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28

서로박: 프로이트의 '시인과 상상행위'

지그문트 프로이트 (S. Freud, 1856 - 1939)의 「시인과 상상 행위 (Der Dichter und das Phantasieren)」는 1908년 베를린에서 발표되었다. 프로이트는 이 글을 통하여 문학에 대한 정신 분석 이론을 처음으로 집중적으로 규명하려고 한다. 그는 창작 행위를 무엇보다도 예술적 행위와 유년의 유희 사이의 유사성으로 규정한다. 이에 관해 구조적으로 숙고할 때 떠오르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어른은 현실 원칙의 요구에 따라 유년기에 품었던 경험을 체계화시킨다. 이로써 어릴 때 유희속에서 얻은 쾌락의 경험은 나중에 판타지 그리고 낮꿈으로 대치된다. 프로이트는 포에지의 생산을 낮꿈에 대한 일치로 파악하고, 포에지와 낮꿈을 성적인 그리고 나르시스적인 충동으로 귀결시킨다. 모든 예..

25 문학 이론 2023.12.07

서로박: (1)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새롭게 발견되는 현실은 이전의 고착된 사고를 수정하게 한다.” (필자) “진정한 비판은 오로지 외부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이 진정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 방향이 외부로 그리고 동시에 내부로 향해야 한다.” (레비스트로스) “헤겔은 북반구의 온대, 즉 지중해 지역만을 세계사의 토대라고 착각하였다. 새로운 세계의 방방곡곡이 세계사의 현장이다.” (필자) 1. 레비스트로스, 아마존 지역을 탐색하다.: 프랑스의 문화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Claude Lévi-Strauss, 1908 – 2009)의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는 그의 자전적인 여행기로서 195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는 브라질의 상파울루 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부임하여, 1934년부터 1947년 사이에 수차례에 ..

12 세계 문화 2023.09.24

서로박: 이성 국가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타자를 이해하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취해야 한다.” (장 작 루소) 친애하는 J, 타자를 이해하려면, 타자에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타자와 무조건 동일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 거리감이지요.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일이야 말로 학문 행위에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지 말고, 이를 견지하되 타자에 접근하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무엇을 깨닫고 자신의 태도를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송두율: 불타는 얼음, 후마니타스 2017, 116쪽 이하.) 윤평중 교수의 책 『극단의 시대에 중심 잡기』 (생각의 나무 2008), 그리고 『국가의 철학. 한반도 현대사..

2 나의 글 2023.09.19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서문

“더 나은 무엇을 갈망하지 않는 인간은 가련하다” (Freud) “희망을 포기하거나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는 자들은 언제나 회의적 세계관을 지닌 실증주의자들이었다.” (Bloch)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는 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부자유의 질곡에 갇혀 있는 자이다.” (필자) ......................... 희망은 그냥 막연히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끔찍하고 참혹한 개인적 사회적 정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아 바로 “터득한 희망docta spes”입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새로운 무엇”을 찾으려는 갈망은 절망과 반대되는 정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차제에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가능성의 ..

1 알림 (명저) 2023.03.05

서로박: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결혼하죠.” (생텍쥐베리) 1. 흔히 사회학이 망원경을 필요로 한다면, 심리학은 현미경을 필요로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학자는 광범한 영역을 조망하며, 연구의 기본이 되는 골격을 거시적 차원에서 끌어내곤 합니다. 이에 비하면 심리학자는 인간 내면이라는 영역을 세밀하게 추적하며, 그 속에서 폭발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요. 사회학이 심리학적 패러다임을 도외시하면, 공허한 외부 현상만을 기술할 뿐입니다. 이에 반해서 심리학이 사회학적 패러다임을 도외시하면, 일방성의 그물에 갇혀버리곤 합니다. 오늘은 오이겐 드레버만 (Eugen Drewermann) 교수의 "장미와 이카루스의 비밀" (고원 역, 개마고원 1998)에 관해 언급하려 합니다. 이 책에서..

2 나의 글 2022.06.24

서로박: 푸코의 '성의 역사' (1)

“윤리는 하나의 검투장이다,” (푸코) 1. 『성의 역사é 제 4권이 간행되다.: 1918년 초에 드디어 놀라운 책이 간행되었습니다. 그것은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 제 4권,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을 가리킵니다. 이 책은 푸코가 1984년 58세로 사망한 지 34년 만에 처음으로 파리에서 간행된 책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를 살펴보는 것은 뜻 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성의 역사』는 세 권의 분량으로 거의 6년의 간격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제 1권 『앎을 위한 의지La volonté de savoir』는 1976년에, 제 2권 『쾌락의 활용L'usage des plaisirs』..

33 현대불문헌 2022.06.17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서문 (3)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호모 아만스의 사회 심리적 개념 (1): 상기한 사항과 관련하여 우리는 호모 아만스의 의미를 -어떤 젠더의 범위를 넘어서서- 특정 부류, 혹은 다수와 관련되는 사회 심리적인 개념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호모 아만스는 제반 사회적 심리적 차별을 거부하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가령 그는 사회학적 차원에서 고찰할 때 나와 당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커다란 가치를 지닌 분이 바로 호모 아만스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아가는 민초들일 수 있습니다. 민초들은 예나 지금에나 간에 “유교의 질서에 근거한 가부장적 씨족주의”라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2 나의 글 2022.06.01

박설호: 강덕경, 혹은 알렉산더 미처리히 (2)

(앞에서 계속됩니다.) 6. 경고를 위한 사회 분석의 책: 원래 책의 제목은 “슬퍼할 줄 모르는 무능력Die Unfähigkeit zu trauern”입니다. 이 제목은 일견 독자에게 감정에 호소한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미처리히의 책은 현대인들에게 어떤 잊을 수 없는 무엇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슬퍼한다는 것은 우울한 감정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치의 만행으로 핍박당한 사람들의 비극을 애통해 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함께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동정Mit-Leid”과 같은 정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문맥을 고려하여 책의 제목을 “반성할 줄 모르는 무능력”이라고 번역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의식적이..

2 나의 글 2022.05.08

서로박: 파이어스톤의 급진적 페미니즘 이론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은 『성의 변증법The Dialectic of Sex』(1970)에서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분법, 특히 생물학적 노동의 구분은 사회적으로 끝없이 차별을 재생산해내는데, 이것이야 말로 남성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경제적 계층차이를 강화시키게 작용한다.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태도는 남성에 의한 여성의 약탈을 가능하게 하고, 인종주의와 제국주의를 잉태한다. 나아가 그것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책임한 죄를 저지르게 하는 근본이다. 성의 불평등은 오랜 역사에서 나타났으며, 심지어는 동물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하나의 억압 기제와 같다. 흔히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 수컷과 암컷 사이의 불평등을 우주적으로 나타나는 불가피..

23 철학 이론 2022.04.12

서로박: 카프카의 '학술원을 위한 보고' (2)

(9) 충동과 무의식을 택할 것인가? 문명, 초자아를 택할 것인가? 친애하는 B, 카프카의 매력은 작품의 다양한 해석에 있습니다. 셋째로 우리는 카프카의 단편을 어떤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습니다. 빨간 피터가 유인원으로서의 본성을 상실하고, 인간의 문화를 습득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 문명이 충동의 억압으로 인하여 발전되어나간다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의 문화 이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를테면 빨간 피터는 자신의 여자 친구인 침팬지와 함께 있으면, 심리적 편안함을 유지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뭍 인간들을 대할 때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빨간 피터는 맨 처음 아프리카에서 총을 맞았는데, 이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거세 행위와 거의 일치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분석학의..

43 20전독문헌 202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