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51

서로박: (3)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인간의 세 가지 악덕: 나태, 자만 그리고 이기심: 캄파넬라는 어떤 세 가지 사항을 내세우면서, 이것들을 일반 사람들이 지닌 세 가지 악덕으로 규정합니다. 그것은 나태, 자만 그리고 이기심입니다. 앞장에서 우리는 토머스 모어가 지적한 세 가지 악덕, 나태, 자만 그리고 탐욕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캄파넬라가 탐욕 대신에 이기심을 채택한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견해는 거의 유사합니다. 캄파넬라는 인간의 타락과 죄의 원천이 무조건 아담의 원죄에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죄의 원인은 오히려 인간의 의지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고로 인간의 의지는 힘 그리고 지혜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의지가 결핍되면, 무기력함 그리고 무지가 크게 발달하는 법입니다. 바로 이러..

34 이탈스파냐 2023.01.20

서로박: (2)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문헌학적 관점에서 이해되는 명작 (1): 캄파넬라는 무척 영리한 학자였습니다. 감옥에서 수십 년간 영어의 삶을 보내면서도 그는 자연과학, 천문학, 의학, 신학, 윤리학, 법학 등을 연구하였고, 이러한 노력 속에서 약 80권의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밖에 캄파넬라는 시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그의 철학 시편은 자신의 절망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필된 것이었는데, 오늘날에도 회자될 정도로 신에 대한 믿음과 사악한 인간에 대한 분노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태양의 나라』또한 감옥에서 집필된 것입니다. 캄파넬라는 오로지 독서와 집필에 몰두함으로써 죽음과 싸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원고들은 간수들에 의해서 몰수되었으며, 몇 편은 완전히 불에 타서 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이..

34 이탈스파냐 2023.01.19

서로박: (1)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1. 캄파넬라와 『태양의 나라』: 토마소 캄파넬라 (Tommaso Campanella, 1568 - 1639)의 『태양의 나라La citta del sole』 (1602)는 질서 유토피아로 명명될 수 있습니다. 그 까닭은 이 작품 속에 사유재산제도의 철폐, 가족제도의 철폐 등이 설계되어 있으나, 모든 삶이 마치 사원에서의 생활처럼 점성술의 원칙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영위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초안은 처음에는 이탈리아어로 구상되었습니다. 『태양의 나라』는 1602년에 집필되기 시작했으나,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1623년에 비로소 세상에 소개되었습니다. 1612년 겨울 독일의 인문학자 토비아스 아다미는 제자와 함께 그리스 예루살렘 그리고 몰타를 여행한 다음에 나폴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나폴..

34 이탈스파냐 2023.01.19

서로박: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고행' (4)

7. 소설은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로마에 도착하기 전에 순례자들은 야영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때 세르반테스는 스스로 잘못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해 냉소적인 비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자신의 삶의 방황에 대한 참회록이라는 느낌을 드러내는데, 이는 작가의 자기비판에 바탕을 둔 냉소적 풍자에 기인합니다. 페리안드로와 아우리스텔라는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손목을 잡은 채 밤을 지새웁니다. 다음날 아침에 또 다른 순례자들이 합류하게 됩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아르날도와 데무르 공작이 순례자의 복장 차림으로 끼여 있었습니다. 아르날도 왕자는 여전히 아우리스텔라와의 결혼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으며, 데무르 공작 역시 첫눈에 그미에게 반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지..

34 이탈스파냐 2022.12.02

서로박: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고행' (3)

5. 항구는 알고 보니 폴리카르포 왕이 다스리는 나라의 수도였습니다. 부둣가에는 수많은 물품들이 높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부분적으로는 난파된 배에서 구출한 물품이었고, 부분적으로는 해적들이 팔아넘긴 물품들이었습니다. 왕국은 처음에는 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베풉니다. 순례자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에 페리안드로는 다시 아우리스텔라와 재회합니다. 그동안 페리안드로는 해적의 포로가 되어 힘든 삶을 영위해 왔습니다. 처음에 그는 폴리카르포 왕의 노예로 이곳에 팔려 왔는데, 공주, 신포로자의 도움으로 궁궐의 손님으로 대접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신포로자 공주는 주인공의 고결한 눈빛, 늠름한 풍모 그리고 깊은 신앙심에 탄복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고결한 주인공에게 서..

