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94

서로박: (5)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유럽 지식인들의 냉담성에 대한 비판 다시 브라운의 극작품으로 돌아가자. 만일에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에 막간극 (제 1장, 제 5장, 제 9장)이 실리지 않았더라면, 브라운의 극작품은 숙명론적인 역사극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막간극이 실려 있기 때문에, 역순에 의해 묘사되는 게바라의 행적, 특히 갈등과 희망 등은 독자와 관객에게 갈등과 모순 구조를 점층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보다 강렬한 주제 의식을 심화시켜 준다. 막간극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붐홀트와 베드레이이다. 이 두 인물은 실제 유럽의 지식인, 알렉산더 훔볼트와 레기스 데브레이에 대한 패러디이다. (역주: 빌헬름 폰 훔볼트 (1769 - 1859)는 잘 알려진 자연 과학자로서, 게오르크 포르..

45 동독문학 2025.02.15

서로박: (4)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부설) 쿠바의 경제 현실과 게바라 브라운의 작품에서 게바라와 카스트로 사이의 대화는 상징과 축약에 의해 다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60년대 초 혁명을 이룩한 쿠바는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었는데, 이 점에 관해서 극작품은 -문학의 특성상의 이유로- 구체적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장에서 실재했던 쿠바의 경제적 난 문제에 관해 약술하기로 한다. 이로써 우리는 옳든 그르든 간에 볼리비아에서의 무장 투쟁에 대한 게바라의 필연적 귀결을 유추하게 될 것이다. 쿠바의 혁명 정부는 중앙 기획 워원회 (JUCEPLAN)를 주축으로 하여, 세 가지의 경제 개혁을 단행한다. 1. 국유화 체제를 통한 농업 개혁 (INRA), 2. 탄광 개발을 통한 산업화의 추진, 3. 사회적 이..

45 동독문학 2025.02.13

서로박: (3)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갈등과 모순 구조 (2) (1) 게바라와 당과의 의견 대립 제 8장에서 게바라는 볼리비아의 공산당 제 일 서기를 만나 혁명적 노선에 관한,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한다. (역주: 이 대목은 작품의 발표 시기 및 극작가의 주변 현실을 고려할 때 구동독의 사회주의 통일당 정책 비판과 관련된다. 그렇기에 클라우스 슈만은 제 8장의 일부 (160 - 161 페이지)를 극작품속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K. Schuhmann: Anmerkungen zu Volker Brauns 「Guevara oder Der Sonnenstaat」, in: Text + Kritik, H. 55, a. a. O., S. 27 - 34, Hier S. 31ff.). 그러나 두 사람의 견해가..

45 동독문학 2025.02.10

서로박: (2)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3. 갈등과 모순 구조 (1) 브라운은 “사회적 모순의 형성과 해결을 제시하는 일”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간주했다. 이에 비하면 “줄거리는 다만 시적인 표현 방법”에 불과하다. (역주: V. Braun: Über die Bauweise neuer Stücke, in: Es geht nicht einfache Wahrheit, a. a. O., S. 136.) 이미 언급했듯이 작품내의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은 게바라의 죽음 장면으로부터 (쿠바를 떠나기 전 무렵의) 카스트로와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막간극을 제외한 일곱 개의 장면은 제각기 주인공의 사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없는 주변 환경 및 여건 사이의 갈등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주제를 ..

45 동독문학 2025.02.09

서로박: (1) 폴커 브라운의 '체 게바라, 혹은 태양의 나라'

- “(...) 자본주의가/ 남겨 놓은 썩어빠진 무기만으로는/ 너는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없네. / 새로운 무엇을 찾아야 해. 새로운 질서 / 혹은 이미 낡은 것을 향상시킨/ 모델, 그렇지. 책상이 나를 관료화시키는가, / 내가 책상을 관료화시키는가?” - (역주: Volker Braun: Guevara oder Der Sonnenstaat, in: ders., Texte in zeitlicher Folge, Bd. 5, Halle/ Leipzig 1990, S. 169. 이하 본문에서 GS로 인용함.)  1. 들어가는 말 의사 출신. 게릴라 전투의 베테랑. 천의 얼굴을 지닐 정도로 변장에 능하나, 고질병인 천식만은 감출 수 없었다. 베레모 차림에 까만 수염 그리고 불타는 눈동자,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45 동독문학 2025.02.06

