓은 모든 풍요로운 문화를 접함으로써 우리의 기억을 풍요롭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오로지 이 경우에 한해서 진정한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엥겔스는 여기서 독일 고전주의 철학을 인류의 문화적 유산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엥겔스는 문화의 영역에서 오로지 철학만이 유용한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규정하였다. 인류가 남긴 문화적 보물 창고에는 녹슨 물건들 그리고 부패한 나방이 득실거리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들을 일차적으로 제거한 다음에 바로 그 비어 있는 자리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습득한 희망docta spes”을 가..

29 Bloch 번역 2022.09.25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5)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즉 후기 시민 사회의 유산을 모조리 거부하는 태도는 결코 마르크스주의의 예술적 입장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 가운데에서 시민 사회의 문화를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더러 존재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20세기 예술에 대한 슈펭글러의 무조건적인 비난은 결국에 이르면 하나의 불합리한 논증으로 귀결될 뿐이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가장 발전된 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는 시민 문화의 해체 현상 내지는 예술적으로 가능한 다양한 왜곡 현상에 대해 맹목적으로 등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해체라든가 일그러지거나 꿈틀거리는 왜곡은 저녁 그리고 아침, 다시 말해서 몰락과 개벽 사이에 변증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

29 Bloch 번역 2022.09.25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4)

언젠가 마르크스는 착취당하는 계급 뿐 아니라, 지배계급 또한 근본적으로 소외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계급이 편안하게 살고 자신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말이다. 마르크스의 이러한 문장을 심층적으로 고찰해보면 -낱말의 위트를 사용해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중세의 대성당의 면모 속에는 비록 계층 차이의 문제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지만, 어떤 열광적인 휴식에 관한 놀라운 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코 사회적으로 소진될 수 없는, 외자존재로서의 인간 소외의 제반 모습들을 예술적으로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세의 건축 장인들은 지배 이데올로기가 미처 예리하게 간파하지 못한 내용을 마지막까지 추동하여 이를 하나의 결과물 속..

29 Bloch 번역 2022.09.25

블로흐: 유산의 세 단계 (3)

지금까지 우리는 혁명 발발의 유산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문화적 유산의 두 번째 단계는 과연 어디에 위치하는 것일까? 두 번째 단계는 중세 시대에 대성당의 면모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러한 정점의 단계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첫 번째 원인의 단계와 그렇게 극명하게 구분되고 있을까? 프리지아의 모자는 최소한 원래의 집에서는 붉은 색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디서든 간에 고대 페르시아 왕의 모자를 황금으로 치장한 흰색이라고 받아들었다. 말하자면 프리지아의 모자는 단순히 조화로움을 예견하는 상징물일 뿐 아니라, 지배와 권력을 찬탈하는 객관적 상관물이었던 것이다. 중세의 대성당을 고찰해 보라. 여기에는 비록 모든 권력이 신앙에 빼앗겨 있지만, 우리에게 어떤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조화로움 속에..

29 Bloch 번역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