34 이탈스파냐 2022.12.02

서로박: '페르실레스와 사히스문다의 고행' (2)

3. 안토니오는 자신의 가족과 세 사람의 이방인들과 함께 인접한 섬으로 도주합니다. 인접한 섬에는 이탈리아 춤꾼인 루틸리오가 살고 있었습니다. 루틸리오는 자신이 어째서 북구의 추운 섬으로 이주하여 살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해줍니다. 그는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춤추면서 살았는데, 북구 출신의 어느 여자에게 반하여 부모와 고향을 저버리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루틸리오는 자신의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섬에 모인 사람들은 합심하여 로마로 순례의 길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안토니오는 인접한 다른 섬으로 가서 포르투갈 출신의 가수를 데리고 옵니다, 왜냐하면 그 역시 남유럽으로 떠나기를 애타게 고대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소사 코틴호였는데, 오랫동안 사랑의 열병을 ..

34 이탈스파냐 2022.12.02

서로박: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고행' (1)

1. 친애하는 C, 오늘은 세르반테스의 유작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 Los trabajos de Persiles y Sigismunda』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흔히 세르반테스 하면, 돈키호테를 연상하는데, 문학연구가들은 진정한 명작으로서 세르반테스의 유작을 거론하곤 합니다. 작품은 헬레니즘의 연애 소설 내지는 모험 소설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세르반테스 (1547 - 1616)가 죽기 나흘 전에 완성된 것입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세르반테스는 1599년에 이 작품의 집필을 착수하였는데, 죽기 직전에 마지막 힘을 쏟으면서 탈고했다고 합니다. 그는 탈고 후에 다음과 같은 시구를 남겼습니다. “나의 발은 이미 죽음의 바람을/ 맞으며 저세상 난간에 섰는데/ 주여 나는 이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34 이탈스파냐 2022.12.02

서로박: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 (2)

마키아벨리와 그의 아내 사라 뒤낭 5. 무대의 언어, 피렌체 방언: 마키아벨리는 실제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시기에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사실 『만드라골라』는 그의 첫 번째 희극작품에 해당합니다. 물론 1504년에 그는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에 착안하여 「가면들Le maschere」를 집필하였습니다만, 이 작품은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습니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테렌티우스Terenz의 「안드리아Andria」를 피렌체 방언으로 번역한 바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작품을 쓰기 이전에 무대에 활용될 수 있는 이탈리아어 방언에 관해서 숙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논문 「언어 혹은 우리 언어에 관한 대화discorso o dialogo intorno alla nostra lingua」에 자세히 언급..

34 이탈스파냐 2021.12.08

서로박: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 (1)

1. 극작가로서의 마키아벨리: 흔히 사람들은 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ò Machiavelli, 1469 - 1527)를 『군주론』의 저자로 이해하고, 그를 이탈리아의 지식인 한 사람으로 파악합니다. 『군주론』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려는 목적으로 어떠한 술수와 간계조차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을 차근차근 기술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의 대표작을 읽으면,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권력자의 속내를 간파할 수 있음을 역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키아벨리는 이판이 아니라 사판의 삶을 살아가면서, 명성을 드높인 적도 있었고, 6년 동안 비참하게 망명생활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사항은 우리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즉 마키아벨리가 군주의 사악하고 음험한 술수를 기술한..

34 이탈스파냐 2021.12.08

서로박: 후안 룰포의 두 편의 소설 (2)

1. 후안 룰포의 명작 소설: 룰포의 유일한 장편소설,『페드로 파라모』는1955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으로써 룰포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고전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룰포의 실험적 서술 방식 내지 문체는 참으로 탁월한 것이었고, 라틴아메리카에서 많은 젊은 작가들이 1960년대부터 이를 추종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소설은 70개의 짧은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작품의 단락 가운데에는 1페이지도 되지 않는 짤막한 것도 있습니다. 소설은 한마디로 모자이크처럼 직조되어 있습니다. 일견 산만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모든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주인공의 삶과 죽음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화자는 구어체의 문체를 사용하면서 독자에게 소설의 중심적 이야기를 직접 ..

34 이탈스파냐 202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