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98

박설호: (4) 브레히트 이후 독일 최대의 경악의 기록자, 하이너 뮐러

(앞에서 계속됩니다.) 8.그밖에 우리는 뮐러 문학에서 투영되고 있는 활력주의의 요소, 여러 가지 형태로 태동할 수 있는 여성 운동에 대한 기대감 등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가령 구동독에서 만연했던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적주의에 대항하기 위하여 뮐러는 수직적 구조의 세계관 (오성 중심주의, 남성 중심주의 그리고 재화 중심주의)을 비판한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다른 작가들도 이에 관해 문학 작품을 통해 혹은 다른 방식으로써 분명하게 지적하였습니다만, 그것을 유달리 강한 어조로 폭로한 작가는 다름 아닌 하이너 뮐러였습니다. “18세기, 쾨니히스베르크의 토요일 오후 세시. 임마누엘 칸트. 그의 철학적 사고와 그의 수음 (手淫) 행위 - 후세 사람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의 사고만을 생각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45 동독문학 2025.03.31

박설호: (3) 브레히트 이후 독일 최대의 경악의 기록자, 하이너 뮐러

(앞에서 계속됩니다.) 6.하이너 뮐러 그리고 동시대 지식인 사이의 의견 대립은 극작가 페터 학스 Peter Hacks와의 논쟁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학스는 -볼프 비어만의 표현을 빌면- “낡아빠진 고대 소재를 숙련된 솜씨로 잘 짜 맞추는 기술자”에 불과했습니다. 학스가 극예술 창작에서 필요한 모든 기준을 독일 고전주의에서 이미 발견했던 반면에, 뮐러는 고전적 작품을 하나의 모범으로 삼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뮐러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움의 미학이었지요. 뮐러는 60년대부터 항상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예술은 오로지 새로움에 의해서 합법화될 수 있다. 만약 그게 과거 문학 내지 예술적 조류를 반복한다면, 예술 작품은 기생물이나 다름이 없다.” 뮐러의 견해에 의하면 과거의 훌륭한 ..

45 동독문학 2025.03.31

박설호: (2) 브레히트 이후 독일 최대의 경악의 기록자, 하이너 뮐러

(앞에서 계속됩니다.) 3.친애하는 K씨, 뮐러의 문학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도 작가가 살았던 현실 및 그곳의 문화 풍토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서방 세계에서의 뮐러 문학에 대한 해석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혹자는 과격할 정도로 파괴적인 실험적 특성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문예 이론에 대한 일종의 배반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혹자는 뮐러의 문학을 계몽에 대한 거대한 비판적 담론으로 받아들여,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속으로 편입시켰습니다. 또한 혹자는 문학 작품에 겉으로 드러난 작중 인물들의 비극적 최후 내지는 죽음을 중시하며, 뮐러 문학에서 ‘역사적 패배주의’라는 문제점들을 발견하려고 하였습니다. 나는 이러한 해석의 다양성 자체를 힐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45 동독문학 2025.03.29

박설호: (1) 브레히트 이후 독일 최대의 경악의 기록자, 하이너 뮐러

이어지는 글은 김형기 외 하이너 뮐러 연구의 서문이다. ......................... “도래하게 될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의 세기에는 오이디푸스는 하나의 코메디일 것이다.” (하이너 뮐러)“대담자: 하이너 뮐러씨, 걸프 전쟁에 즈음하여 지식인으로서 어떠한 비판적 발언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뮐러: 그건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대담자: (황당한 듯 침묵을 지킨다) 뮐러: 지식인의 시대는 끝났어요. 지식인은 그저 나처럼 TV만 쳐다보면 족할 뿐입니다.”  1.친애하는 K씨, 맨 먼저 다음의 말을 전하고 싶군요. 당신을 위해서 뮐러 연구서가 간행되는 데 대해 나는 지금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 뿐 아니라, 여기에 참여한 모든 필자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이너 뮐러는 1995년..

45 동독문학 2025.03.29

서로박: (2) 안나 제거스의 '제7의 십자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탈주의 과정 (3), 탈출한 죄수를 만나다. 파울 뢰더를 찾아가다: 게오르크는 도중에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탑에서 함께 탈출한 죄수, 퓔그라베를 만납니다. 그는 상인으로서 오래 전부터 금전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을 돕다가 수감된 사람이었습니다. 퓔그리베는 주인공에게 함께 자수하자고 종용합니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배회합니다. 게오르크는 자신을 버린 여자 친구 레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독일을 떠날 수 없으므로, 그미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 친척들을 찾아가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때 주인공의 뇌리에 떠오르는 친구가 파울 뢰더였습니다. 파울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로서 당국의 이목을 끌지 못..

