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92

박설호: (8)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됩니다.) 8.80년대에 이르러 브레히트 연구가들은 브레히트의 문학적 정치적 철학적 근본 입장이 칼 코르쉬 (K. Korsch)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느냐, 아니면 레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느냐? 하는 물음에 관해 논의했다. (이에 관해서 본고에서 다루기는 어려우므로 자세한 언급을 생략한다.) 브레히트는 철저한 귀납주의자였다. 주어진 현실이 그에 상응한 사상을 대두시키기 때문에, 현실이 변화되면 그에 대한 생각 역시 아울러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명제란 주어진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브레히트는 무슨 주의자인가? 하는 물음은 브레히트를 연구할 때 어리석기 짝이 없는 물음이다. 오히려 우리는 가령 1934년 그가..

46 Brecht 2025.08.25

박설호: (7)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7.브레히트의 단시 「해결 방법」을 분석하기 전에, 우리는 일단 1953년 6월 당시의 구동독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상황을 간략히 기술해야 할 것 같다. 1952년 사회주의 통일당 제 1서기 발터 울브리히트는 SED의 제 2차 당 대회에서 사회주의의 건설을 강력히 주창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 시간과 더 강한 노동 정신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 기업가, 수공업자 그리고 농부들의 견해는 당의 이러한 정책과는 무관하게 취급되었고, 그들의 노동 조건은 더욱 악화되었다. 교회에 대한 탄압 및 1953년 초에 도래한 심각한 식량난 등으로 인하여 국민들 중 더러는 서 베를린을 통해 이주하였다. 그럼에도 구동독 당 중앙 위원회는 1953년 5월 작업 규..

46 Brecht 2025.08.22

박설호: (6)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됩니다.) 6.브레히트는 「부코 비가」에서 1953년을 전후한 구동독의 문화 및 경제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사회주의의 발전을 부정하고 동구로부터 등을 돌린 앙드레 지드와 아르투르 케스틀러와 브레히트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50년대에 브레히트에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문제는 개인적 자유와 전체주의적 정책 사이의 문제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수용되었던 것이다. (각주: 브레히트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인간 생활의 야만적인 모습이 나타난다고 굳게 믿었으며, “무산 계급은 혁명 이후에 유산 계급의 비인간적인 생활관을 타파할 수 있다”는 마르크스의 생각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혁명이란 인간에게 미덕을 심어주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악덕을 안겨줄 것이라고 한다. 왜..

46 Brecht 2025.08.19

박설호: (5)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됩니다.) 5.서정시 가운데에는 원래 인간의 정서를, 주로 사랑을 읊은 운문이 많다. 또한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서정시를 쓰기란 어려운 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브레히트의 시 대부분이 사랑에 관한 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협의적인 의미에서 볼 때 사랑에 관한 시란 남녀의 애정 관계를 일차적 소재로 다룬 시이며, 본고에서도 이 점을 고려하였다. 우선 「동일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라는 시의 전문을 살펴보자. “베이징의 비디 알고이의 비이 안, 하고 그가 말한다 녕, 하고 그미가 말한다”(Bidi in Pecking/ Im Allgäu Bie/ Guten, sagt er/ Morgen, sagt sie.) 언어를 아껴도 이렇게 아끼는 시는 아마 없을 것이다. “비이”란 브레히트의 옛..

46 Brecht 2025.08.17

박설호: (4)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됩니다.) 4.이 장에서는 소위 자연 시에 관한 시 몇 편을 골라서 분석해 보기로 한다. “무더운 날. 나는 강가 야외 텐트 안에서 書版을 무릎에 얹고 있다. 녹색의 보트가 수양버들 사이로 보인다. 갑판에는 두툼하게 옷 입은 뚱뚱한 수녀. 그녀 앞에는 수영복 차림의 나이든 남자. 아마 神父. 노 젓는 자리에는 한 아이가 있는 힘을 다해 노 젓고 있다. 옛날과 같이! 하고 나는 생각한다. 옛날과 같이!” (무더운 날)(Heißer Tag. Auf den Knien die Schreibmappe/ Sitze ich im Pavillon. Ein grüner Kahn/ Kommt durch die Weide in Sicht. Im Heck/ Eine dicke Nonne, dick gekleid..

