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최신독문헌 42

서로박: (2) 크리스토프 하인의 '점령'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11) 마리온 데무츠: 소설의 두 번째 화자는 마리온 데무츠라는 여성입니다. 마리온은 주인공의]이 맨 처음에 사귀던 여자 친구입니다. 그미는 주인공의 정치적 배경이 어떠하며, 어떠한 정치 단체에 가담했는지를 알려줍니다. 독자들은 가령 다음의 사실을 마리온을 통해서 접하게 됩니다. 즉 주인공의 사회 참여는 결국 굴덴베르크 공동체에 대한 주인공의 묘한 심리적 보복의 감정에서 비롯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마리온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확고한 입장을 지니지 못한 채 언제나 누구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타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를테면 그미는 “베른하르트가 왕년에 동부전선에 투입되어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었다.”라는 소문을 액면 그대로 믿고, 주인공과 헤어질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48 최신독문헌 2023.12.02

서로박: (1) 크리스토프 하인의 '점령'

(1) 보복과 과거 극복의 문제: 친애하는 H, 오늘은 크리스토프 하인 Christoph Hein이 환갑 나이에 발표한 전환기 이후의 소설, 『점령 Landnahme』(2004)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90년대 이후로 독일 사회에 뿌리내린 두 가지 치명적인 증상을 예리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독일인들의 “타자에 대한 증오 Xenophobie”의 신드롬을 가리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 후 동독 출신 사람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려는 성향 내지는 과거사에 대한 망각의 신드롬을 가리킵니다. (2) 이전의 작품, 「낯선 연인」:「낯선 연인」은 주어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른바 성격갑옷을 덮어쓴 인간형을 추적합니다. 가령 작품의 주인공인 여의사, 클라우디아는 애인의 예기치 못..

48 최신독문헌 2023.12.02

키르스텐 보이에: 어두운 밤

키르스텐 보이에는 1950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독일 작가입니다. 보이에는 약 100권 이상의 많은 소설로써 지금까지 유럽의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려왔습니다. 그미는 『어두운 밤Dunkelnacht』2022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 『어두운 밤Dunkelnacht』 은 키르스텐 보이에의 중편 소설입니다. 작품은 전쟁이 끝날 무렵의 범죄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1945년 4월 28일은 히틀러가 자살하기 전의 시기였습니다. 바로 이날에 바이에른의 소도시 펜츠베르크에서 놀라운 사건이 벌어집니다. 남자들은 16명의 남녀를 공개적으로 총살합니다. 처형당한 사람들은 사회민주당의 지조를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몰래 시청으로 잠입하여, 소도시 펜츠베르크를 조만..

48 최신독문헌 2022.10.26

서로박: 그뢰쉬너의 모스크바의 얼음

친애하는 G, 오늘은 당신에게 전환기의 소설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맨 처음의 작품으로서 마그데부르크 출신의 작가 아네테 그뢰쉬너 Annette Gröschner (1964 - )가 200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얼음 Moskauer Eis』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냐 코베라는 여성입니다. 그미는 베를린에서 나이든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하고, 고향인 마그데부르크로 향합니다. 할머니의 집에는 아버지가 사용하던 방이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방은 먼지 그리고 거미줄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아냐는 아버지의 방에서 커다란 냉동박스를 발견합니다. 아냐는 일순간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냉동박스 안에는 오랫동안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아버지의 시체가 있..

48 최신독문헌 2022.05.27

서로박: 하인의 바이스케른의 유고 (2)

주인공은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14년 동안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 자체가 상징적입니다. 독일어로 “스톨츠 stolz”는 “자부심 있는”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부르크 Burg”는 “성 城”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은 “자존심 강한 꽉 막힌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교수자격 취득 논문 Habilitation”의 과정을 끝내지 않았으니, 정식으로 교수가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강사 수당으로 그리고 간간이 발표하는 서평의 원고료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갑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보다도 더 가난합니다. 학자로서의 미래는 불확실한 셈이지요. 교수가 되기에는 59세라는 나이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심신이 쇠약하여 ..

