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57

서로박: 에코의 장미의 이름 (1)

“솔로몬이 말하기를 지상에는 새로운 것은 없다. .” (Francis Bacon)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은 -플라톤의 ‘재 기억 (Ανάμνησις)’처럼- 과거 사항에 의존해 있었다. 이제 새로운 지식은 미래 사항에 의해 식별되어야 한다.” (Ernst Bloch) 1. 부정적 종말론과 반 유토피아: 인용문은 그 자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재 기억 이론은 전통적 학문 연구의 바탕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과거 지향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인식 행위는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과거 있었던 원초적 상을 추적하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어떠한 창조도, 변화된 미래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모든 새로움은 본질적으로 망각이요, 지식이란 잊힌 것들로부터 떠올..

34 이탈스파냐 2020.09.04

서로박: 도니의 '이성적인 세계' (2)

6. 『이성적인 세계 세계』사람들의 식사 그리고 의복: 모든 사람들은 근검절약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며, 물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습니다. 이는 토머스 모어의 경우와 대동소이합니다. 사람들은 점심시간에는 거대한 식당에 모여서 함께 식사합니다. 모든 물품과 음식은 사람 수에 따라 평등하게 나누어집니다. 모든 것이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재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싸우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모형의 의복을 걸칩니다. 특권을 누리는 자도 없고, 노예도 없으므로, 같은 곳의 규칙에는 어떠한 예외조항도 없습니다. 다만 나이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10년의 간격대로 다른 색의 옷을 착용합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상대방의 나이를 옷 색깔로 분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곳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 등..

34 이탈스파냐 2020.04.08

서로박: 도니의 '이성적인 세계' (1)

1. 도니의 『이성적인 세계 Mondo savio』: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작가, 안톤 프란체스코 도니의 문학 유토피아를 설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원래의 제목은 자구적으로는 “현자의 세계”로 번역될 수 있지만, 내용상 새로운 세계로 번역하기로 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도니의 작품 『이성적인 세계』(1552)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생략될 수 없는 문헌입니다. 첫째로 그것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모델을 급진적으로 단순화시켜서, 고대 사회에 출현한 목가적 평등 사회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나중에 언급되겠지만, 도니의 목가적 평등 사회의 유토피아는 18세기에 이르러 페늘롱 Fenelon의 두 개의 서로 다른 유토피아 모델 가운데 태초의 원시 사회의 이상적 모델로 설계된 “베티카”..

34 이탈스파냐 2020.04.08

서로박: 카사노바의 '회고록' (2)

6. 감각적 향유를 즐기고 행한다는 것 - 그것은: 자고로 인간은 누구든 간에 장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살인자의 내면에는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자리하며, 도덕군자의 내면에는 이기적 탐욕이 은밀하게 도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개별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잣대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카사노바는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감각적 향유를 즐기고 행한다는 것 – 그것은 내 모든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어떠한 무엇도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볼테르가 절대적 신앙의 권위주의에 대항하여 평생 투쟁하였듯이, 카사노바는 자신의 감각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모든 심령주의의 사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물론 그가 두 세 번에 걸쳐 자신을 거부하는 여성을 끝까지..

34 이탈스파냐 2020.02.26

서로박: 카사노바의 '회고록' (1)

1. 카사노바의 회고록: 지아코모 카사노바 (1725 – 1798)의 『회고록Mémoires』은 1790년에 프랑스어로 간행되었는데, 19세기 초에의 시점에는 전 유럽에 소개되었습니다. 독일어로 소개된 시점은 1822년에서 1828년 사이였는데,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카사노바는 주지하다시피 천하의 바람둥이로서 1734년에서 1774년까지 약 40년 동안 수많은 직업을 행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도저히 실행할 수 없을 정도의 방탕한 모험을 즐겼습니다. 약 65세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그는 보헤미안의 어느 성에 머물면서 지나간 과거의 삶을 회고록에 기술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서술한 내용은 그야말로 솔직담백하게 기술한 방랑하는 자신의 편력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자전기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변명 내지 ..

34 이탈스파냐 2020.02.26

호세 리잘 필리핀의 영웅, 에스파냐의 시인

아마 필리핀만큼 열강의 침탈을 당한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입니다. 필리핀 반도는 오래 전부터 에스파냐의 식민지였습니다. 호세 리잘 (1861 - 1896)은 필리핀의 작가이자 의사로 살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칠레의 부유한 메스티초 (백인 인디언 혼혈)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특히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에 가담하여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리잘은 해외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익혔습니다. 벨기에,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 에스파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국, 심지어는 미국의 광활하 본토를 돌아다녔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의학을 공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

34 이탈스파냐 201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