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108

서로박: (3) 속죄와 자기 반성으로서의 기억. 보브롭스키의 '유년'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혹은 사내들은 말을데리고 강둑길로 나와,찬란한 고동색 말을 타고웃음을 터뜨리며깊은 곳을 뛰어 넘었지.(Oder die Burschen kamenden Uferpfad her mit den Pferden,auf den glänzenden braunenRücken ritten sie lachendüber die Tiefe.) 제 1행에서 “혹은”이라는 표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 표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제 3연, 제 4연 그리고 제 5연에서 언급되는 내용이 과거 유년 시절에 대한 완전한 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상기한 연에서 묘사되는 것은 유년 시절에 겪었던 체험이라기보다는, 그 이후, 그러니까 사춘기 시절에 말을 타고 놀던 시절이라고 해야 타당할 것입니..

45 동독문학 2025.05.09

서로박: (2) 속죄와 자기 반성으로서의 기억. 보브롭스키의 '유년'

(앞에서 게속됩니다.) 요하네스 보브롭스키는 착취와 억압으로 이어진 비극적 역사의 땅 동유럽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그의 조상은 대부분 수공업과 농업을 직업으로 택하고 살았습니다. 그는 “독일인들이 리타우인, 폴란드인, 러시아인들과 근접한” 동프로이센, 다시 말해 미타우 지역에 유년기를 보냈는데, 그곳에서는 유태인의 거주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고 합니다. 보브롭스키는 쾨니히스베르크의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헤르더 (Herder), 칸트 (Kant) 그리고 하아만 (Hamann) 등의 학문과 고대어를 배웠고, 오르겔 연주와 프로테스탄트 신앙에 심취했다고 합니다. 1937년부터 1949년까지 주로 그곳에서 군인으로 복무했지요. 오늘날 독일에는 “전쟁 봉사에 대한 거부 Kriegsdien..

45 동독문학 2025.05.08

서로박: (1) 속죄와 자기 반성으로서의 기억. 보브롭스키의 '유년'

“사랑은/ (너는 무덤에서 말하지)/ 사랑은 하나의 하얀 형체로/ 드러난다/ 전율의 한가운데로부터” (요하네스 보브롭스키: 「엘제 라스커-쉴러」)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오늘 특강에서 우리는 페터 후흘 Peter Huchel과 함께 50년대 그리고 60년대의 동독 시단을 찬란하게 꽃피우게 했던 시인 요하네스 보브롭스키 (1917 - 1965)의 시 한편을 감상하려고 합니다. 시작품 「유년 Kindheit」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작품은 50년대 말에 씌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1963년에 간행된, 보브롭스키 시집 "사르마티아의 시간 Sarmatische Zeit"에 실려 있습니다. 다른 대표적 작품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내가 「유년」을 택하였을까요? 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그 하나는 「유년」속에 동..

45 동독문학 2025.05.07

하이너 뮐러의 '보이체크의 상처'

보이체크의 상처 *하이너 뮐러 1.보이체크는 아직도 대대장에게 면도해주고, 정해진 처방대로 완두콩만 먹는데, 자신의 사랑이 둔감하게 되었으므로 ‘그’는 애인 마리를 괴롭히며. ‘그’의 주민들은 국가로 변모했고, 유령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가령 사냥꾼 룽게는 ‘그’의 피비린내 나는 형제이며, 로자 룩셈부르크를 암살한 자들의 무산 계급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그’의 감옥은 스탈린그라드라고 일컫는데, 그곳에서는 살해당한 여자가 크림힐트의 마스크를 쓴 채 ‘그’에게 다가선다. 그녀의 기념비는 마마이 언덕위에 서 있고, 그녀의 독일적 기념물은 베를린 장벽, 정책 속으로 혼입된 혁명의 탱크 행렬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끌고 가는 보호자의 어깨에 입을 짓누르며, 카프카는 ‘그’가 형제를 살해한 후에 간신히 ..

45 동독문학 2025.05.05

박설호: (5) 하이너 뮐러의 '보이체크의 상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텍스트의 제 3부 “하이네 상처는 흉터가 생기기 시작한다, 비스듬하게. 이에 비하 면 보이체크는 개방된 상처이다. 보이체크는 개가 묻혀 있는 곳 에 살고 있다. 개는 보이체크라고 불린다.” 본문에서 “비스듬하게”라는 단어는 추상적으로는 “잘못된 채”, 내지는 “미결로 남은 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이체크를 둘러싼 개인적 사회적 문제는 오늘날까지 미결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그의 상처는 “개방된” 채 터져 있다. 유대인 출신의 망명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1797 - 1856)는 프로이센의 전근대적인 문화 풍토에 저항하다가 인생의 후반기를 프랑스에서 보내야 했다. 그의 사회 비판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계급 갈등의 문제와는 거리감을 취했다. 가..

