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 젊은 나이에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당시 고등학생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입시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주야장천 국어, 영어, 수학만 공부해야 했다. 독일어 선생이었던 나는 고3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습 시간 감독을 자청하곤 했다. 공부에 싫증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서 틈틈이 『난중일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순신의 이야기는 어쩌면 박정희 독재에 대한 저항 의식을 부추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흔히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은 거북선의 계발, 지형지물을 이용한 탁월한 용병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풍전등화의 강토를 반드시 수호하리라는 당신의 마음가짐이지요. 이러한 마음가짐이 있었으므로 장군은 당시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