48 최신독문헌 2022.05.14

서로박: 하인의 '바이스케른의 유고'(1)

친애하는 H, 오늘날 모든 가치는 돈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거 사람들은 공부하여 출세한 다음에 금력을 차지하였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적인 스포츠맨 혹은 인기 있는 연예인이 매달 벌어들이는 거액의 정확한 액수를 정확히 압니다. 또한 그들은 교수가 한 달에 몇 백만 원의 월급을 받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책 속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통 크게 돈 벌면서 살아가는 게 더 낫다고 여기지요. 한마디로 지식인들은 일반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나름대로의 어떤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자본의 시대에 돈의 힘은 너무나 어마어마..

48 최신독문헌 2022.05.14

이르글의 문학세계

친애하는 I, 오늘은 라인하르트 이르글의 문학 그리고 그의 장편 소설,『미완성의 사람들 Die Unvollendeten』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라인하르트 이르글은 전환기 이후에 기성 작가의 반열에 오른 늦깎이의 작가입니다. 그가 2010년에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줍니다. 이르글은 1953년에 동베를린 근교에서 자라났으므로, 구동독 출신의 작가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1971년부터 1975년까지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문학이 아니라, 전자공학을 전공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르글은 1978년에 이르러, 전자 공학을 그만두고, 베를린 인민극단에서 조명 기사로서 일하면서 습작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여러 가지 조언을 전한 선배 작가는 다름 아니라 하이너 뮐러 Heiner Mül..

48 최신독문헌 2021.12.16

자샤 스타니치 그리고 페터 한트케

보스니아 출신의 작가 자샤 스타니치 (1978 - )는 소설 "출생Die Herkunft"으로 2019년 독일 서적 상 Der deutsche Buchpreis을 수상하였다. 비록 독일인은 아니지만, 독일어로 작품을 집필 발표했으니, 독일 작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작품의 주제는 무엇보다도 고향이다. 고향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뿌리를 내린 곳일 수도 있다. 스타니치에게는 고향은 헤르츠 체고비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도 아니다. 그것은 그의 뇌리 속에 자리하는 살고 싶은 장소를 가리킨다. 소설을 읽어보면, 낯선 나라를 고향으로 삼으며 살아야 하는 이방인의 애환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우정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작품이 그렇게 큰 문학상을 받을 만큼 우수한 것일까?..

48 최신독문헌 2021.10.12

서로박: 브루시히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4)

(17) 서독 신문기자, 레오 라트케: 열세 번째 인물은 레오 라트케입니다. 그는 함부르크의 대중 잡지, “스타”의 기자입니다. 그는 동독의 현실을 취재하라는 사장의 명을 받고 동베를린으로 향합니다. 레오 라트케는 서독의 저널리스트, 마티아스 마투세크 Mathias Matussek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곳에서 레오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는 “레나의 오빠”를 사진사로 고용하지만, 몇 당 동안 고작 두 개의 기사만 집필했을 뿐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함부르크 성탄 축제의 특별 호에 실린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동독인들이 자동응답기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풍자적인 기사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라트케의 마음속에 서독 인으로서의 자부심 그..

48 최신독문헌 2021.09.22

서로박: 브루시히의 '불빛은 어떻게 비치는가?' (3)

(12) 구동독의 상류층에 속하는 헬프리트 슈라이터: 여덟 번째 인물은 헬프리트 슈라이터입니다. 그는 츠비카우에 있는 자동차 공급회사인 “작센 링”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사장입니다. “작센 링”은 주로 동독의 자동차 트라반터를 생산하는 회사였습니다. 헬프리트는 1989년 여름에 아내와 함께 헝가리로 휴가 여행을 떠났는데, 자신의 딸, 카롤라와 작별하게 됩니다. 카롤라는 여행지에서 틸로라는 사내를 만나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틸로는 카롤라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라인란트에서 함께 살고 싶어 합니다. 카롤라가 당국의 허가 없이 국경을 넘게 되자, 슈라이터 부부는 헝가리 주재 동독 대사관 앞에서 항의하는 수많은 동독인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태를 심상치 않게 생각한 두 사람은 즉시 평소에 안면이 있는 동독 ..

48 최신독문헌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