45 동독문학 2025.05.05

박설호: (4) 하이너 뮐러의 '보이체크의 상처'

(앞에서 계속됩니다.) 4. 텍스트의 제 2부 “극장에 의해 수없이 수난을 당한 텍스트. 운명의 여신에 의해 태어날 때에 눈꺼풀이 뜯겨나간 23세의 젊은이가 창출해낸 작 품.” 이미 언급했듯이 「보이체크」는 게오르크 뷔히너의 미완성 유작으로서, 다른 두 편의 극작품, 「당통의 죽음」 그리고 「레옹세와 레나」와 함께 20세기에 들어 활발하게 공연되었다. (각주: 출판인 카를 에밀 프란쪼스에 의해 1878년에야 비로소 간행되었고, 1913년에 뮌헨의 레지덴츠 극장에서 비로소 초연되었다. 林宗大: 뷔히너 출판자 카를 에밀 프란쪼스, in: 金光圭 편, 현대 독문학의 이해, 민음사 1983, 61 - 83쪽 참고.). 그러나 과연 「보이체크」의 진의 (眞意)가 제대로 수용되었던가? 하고 뮐러는 반문하고 있다...

45 동독문학 2025.05.02

박설호: (3) 하이너 뮐러의 '보이체크의 상처'

(앞에서 계속됩니다.) “미래에 ‘그’는 로켓 폭탄에 대한 열광 속에서 중력에 저항하는기계와 교차할지도 모른다.”이 대목에서 뮐러는 고도로 발전된 과학 기술을 지적하고 있다. 귄터 쿠네르트와는 달리 뮐러는 과학 기술의 발전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각주: Heiner Müller: Jenseits der Nation, a. a. O., S. 19.). 그러나 여기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기술 발전으로 인하여 더욱 정밀화된 개인에 대한 탄압과 고문의 기술이다. (각주: 그렇기에 미래는 -뮐러의 「행복 없는 천사 Der glücklose Engel」에서 묘사되고 있듯이- 밝은 전망을 보여주지 않으며, 석화 (石化)된 역사만을 남기는지 모른다. Siehe Heiner Müller: D..

45 동독문학 2025.04.30

박설호: (2) 하이너 뮐러의 '보이체크의 상처'

(앞에서 계속됩니다.) 3. 텍스트의 제 1부 “보이체크는 아직도 대대장에게 면도해주고, 정해진 처방대로 완 두 콩만 먹는데, 자신의 사랑이 둔감하게 되었으므로 ‘그’는 애인 마리를 괴롭히며,”실존 인물 보이체크는 19세기 초에 비참하게 살다가, 1821년 질투심 때문에 (?) 자신의 애인, 46세의 과부를 칼로 찔러 죽였다. 재판 당시에 정신과 의사들이 그의 심리적 상태를 진단했으나, 결국 보이체크는 1824년 8월 27일에 라이프치히에서 공개적으로 처형당했다. (각주: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는 1834년부터 극작품 「보이체크」를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우리는 「보이체크」의 살인이 하나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사건의 과정 속에서 묘사되고 있음을 중시해야 한다. 뷔히너의 「보..

45 동독문학 2025.04.29

박설호: (1) 하이너 뮐러의 '보이체크의 상처'

-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즉 지배하는 계층이 지적으로 패배자의 수준에 머물고 있지요. 만약 한 세대에서 이러한 수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떤 파국이 도래할 것입니다.” (1924년 안토니오 그람시가 레닌에게 보낸 편지에서) - 1. 들어가는 말 불행한 날짐승 (Pechvogel), 하이너 뮐러. (각주: Erich Fried - Heiner Müller: Ein Gespräch, geführt am 16. 10. 1987 in Frankfurt a. M., Berlin 1989, S. 93.). 90년대 초에 그는 독일 통일의 콜탈을 온통 뒤집어쓴다. 하기야 승리자의 눈에는 과거의 사악한 적보다는 과거의 선량한 적이 더욱 밉게 보일 테니까. 통독 이후 몇몇..

45 동독문학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