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파넬라 32

서로박: (4) 디드로의 '부갱빌 여행기 보유'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작품의 틀과 내용: 일단 작품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장은 작품의 틀로 작용하는데, A와 B 사이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B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화자입니다. A와 B는 부갱빌 여행을 재론하면서, 여행의 체험에서 필연적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두 번째 단락은 타히티 노인이 프랑스 선원들과 작별할 시기에 남긴 연설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노인은 프랑스의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제국주의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타히티 사람들은 오로지 선의에 의해서 유럽의 손님들을 성심껏 대접했으나,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의 호의를 악용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평화롭던 섬은 유럽 선원들을 통해서 낯선 문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이..

32 근대불문헌 2023.09.27

서로박: (2)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유토피아 국가의 체제와 국정 운영 방식: 유토피아는 영국과 웨일스를 합한 크기의 거대한 섬입니다. 여기에는 도합 54 개의 도시가 위치하는 데, 모두 정방형의 구조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섬의 국가는 거대한 사회 조직으로서 대가족 체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 40 명의 남자와 여자들과 아이들이 한 가족을 이루며, 이들을 다스리는 자는 특정한 한 남자 혹은 여자입니다. 대가족은 다시 약 서른 개의 소가족으로 나누어지는데, 사람들은 소가족을 대표하는 자를 “필라르켄 Phylarchen”이라고 일컫습니다. 소가족의 대표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모여서 200명의 장교를 선출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장교들을 “트라니보어 Tranibor”라고 명명합니다. 장교들은 제반 도시에서 천거된 유..

35 근대영문헌 2023.05.20

서로박: (6)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32. 『태양의 나라』의 영향: 캄파넬라의 유토피아 시스템은 실제 현실에 적용되었습니다. 예수회는 17세기에 파라과이에서 캄파넬라의 기독교 사원 공동체를 건립하여, 아메리카 인디언들로 하여금 기독교 신앙을 믿게 하였습니다. 이곳의 예수회 도시 국가는 1610년부터 1767년까지 이어졌는데, 그 구조에 있어서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에 묘사된 여러 가지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예수회 국가가 설계한 도시의 구조는 캄파넬라의 도시 계획의 틀에 입각해 있습니다. 또한 사회 구조 역시 『태양의 나라』에 담겨 있는 그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즉 공산주의 공동체에 근거한 사회 계층을 용인하는 지배 구조가 바로 그러합니다. 파라과이에 있던 예수회 국가는 교육 제도에 있어서 캄..

34 이탈스파냐 2023.01.22

서로박: (4)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19. 전통적 가족 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캄파넬라는 세 가지 이유에서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첫째로 가족이 사라지면, 사회적 차별 또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인이 자신의 부모를 알지 못하므로, 가문과 혈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가족이 사라지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범죄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 가문과의 갈등, 혼인 자금 문제, 간통, 강간, 치정 살인 등이 제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가족이 사라지면 짝사랑의 괴로움도 자취를 감추고, 애정 없는 결혼의 비극 역시 출현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태양의 나라』에서 가족이 사라지면, 두 가지 현상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그 하나는 사람들의 마음..

34 이탈스파냐 2023.01.20

서로박: (3)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인간의 세 가지 악덕: 나태, 자만 그리고 이기심: 캄파넬라는 어떤 세 가지 사항을 내세우면서, 이것들을 일반 사람들이 지닌 세 가지 악덕으로 규정합니다. 그것은 나태, 자만 그리고 이기심입니다. 앞장에서 우리는 토머스 모어가 지적한 세 가지 악덕, 나태, 자만 그리고 탐욕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캄파넬라가 탐욕 대신에 이기심을 채택한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견해는 거의 유사합니다. 캄파넬라는 인간의 타락과 죄의 원천이 무조건 아담의 원죄에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죄의 원인은 오히려 인간의 의지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고로 인간의 의지는 힘 그리고 지혜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의지가 결핍되면, 무기력함 그리고 무지가 크게 발달하는 법입니다. 바로 이러..

