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3)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필자 (匹子) 2024. 6. 25. 10:31

(앞에서 계속됩니다.)

 

바로 이때부터 돈키호테는 상상 속에서 휘황찬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여인, 둘시네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스스로 아마디스가 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아마디스는 슬픈 용모의 기사로 알려진 사내입니다. (제 1권 25장) 친애하는 C, 기사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적과 싸우지만, 결국 그가 이룩하려는 것은 고결한 여성과의 사랑, 바로 그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작품은 인간의 애정관계가 일상적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하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돈키호테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둘시네아에게 편지를 한통 씁니다. 그는 산초 판사에게 편지를 건네면서 전해주라고 부탁합니다. 산초 판사는 둘시네아를 만나려고, 고향으로 떠납니다. 고향까지 가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산초 판사는 도중에서 목로주점에서 쉬게 되었는데, 바로 그곳에서 마을 목사와 고향의 이발사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돈키호테를 마을로 데리고 오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제 1권 27장) 산초 판사는 둘시네아에게 편지 전하는 임무를 포기하고, 자신의 주인, 돈키호테를 다시 만나려고 되돌아갑니다. 이 와중에서 그는 몽상가, 카르데니오를 만납니다. 카르데니오는 산초 판사 앞에 나타나, 자신의 불행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즉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여인 루신다는 친구 페르난도의 부인이 된 것이었습니다. 페르난도는 오랫동안 사귀던 애인을 저버리고, 친구의 정인을 갈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1권 30장)

 

이어지는 장은 산초 판사가 어떻게 주인공과 재회하는가? 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소설 속의 압권과 같습니다. 돈키호테는 편지는 잘 전해드렸는가? 하고 산초 판사에게 묻습니다. 산초 판사는 둘시네아를 만나지도 않았는데도, 직접 만나서 편지를 전해주었다고 거짓말합니다. 사실 돈키호테는 둘시네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었습니다. 1. 당신을 깊이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점, 2. 당신에 비해 너무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에 당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 3. 그렇지만 언제나 가까운 곳에 머물면서 당신의 안녕을 위해서 살아가겠다는 점 등이 그것입니다.

 

이때 산초 판사는 달콤한 기사 소설에 묘사되고 있는 천국의 푸름에 관한 내용을 알려줍니다. 산초 판사에 의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는 마치 천국의 안온함 속에서 편안하고도 눈부시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경청하는 돈키호테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일순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황홀해 합니다. (제 1권 31장)

 

마을 목사는 반드시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하여 한 가지 계략을 생각해내야 합니다. 일단 돈키호테의 정의감을 부추기는 일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은 공주 미코미코나가 급히 돈키호테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술수였습니다. (제 1권 32장) 마을 목사는 마침내 돈키호테를 목로주점으로 유혹하는데 성공을 거둡니다. 돈키호테가 도착했을 때 그는 중편 소설 「우스꽝스러운 호기심 El curioso impertinente」을 읽어줍니다. 이는 소설 속의 소설로서 마치 극중극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젤모는 고집 센 친구, 로타리오의 아내 카밀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로타리오는 아내인 카밀라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의심스러워했습니다. 이때 안젤모가 실험 삼아 카밀라에게 실험삼아 그냥 집적거려 보겠다고 요청했던 것입니다. 금지된 장난은 남녀 간의 정사로 이어집니다. 안젤모가 친구의 여자를 범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후 카밀라는 남편 친구와 통정한 뒤에 자살하고, 로타리오는 친구를 죽인 다음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랑으로 인한 갈등은 결국 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 1권 33, 34장) 그런데 돈키호테는 소설 내용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술집 주인의 포도주 담긴 자루를 적의 물건으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돈키호테는 어처구니 없게도 자루에 칼을 들이대며 결투를 요청합니다.

 

술집은 그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카르데니오와 도로테아는 가면을 쓴 페르난도와 루신다를 예리하게 알아봅니다. 그들은 서로 마음속의 상처를 달래면서 서로 화해하고, 포옹합니다. 갑자기 낯선 남자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섭니다. 자신의 이름을 사베드라라고 소개한 남자는 초라이다라는 이름의 흑인 여자를 대동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레판토 전투에 참전하여 싸우다가 포로가 되어서 알제리의 포로수용소에 감금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초라이다의 도움으로 다행히 수용소를 탈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술집 앞에 마차가 나타나, 한 신사를 내리게 한 다음에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신사는 후안 페레스라는 인물로서 사베드의 형제로 판명됩니다. 척추 장애를 지니고 있는 여자, 마리토르네스는 돈키호테를 위하여 악기를 연주합니다. 바로 이 순간 우리의 어리석은 주인공은 아름다운 공주가 자신의 무공을 위하여 직접 음악을 연주한다고 착각하고 무척 기뻐합니다. 그런데 그미가 음악을 연주한 까닭은 돈키호테를 하룻밤 붙잡아두기 위함 때문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술집 주인은 돈키호테에게 숙식비를 요구합니다. 바로 이 순간 이발사는 주인공에게서 “멤블린의 투구”, 즉 세면 통을 벗겨서 빼앗아갑니다. 결국 목사와 이발사는 돈키호테를 통 속에 가두어 여관으로 데려와, 고향으로 떠날 채비를 마칩니다. (제 1권 36장)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그리고 목사와 어느 교단의 수사 등은 고향으로 향합니다. 여행 도중에 목사와 교단의 수사는 시학 이론 그리고 동시대의 문학에 관한 여러 가지의 유익한 견해를 나누게 됩니다. 특히 그들의 관심사는 주로 기사 소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 권 48장)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돈키호테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자신은 공주를 구하려고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그는 산초 판사를 자신의 시종직에서 물러나게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공주를 위한 가장 행렬에 참석해야 하므로 로시난테와 혼자 그것으로 침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헤어진 다음에 제각기 고향으로 되돌아옵니다. 모든 것은 마을 목사와 이발사의 계략에 의해서 성공리에 이루어집니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금 어디론가 출정해야 한다고 굳게 결심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제 1권 52장)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