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Brecht 84

박설호: (5) 학생들과 함께 읽는 브레히트의 시, '후세사람들에게'

(앞에서 계속됩니다.) 6. 나오는 말 브레히트는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폭력을 거의 동시적으로 겪었다. 브레히트는 “계급의 전쟁”이라는 전선으로부터 등을 돌렸을 때, 거기에는 스탈린주의라는 “거대한 호랑이의 이빨”이 도사리고 있었다. (각주: 브레히트의 시 「M.을 위한 묘비명」과 비교하라. B. Brecht: WA. Bd. 10, S. 942.). 그렇지만 냉전의 시대에 자신이 소련을 문학적으로 정치적으로 비판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때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다. 이는 한편으로는 “누워서 침 뱉는” 격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역이용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브레히트는 -「파처 Fatzer」 단편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혁명을 외면한 채, 결코 자기네들끼리 집안싸움..

46 Brecht 2025.05.26

박설호: (3) 학생들과 함께 읽는 브레히트의 시, '후세사람들에게'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두 번째 시 분석 과거형으로 표기된 두 번째 시는 한편으로는 브레히트의 행적을 간략히 요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브레히트가 평생에 걸쳐 밝히려던 사회적 모순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첫 번째 두 번째 시에 나타나는 변명과 고뇌의 술회는 자취를 감추고, 시대적 삶이 자신의 삶으로 선회되어 있다. 엄격한 시 형식을 갖춘 이 시는 도합 4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끝날 때마다 2행의 후렴이 이어진다. 무질서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네, 굶주림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을 때. 격동의 시대에 사람들과 합류하여 그들과 함께 격분했지. 이 땅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대는 그렇게 흘러갔네. 「후세 사람들에게」는 결코 ‘역할 시 das Rollengedicht’가 아니다. 다시 말해 ‘..

46 Brecht 2025.05.22

박설호: (2) 학생들과 함께 읽는 브레히트의 시, '후세사람들에게'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첫 번째 시 분석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네! 악의 없는 말은 어리석을 뿐. 어느 매끈한 이마는 무감각을 시사하고 있어. 웃고 있는 그자는 그 끔찍한 소식을 아직 접하지 못했네. 작가는 시대의 지침계로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나’는 끔찍한 소식을 접하고 괴로워하며, 암울한 현실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다. 여기서 끔찍한 소식이란 좌익 지식인의 체포, 분서갱유, 혹은 1936년의 스페인 내전일 수도 있다. 이에 비하면 우연히 만난 남자는 -마치 그의 겉모습 (“매끈한 이마”)이 시사하듯이- 이에 대해 둔감하다. “참으로”라는 표현은 성경에 자주 나오는 대로 “진실로”라고 해석하는 게 원뜻에 가까울지 모른다.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기에 “악의 없는 말”은 사족..

46 Brecht 2025.05.22

박설호: (1) 학생들과 함께 읽는 브레히트의 시, '후세 사람들에게'

- 해답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배우거나 가르치는 우리는 그저 여러 가지 질문만 던지면 족하다. 다만 언제, 어디서, 무엇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가? 하는 사실 혹은 가설만이 전달되어야 하리라. 처음부터 한가지의 결론을 강요하지 말라. 그것은 비교육적이다. “너희에게 좋은 것을 스스로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브레히트) 하니까. - 1. 들어가는 말 언젠가 독문학 박사 과정에 있던 후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70년대 이후로 독일에서 진행된 시학 논쟁에서 학자들은 한결같이 브레히트를 긍정적으로 인용하더군요. 서로 정반대되는 입장을 지니고 있는데도... 브레히트가 작품을 많이 써서 그럴까요?” 이 순간 나의 뇌리에는 어느 토론 장면이 떠올랐다. 서로 다투는 두 사람 논객의 손에는 제각기 브레히트의..

46 Brecht 2025.05.2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가정교사'

브레히트는 야콥 미햐엘 라인홀트 렌츠 (J. M. R. Lenz, 1751 - 1791)의 「가정교사 Der Hofmeister」 (1774)를 개작하였습니다. 렌츠 작품의 주된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며, 브레히트의 작품의 근간을 이룹니다. 가난한 부목사의 아들, 로이퍼는 가정교사로 일합니다. 그는 추밀원 고문관의 동생이 되는 베르크의 집에서 아들 프리츠 그리고 딸 구스첸을 가르칩니다. 로이퍼는 맛있는 음식을 얻지만, 적은 월급을 받으며, 때로는 무척 모욕당하기도 합니다. 이때 그는 구스첸을 유혹합니다. 구스첸 역시 이를 마다하지 않고, 육체적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계급 차이로 인하여 두 사람은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구스첸은 미성년이기도 합니다. 구스첸이 임신하게 되..

46 Brecht 2025.02.13

서로박: 브레히트의 시 '질문들'

질문들 내게 써봐, 무얼 입고 있는지를! 따뜻한 옷이니?내게 써봐, 어떻게 누워 있는지를! 편안히 누워 있니?내게 써봐, 네가 어떤 모습인지를! 여전히 같니?내게 써봐, 무엇이 부족한지를! 나의 팔이니? 내게 써봐, 몸이 어떤지! 사람들이 너를 귀찮게 굴지 않지?내게 써봐, 그들이 무얼 하는지! 용기가 충분히 남아 있니?내게 써봐, 네가 무얼 하는지를! 좋은 일이니?내게 써봐, 누굴 생각하는지를! 혹시 내가 아니니? 나는 다만 널 위해 여러 질문만 던질 뿐이야!어떤 대답이 나올지 그걸 잠자코 듣고 있어!네가 피곤하더라도 난 너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어. 굶주린다고 해도 너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없어.그래서 마치 내가 너를 잊은 것처럼 더 이상 너의 곁에머물지 못해서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같아. Sc..

46 Brecht 2025.01.18

서로박: 브레히트의 '아욱스부르크의 백묵원'

1.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발생한 놀라운 이야기: 친애하는 J, 당신의 발표를 위하여 작품을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1941년에 처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는 히틀러 정권에 의해 독일의 반역자로 몰려 국외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소설은 1618년에서 1648년 사이에 발생한 독일의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유럽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그리고 페스트라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우구스부르크는 전통적으로 가톨릭이 강성한 지역입니다. 2. 클라분트의 「백묵원」(1): 브레히트는 1920년대에 베를린에서 클라분트의 극작품 「백묵원」을 접했는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당시 극작가를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46 Brecht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