46 Brecht 2025.08.16

박설호: (3)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됩니다.) 3.브레히트는 50년대 초에 단시 풍의 연작시 「부코 비가」를 집필하였다. 부코는 구동독에 있던 작은 지명으로서 동베를린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달리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1952년 브레히트는 부인 헬레네 바이겔과 함께 어느 정원이 딸린 별장을 구입하였고, 그곳에서 때때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부코”라는 단어는 소위 “목자 문학 Bukolik”을 연상시키나, 브레히트의 연작시들은 현실 도피적인 방향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들은 1953년에 발생한 동베를린의 노동자 데모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각주: B. Brecht: Arbeitsjournal, Frankfurt a. M., Bd. 2, S. 1009.). 「부코 비가」는 얼핏 보면 ..

46 Brecht 2025.08.13

박설호: (2)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앞에서 계속됩니다.) 2.브레히트가 1948년부터 죽기까지 8년 간 쓴 시들을 소재별로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자연에 관한 시, 사랑에 관한 시 그리고 사회 정치에 관한 시가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데 주제 상으로 볼 때는 브레히트의 후기 시는 그렇게 분류될 수 없다. 왜냐하면 행과 행 사이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그의 단시들은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브레히트는 자연을 다루면서, 구동독의 정치적인 현실을 암시하기도 하고, 사랑을 말하면서 남녀 간의 사랑을 초월한 무엇을 묵시적으로 드러낸다. 브레히트의 시 「중국산 차 (茶)나무 뿌리로 만든 사자 목제품을 보며」를 예로 들자. “악한 자들은 너의 발톱을 두려워하고 선한 자들은 너의 우아함을 즐긴다. 이런 점..

46 Brecht 2025.08.10

박설호: (1) 브레히트의 후기시 연구

- "장애물이 놓여 있을 경우 두 점 사이의 가장 짧은 선은 곡선일 것이다." (브레히트) - (각주: 상기한 모토는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에 나오는 주인공의 표현인데, 브레히트가 레싱의 작품에서 “도용 (盜用)”한 것 같다.) 1.우선 본고를 쓰는 데 있어서 필자가 의도하는 두 가지 사항을 먼저 언급해 볼까 한다. 첫째, 브레히트의 후기 시 분석을 통하여 그가 추구한, 구동독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다 나은 방향이 무엇인가? 라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다. (각주: 여기서 “후기 시”란 1941년으로부터 1956년까지의 기간에 집필되었던 브레히트의 시를 가리킨다. ). 이를 위해서 우리는 브레히트의 시속에 담긴 시대 비판을 일차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각주: 본고에서 브레히트의 칼렌더 시, 동시, ..

46 Brecht 2025.08.07

박설호: (5) 학생들과 함께 읽는 브레히트의 시, '후세사람들에게'

(앞에서 계속됩니다.) 6. 나오는 말 브레히트는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폭력을 거의 동시적으로 겪었다. 브레히트는 “계급의 전쟁”이라는 전선으로부터 등을 돌렸을 때, 거기에는 스탈린주의라는 “거대한 호랑이의 이빨”이 도사리고 있었다. (각주: 브레히트의 시 「M.을 위한 묘비명」과 비교하라. B. Brecht: WA. Bd. 10, S. 942.). 그렇지만 냉전의 시대에 자신이 소련을 문학적으로 정치적으로 비판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때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다. 이는 한편으로는 “누워서 침 뱉는” 격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역이용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브레히트는 -「파처 Fatzer」 단편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혁명을 외면한 채, 결코 자기네들끼리 집안싸움..

46 Brecht 2025.05.26

박설호: (3) 학생들과 함께 읽는 브레히트의 시, '후세사람들에게'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두 번째 시 분석 과거형으로 표기된 두 번째 시는 한편으로는 브레히트의 행적을 간략히 요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브레히트가 평생에 걸쳐 밝히려던 사회적 모순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첫 번째 두 번째 시에 나타나는 변명과 고뇌의 술회는 자취를 감추고, 시대적 삶이 자신의 삶으로 선회되어 있다. 엄격한 시 형식을 갖춘 이 시는 도합 4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끝날 때마다 2행의 후렴이 이어진다. 무질서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네, 굶주림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을 때. 격동의 시대에 사람들과 합류하여 그들과 함께 격분했지. 이 땅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대는 그렇게 흘러갔네. 「후세 사람들에게」는 결코 ‘역할 시 das Rollengedicht’가 아니다. 다시 말해 ‘..

46 Brecht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