서로박: (5)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9. 성배의 상징, 유토피아 성배가 상징하는 바는 하인의 극작품에서 핵심을 이루는 대목이므로, -등장인물의 논의와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하인의 작품은 모든 아름다움과 선의 문제를 종교적 차원과 관련시키지는 않는다. 이미 언급했듯이 "원탁의 기사들"에는 시간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 이는 역사극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려는 극작가의 의도와 관련된다. (역주: 대부분의 극작품은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극작품속에 담긴 역사적 소재가 아니라, 극작품의 집필 시기이다. “안티고네는 극장에서 현재 공연된다. 그러므로 연극 사 내지는 극장 사에 관한 질문은 의미를 상실해 버린다.” Chr. Hein: Schlötel oder..

45 동독문학 2025.02.03

서로박: (4)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7. 파르치발의 갈등 및 모순된 상황 (1) 아르투스 왕을 제외한다면 원탁의 기사들 가운데 파르치발이 가장 모순적이자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 이유는 그가 과거에 개인적으로 어떤 커다란 상처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르치발이 과거에 얻게 되었던 커다란 심리적 상흔을 회피하려는 데에 있다. 물론 그는 성배가 인간의 내면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파르치발에게 현재 중요한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르치발이 과거에 입은 심리적 상처는 무엇인가? 구동독 작가 베르너 하이두첵 (W. Heiduczek)은 1974년에 동독에서 간행한 파르치발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파르치발의 진..

45 동독문학 2025.02.02

서로박: (3)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성배에 관한 등장인물들의 견해 성배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원탁의 기사들의 견해에 의하면 성배란 이 세상의 진리, 모든 아름다움 그리고 선 (善)을 지칭한다. 그것은 카이에에게는 행복의 순간을 체험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물이다. (역주, 카이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배는 인간의 행복이며, 지상의 천국이네. 짤막한 행복의 순간은 성배가 있다는 것, 지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해. 성배를 찾는 일을 포기하면 우리는 한없이 불행해질 거야.” (53).) 사람들은 카이에의 견해에 의하면 보편적 법칙을 얻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에는 성배가 발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그대로 수용한다. 오릴루스는 성배를 “평화”로 간주한다. (42). ..

45 동독문학 2025.02.01

서로박: (2)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3. 동서독 비평의 맹점 "원탁의 기사들"이 1989년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었을 때, 사회주의 통일당의 일간지 「신독일」은 하인의 작품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즉 "원탁의 기사들"은 “종말 극”이 아니라, “리얼리즘의 출발 극”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구동독의 현실과 관계되는 우화의 특성을 거론하지 않은 셈이다. 예컨대 「작센 일보 (Sächsisches Tagesblatt)」는 하인의 극작품에는 “아르투스 극은 󰡔현인 나탄󰡕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그저 추상적으로 논평했을 뿐이다. (역주: Siehe Heinz Klunker: Angst vorm Gral, in: Theater heute 7/ 1989, S. 24.). 그 이후 하인의 작품은 서구에서도 공연되었는데, ..

45 동독문학 2025.01.31

서로박: (1)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크리스토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  “아르투스: 우리를 괴롭히고 방해하는 것은 희망에 대한 굶주림이야. 모드레: 성배는 너희들이 평생 추적하는 망상일 뿐이지. 카이에: 누구도 원치 않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희생해 버렸네. 란셀로: 원탁의 기사들은 백성들에겐 바보, 백치, 그리고 범인들의 집단에 불과해. 파르치발: 성배는 없어. 있다면, 우린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해.”  1. 폭풍 전야, "원탁의 기사들" 구동독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크리스토프 하인 (1944- )의 󰡔원탁의 기사󰡕가 드레스덴 극장에서 초연된 날은 고르바초프가 개혁 정책을 추진한 지 4년째 되는 해인 1989년 3월 24일이었다. 한마디로 폭풍 전야의 불안한 시대..

45 동독문학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