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랑은 당사자의 말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내면의 격노하는 감정이 언어적 표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수많은 호모 아만스들의 삶 속에는 얼마나 구슬픈 사연과 애환이 숨어 있을까?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어렵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 경우는 마치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겸연쩍음을 느끼든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든가, 둘 중 하나이리라. 왜냐하면 말과 글이란 타인을 전제로 한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우리와 동일한 본능이 주어지듯이, 일자무식의 하녀에게도 어느 순간 연정이 찾아들어, 그미의 가슴속에 오래 머물곤 한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사랑 그리고 이와 결부된 비극은 무수히 출현한다. 이를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