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글을 다시 올립니다. 필자의 글을 읽으면, 두툼한 소설 돈키호테를 탐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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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C, 오늘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관해서 강의할까 합니다.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1547 – 1616)의 작품의 원 제목은 “깊은 생각을 지닌 토호귀족 라만차 출신의 돈키호테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la Mancha”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만큼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은 없습니다. 인간 유형을 논하는 자리에서 햄릿과 돈키호테로 나누는 경우만 보더라도 유럽의 정신사에서 끼친 비중을 과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에스파냐 문학을 전체를 대표하며, 나아가 세계 명작으로서 수많은 독자, 소설가 그리고 문학 연구가들에게 읽혀지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게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풍차와 싸우는 기사의 모습은 수많은 내용을 상징하며, 나아가 에스파냐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속담을 창조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인물 역시 문학의 전형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장대하고 메마른 돈키호테 그리고 뚱뚱하고 자그마한 산초 판사라는 기괴한 두 명의 인물은 지금까지 수많은 극작품과 영화 속에서 패러디의 대상으로 원용되고 있습니다. 작품 『돈키호테』의 제 1권은 1605년에, 제 2권은 1615년에 제각기 발표되었습니다.
1598년의 에스파냐는 필립 2세가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에스파냐의 왕은 약 1세기 동안 유럽의 거대한 지역을 통치해 왔는데, 당시는 그의 찬란한 시대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세르반테스는 베테랑 군인으로서 그때까지 많은 전투에 참가하여 전공을 거둔 바 있었습니다. 세상을 거칠게 살아오면서, 가장 마음을 설레게 한 것은 여인의 가슴이 아니라, 죽음을 각오하는 전투,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예컨대 세르반테스는 1572년에 레판토 전투에 참가하여 싸우다가 큰 부상을 당합니다. 세 발의 총탄이 그의 가슴과 왼 팔에 명중하게 된 것입니다. 뒤이어 알제리의 포로수용소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가슴의 두 개의 총알은 빼내었지만, 왼팔에 박힌 총알은 그의 남은 인생을 외팔이로 살아가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후 세르반테스는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이는 그의 모험심과 무공을 대변해줍니다. 당시에 세르반테스는 이미 몇 편의 극작품을 발표하여 혜성처럼 나타난 극작가의 문명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그는 소설 『돈키호테』를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목자문학과 같은 신비롭고 고색창연한 문학 작품들 그리고 소아시아의 비기독교적 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세르반테스는 작품의 배경을 현재 에스파냐로 설정한 다음에 신에 의해서 버림받은 황량한 고국의 땅을 묘사하기로 결심합니다.
라만차 출신의 “알론소 돈 키하노”는 세상사로부터 망각된 땅 라만차에서 살고 있습니다. 라만차는 때로는 키하다, 케사다, 혹은 키하나라고도 불리는 지역입니다. 그는 경제적으로 몰락한 귀족의 자제입니다. 자신의 집안이 몰락한 까닭은 중세가 끝나고 난 뒤에 기사 계급이 사회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주인공은 책을 읽으면서 기사계급의 부활을 막연하게 꿈꾸며 살아갑니다. 그가 좋아하는 일감은 당연히 독서입니다. 특히 기사소설을 탐독하는 일은 자신의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가오는 기사는 아마디스, 팔머린, 클라리든 그리고 벨리아니스 등과 같은 기사입니다. 문제는 그가 독서에 골몰한 나머지 책에 묘사된 문학적인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은 『그레시아의 벨리아니스』라는 소설을 집필할까 하고 계획합니다만, 스스로 편력기사가 되려는 욕망이 가슴에서 강렬하게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는 소설가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포기하고 맙니다. 기사가 되는 일 - 기사로서 신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뜻에 따라 불법에 시달리는 처녀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과업이 자신에게 정해진 사명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편력기사가 되려면,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돈키호테는 주위에 늘려진 형편없는 물건들을 기사의 도구로 활용합니다. 그가 걸친 갑주는 너덜거리는 양철조각을 얼기설기 짜맞춘 것이며, 그의 투구는 이발사들이 면도날을 씻을 때 사용하는 둥그스름한 철판입니다. 그러니 독자는 그의 몰골의 우스꽝스러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은 헛간에 머물고 있는 늙은 암말을 꺼내 자신의 탈것으로 사용합니다. 말에게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로시난테라는 이름은 “왕년에 경주마였던 늙은 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라고 명명합니다. 세상의 고난을 해결하고 가장 고결한 여성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바치겠다고 선언합니다. 자신의 안녕을 지켜주는 여성의 이름을 둘시네아라고 명명합니다, 언젠가 돈키호테는 토보소에 거주하는, 둘시네아라는 이름을 지닌 농촌처녀를 단 한 번 슬쩍 쳐다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미는 “이목구비가 그냥 붙어 있는” 추녀에 가깝지만, 돈키호테의 마음속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서 각인됩니다. 너무나 고결하여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여자, 멀리서 하나의 별처럼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서의 여인, 그미가 바로 둘시네아인 것입니다. (제 1권 1장)