45 동독문학 2025.03.28

서로박: (1) 안나 제거스의 '제7의 십자가'

1. 놀라운 저항 문학: 오늘 독일의 소설가 안나 제거스 (Anna Seghers, 1900 - 1983) 의 소설, 『제 7의 십자가』를 다루려 합니다. 원고의 일부는 1939년 모스크바에서 간행되는 『국제 문학』에 발표되었습니다. 소설의 완성 본은 1942년 멕시코에서 발표된 바 있습니다. 안나 제거스는 이 작품을 독일에서 파시즘과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에게 바쳤습니다. 『제 7의 십자가』는 독일의 저항 문학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히며, 외국에서도 많은 호평을 얻었습니다. 제거스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프랑스에 체류하다가, 멕시코로 망명한 작가입니다. 그미의 작품 가운데 우리가 망각할 수 없는 명작으로 『통과비자 Transit』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거스의 동독 귀환 후에 남긴 작품들..

45 동독문학 2025.03.28

서로박: (5)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유럽 지식인들의 냉담성에 대한 비판 다시 브라운의 극작품으로 돌아가자. 만일에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에 막간극 (제 1장, 제 5장, 제 9장)이 실리지 않았더라면, 브라운의 극작품은 숙명론적인 역사극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막간극이 실려 있기 때문에, 역순에 의해 묘사되는 게바라의 행적, 특히 갈등과 희망 등은 독자와 관객에게 갈등과 모순 구조를 점층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보다 강렬한 주제 의식을 심화시켜 준다. 막간극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붐홀트와 베드레이이다. 이 두 인물은 실제 유럽의 지식인, 알렉산더 훔볼트와 레기스 데브레이에 대한 패러디이다. (역주: 빌헬름 폰 훔볼트 (1769 - 1859)는 잘 알려진 자연 과학자로서, 게오르크 포르..

45 동독문학 2025.02.15

서로박: (4)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부설) 쿠바의 경제 현실과 게바라 브라운의 작품에서 게바라와 카스트로 사이의 대화는 상징과 축약에 의해 다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60년대 초 혁명을 이룩한 쿠바는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었는데, 이 점에 관해서 극작품은 -문학의 특성상의 이유로- 구체적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장에서 실재했던 쿠바의 경제적 난 문제에 관해 약술하기로 한다. 이로써 우리는 옳든 그르든 간에 볼리비아에서의 무장 투쟁에 대한 게바라의 필연적 귀결을 유추하게 될 것이다. 쿠바의 혁명 정부는 중앙 기획 워원회 (JUCEPLAN)를 주축으로 하여, 세 가지의 경제 개혁을 단행한다. 1. 국유화 체제를 통한 농업 개혁 (INRA), 2. 탄광 개발을 통한 산업화의 추진, 3. 사회적 이..

45 동독문학 2025.02.13

서로박: (3)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갈등과 모순 구조 (2) (1) 게바라와 당과의 의견 대립 제 8장에서 게바라는 볼리비아의 공산당 제 일 서기를 만나 혁명적 노선에 관한,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한다. (역주: 이 대목은 작품의 발표 시기 및 극작가의 주변 현실을 고려할 때 구동독의 사회주의 통일당 정책 비판과 관련된다. 그렇기에 클라우스 슈만은 제 8장의 일부 (160 - 161 페이지)를 극작품속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K. Schuhmann: Anmerkungen zu Volker Brauns 「Guevara oder Der Sonnenstaat」, in: Text + Kritik, H. 55, a. a. O., S. 27 - 34, Hier S. 31ff.). 그러나 두 사람의 견해가..

45 동독문학 2025.02.10

서로박: (2)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3. 갈등과 모순 구조 (1) 브라운은 “사회적 모순의 형성과 해결을 제시하는 일”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간주했다. 이에 비하면 “줄거리는 다만 시적인 표현 방법”에 불과하다. (역주: V. Braun: Über die Bauweise neuer Stücke, in: Es geht nicht einfache Wahrheit, a. a. O., S. 136.) 이미 언급했듯이 작품내의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은 게바라의 죽음 장면으로부터 (쿠바를 떠나기 전 무렵의) 카스트로와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막간극을 제외한 일곱 개의 장면은 제각기 주인공의 사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없는 주변 환경 및 여건 사이의 갈등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주제를 ..

45 동독문학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