34 이탈스파냐 2023.01.20

서로박: (2)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문헌학적 관점에서 이해되는 명작 (1): 캄파넬라는 무척 영리한 학자였습니다. 감옥에서 수십 년간 영어의 삶을 보내면서도 그는 자연과학, 천문학, 의학, 신학, 윤리학, 법학 등을 연구하였고, 이러한 노력 속에서 약 80권의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밖에 캄파넬라는 시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그의 철학 시편은 자신의 절망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필된 것이었는데, 오늘날에도 회자될 정도로 신에 대한 믿음과 사악한 인간에 대한 분노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태양의 나라』또한 감옥에서 집필된 것입니다. 캄파넬라는 오로지 독서와 집필에 몰두함으로써 죽음과 싸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원고들은 간수들에 의해서 몰수되었으며, 몇 편은 완전히 불에 타서 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이..

34 이탈스파냐 2023.01.19

서로박: (1)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1. 캄파넬라와 『태양의 나라』: 토마소 캄파넬라 (Tommaso Campanella, 1568 - 1639)의 『태양의 나라La citta del sole』 (1602)는 질서 유토피아로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그 까닭은 이 작품 속에 사유재산제도의 철폐, 가족제도의 철폐 등이 설계되어 있으나, 모든 삶이 마치 사원에서의 생활처럼 점성술의 원칙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영위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초안은 처음에는 이탈리아어로 구상되었습니다. 『태양의 나라』는 1602년에 집필되기 시작했으나,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1623년에 비로소 세상에 소개되었습니다. 1612년 겨울 독일의 인문학자 토비아스 아다미는 제자와 함께 그리스 예루살렘 그리고 몰타를 여행한 다음에 나폴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나폴..

34 이탈스파냐 2023.01.19

서로박: (2) 유르스나르의 "검은 작품"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소설의 구도는 연금술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설은 마치 교양 소설과 같은 특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 단락으로 나누어집니다. 세 단락은 마치 연금술의 세 단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가령 연금술의 첫 번째 단계인 흑(黒)은 방랑의 삶을 가리키고, 두 번째 단계인 백 (白)은 정적의 삶을 가리키며, 연금술의 세 번째 단계인 적(赤)은 영어(囹圄)의 삶을 지칭합니다. 소설의 이러한 구도는 자유에서 구속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현상적 세계에서 암흑의 세계로 변화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파고들려고 하는 작가의 관점을 추체험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금술, 학문의 연구 그리고 깨달음으로 향한 노력은 신에게 자신을 의탁하려는 믿음과는..

33 현대불문헌 2022.12.24

박설호: (4)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앞에서 계속됩니다.) 너: 마지막으로 한 편의 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의 시는 캄파넬라의 대표작인가요? 나: 네, 「나라를 지닌 자가 왕이 아니라, 다스릴 줄 아는 자가 왕이다. Non è re chi ha regno, ma chi sa reggere」를 대표작으로 꼽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권력의 본질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붓과 물감을 가진 자가 괴발개발 그림 그려 벽과 먹지 더럽힌다면, 그는 화가가 아니리. 설령 먹, 펜, 필통이 없더라도, 그림 그릴 능력을 지니면 그가 참다운 화가이리라. 삭발한 머리, 성의가 성직자를 만들지 않듯이 거대한 왕국과 땅을 지닌 자는 왕이라 할 수 없지 예수와 같이 천한 노예 출신이라도 마치 혹성, 팔라스와 화성처럼 그는 차제에 반드시 왕이 되겠지. ..

22 외국시 2022.12.15

박설호: (3)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앞에서 계속됩니다.) 너: 이에 관해서는 오랜 대화가 필요할 것 같군요, 이번에는 시집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합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시집이 간행될 수 있었는지요? 제가 알기로는 1622년에 그의 시집이 프랑크푸르트에서 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시기에 그는 나폴리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 않았나요? 나: 네. 시집이 간행된 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612년은 캄파넬라가 나폴리 교도소에 수감된 지 12년 째 되는 해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독일의 인문학자이며 법률가인 토비아스 아다미 (Tobias Adami, 1581 – 1643)는 자신의 제자와 함께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는 작센의 귀족이며 나중에 군주가 되는 제자, 루돌프 폰 뷔르나우와 함께 그리스, 예루살렘 그리고..

22 외국시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