드디어 돈키호테는 첫 번째 출정에 나섭니다. 이제 편력 기사가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됩니다. 사람들은 그저 기사소설 내지 박물관에서 편력 기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이제 기사 한 사람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돈키호테는 비장한 마음을 감추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정의로움을 위하여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먼 훗날 사람들은 자신을 반드시 대리석 위에서 늠름하게 서있는 청동의 기사로 자신의 업적을 기리게 될 것입니다. 생각은 이처럼 광활하고 고결하지만, 돈키호테는 타인의 눈에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으로 병든 말을 모는 미치광이 사내로 비칠 뿐입니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목로주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몇 여자들과 술집 주인이 그를 영접합니다. 여자들은 아마도 몸 파는 여자들이며, 술집 주인은 왕년에 전쟁터를 오가면서 시체에서 전리품을 갈취하는 건달 출신이었습니다. (제 1권 2장) 그런데도 불구하고 돈키호테는 술집을 성으로 착각합니다. 술집주인은 주인공의 눈에는 성의 영주로, 여자들은 고귀한 귀족부인으로 비칩니다. 술집 주인은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축이 머무는 방을 숙소로 제공합니다. 어디서 굴러먹던 미치광이 한 놈이 숙소에 머물다니, 나 원, 이것은 손해 보는 장사야. 그렇게 생각한 술집 주인은 그를 영원히 술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술값과 숙박비를 과도하게 요구합니다. (제 1권 3장)
돈키호테는 도중에 자신의 노예에게 매질을 가하는 농부 한 명을 만납니다. 돈키호테가 말려도 그는 노예에게 매질을 계속합니다. 이를 바라보던 주인공은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혀서 농부에게 공격합니다. 정의로움이 발동한 것이었습니다. (제 1권 4장) 뒤이어 그는 수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향하는 보부상을 공격합니다. 왜냐하면 보부상들은 둘시네아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시난테가 너무 지친 나머지 돈키호테는 안장에서 떨어집니다. 이때 몰아꾼 노예들이 주인공에게 달려들어 집단 폭행을 가합니다.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돈키호테는 정신을 잃은 채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제 1권 5장).
마을의 이웃이 정신을 잃은 주인공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정성껏 치료해줍니다. 주인공이 서서히 기운을 차리게 되었을 때, 돈키호테의 질녀 그리고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친구들은 다름 아니라 마을 목사 그리고 문학에 조예가 깊은 마을의 이발사였습니다. 돈키호테는 이들을 바라보고 다시금 착시 현상을 드러냅니다. 돈키호테는 병문안하려는 사람들을 기사 소설에 등장하는 정의로운 기사들이라고 간주합니다. 이들은 주인공에 의하면 어느 무고한 여자가 종교 재판소에서 화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그미를 현장에서 극적으로 탈출하게 한 사람들이 바로 그 기사들 이라는 것입니다. (제 1권 6장) 사람들은 주인공의 현실 착란에 대해서 어안이 벙벙해짐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돈키호테의 정신을 바로 잡기 위해서 그의 도서관을 폐쇄시키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상에서 일어난 주인공은 기사 소설의 내용을 충직하게 따르면서 적이 마법을 이용하여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잘못 생각합니다. (제 1권 7장)
돈키호테는 다시금 제 2차 출정에 나섭니다. 이때 그는 편력기사의 종자로서 산초 판사라는 농부를 임명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위대한 기사의 종자로 일하면 나중에 영주 자리를 선물하겠다고 산초 판사에게 약속합니다. 산초 판사는 주인공과는 달리 현실 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전쟁에 참가한 경험이 풍부한 가장이었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돈키호테는 자신과는 다른 종자를 데리고 이상적인 기사 소설의 세계를 하나씩 탐지해 나갑니다. 산초 판사는 새롭게 맞이한 주인에게 현실 감각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를 수정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을 서서히 감지하게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부와 명예를 위하여 가족과 자식을 저버리고, 시대착오적인 주인과 함께 세계 구원을 위한 출정에 몸을 던지는 자가 바로 산초 판사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돈키호테의 영향으로 시적이고 문학적인 마력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뒤이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모험적인 사건이 나타납니다. 돈키호테는 방앗간에서 빙빙 돌아가는 풍차들을 적국의 거인으로 착각하고, 로시난테를 몰면서 창을 들고 풍차를 공격합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공격은 끝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뒤이어 평원에서 기이한 모습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창으로 위협하여 그들을 이리저리 분산시킵니다. 두 명의 베네딕트 수도사는 안경을 착용하고, 양산을 쓰고 있었는데, 돈케호테는 이들을 고귀한 부인을 유괴하려는 마법사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톤키호테는 이들을 여행자 대열에서 쫓아내는 동안에, 산초 판사는 두 명의 몰이꾼의 급습을 당합니다. 비스케 출신의 귀족 한 사람이 돈키호테에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끊어집니다. (제 1권 8장)
게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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