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3. ‘나’의 할아버지 요한과 유태인 레오 레빈 소설은 한마디로 방앗간의 소유를 둘러싼 법적 소송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에 의존해서 이어진다. 또한 보브롭스키가 간결한 문장을 동원한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즉 보브롭스키는 법정 투쟁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는 동구의 구체적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하려는 데에 비중을 두었다. 주인공 ‘나’의 할아버지, 요한은 마을에서 비교적 부유한 계층에 속하는 침례교 신자이자 독일인 소 기업가인데, 프로이센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는 경쟁자인 레빈의 방앗간을 하루 밤 사이에 가로채 버린다. 그러니까 요한은 댐 상류의 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