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194

(단상 592) 껍질 문화

한국의 도서는 표지부터가 화려하다. 저자의 이름. 필자들은 필자의 이름 뒤에 “저 (著)”, 혹은 “지음”이라는 구차한 꼬리말을 첨부한다. 얼마나 남의 책을 교묘하게 표절하였으면, 이다지도 구차한 꼬리말을 남발하는 것일까? 도대체 저자 약력이란 무엇인가? 학벌과 직위가 이름과 그 사람의 사상보다 먼저 인정받는 세상이기 때문일까? 왜 사진을 첨가하는가? 얼굴이 잘 생겼으면, 책이 더욱 가치 있게 변한단 말인가? 왜 이름석자만 번듯하게 달지 못하는가? 또한 책마다 부제가 첨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번역서일 경우, 책의 뒷부분에는 역자 소개까지 구차하게 덧붙여 있다. 출판사 측의 대답도 가관이다. 그렇게 달아야 책이 잘 팔린다나. 허나 생각해 보라. 책이란 오로지 내용의 훌륭함에 의해서 인정받아야 하지 않겠는..

3 내 단상 2023.11.28

(단상. 491) "선거 철에는 북풍이 분다."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오로지 총선의 승리에만 심혈을 기울인다면, 어떨까?  이는 이득을 챙기려는 술수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1주년에 불참한 대통령은 다른 교회에 참석하여 명복을 빌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유족의 아픔을 안타까워 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무지렁이들의 죽음이 무슨 대수인가?"하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서울대 엘리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그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 술을 한 잔 걸친 다음에 한 시간에 59분 장광설을 내뱉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이득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총선의 승리에 올인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처량하게 보일 정도다. 이동관은 박민 사장으로 하여금 KBS를 장악하게 한 다음에 ..

3 내 단상 2023.11.26

(단상. 490) 이소정 앵커가 잘렸다.

민주주의는 유약한 아기와 같아서, 조금만 방심하게 되면, 한 순간 관료주의의 "폭정"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은 항상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멀리서 발생하는 사건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귀로 방송을 들어야 한다. 만약 우리에게 아무런 비판이 들리지 않는다면, 이는 중우 정치로 향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주진우 기자가 라디오 방송에서 잘리고, KBS 9시 뉴스를 담당하던 이소정 앵커가 중도하차했다. 이소정 앵커는 평소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다. 평소에 그분의 보도는 너무 온건한 것 같았다. 그런데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잘리다니,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장이라고 절차를 무시하고 직원을 함부로 자를 수 있는..

3 내 단상 2023.11.15

(단상. 589) 위성 정당은 필요한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김포를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이라고 해석하면서, 이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옳은지 그른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슈는 다른 한편 양평 고속도로 문제와 김건희 친인척 비리에 대한 관심사를 다른 데로 돌리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국가는 지금까지 부정부패한 정치가를 단죄하기 위해서 엄한 벌금형을 내린 바 없었습니다. 일반 시민이 무전 취식하거나 무임 승차로 적발 당했을 때 10배 이상의 벌금을 내는 데 반해, 고위 공직자는 부정부패의 혐의가 있더라도 몇 달 유치장에 갇혀 있다가 변호사를 통해서 금방 풀려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법은 지배층에 관대하게, 일반 대중에는 근엄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여당 내에서의 이준석..

3 내 단상 2023.11.08

(단상. 586) 오르플리트 혜윰

한국인은 내단(內丹)의 자세로 끝없이 자기 자신을 수련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공동체를 위하는 희생정신을 중시해 왔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고유한 아비투스이며, 고조선 시대 이후로 이어온 유산이다. 한국인의 인내와 지구력, (도남 조윤제 선생의 표현을 빌면) “은근과 끈기”는 바로 여기서 발원하며, 한반도는 온갖 어려움에도 막힘 없이 (無窮) 크고 작은 나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고, 많은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눈이 뒤집혀 있다. 사소한 일에 분개하며, 아집에 사로잡혀서 올바른 뜻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은 그 자체 형용모순이다. 지금 여기의 학교를 바라보라. 학교는 사회의 북제판이다. 학교에는 온갖 폭력 (언어폭력, 주먹질, 성폭..

3 내 단상 2023.11.05

(단상. 585) 아, 팔레스타인 ㅠㅠ

이스라엘은 유대 국가입니다. 1947년 이스라엘이 건국하게 된 것은 2000년 동안의 유대인의 숙원이 해결되는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문제는 영국이 수에즈 운하의 권리만을 생각했을 뿐, 이스라엘 지역에서 살아가던 팔레스타인 인민들에 대한 권리 문제 그리고 그들의 국가에 관한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을 잃고, 예루 살렘의 서안 지구 그리고 가자 지구로 쫓겨났는데,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천년 동안 피해자로 살아온 유대인들은 이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는 가해자로 돌변하였습니다. 과유불급이라, 욕심이 많으면 탈이 난다고 했습니다. 자기 보존의 열망이 과하면 공격성향으로 돌변하는 법인가요? 이스라엘은 끊입..

3 내 단상 2023.10.24

(단상. 583) 비판이 없는 보도가 "진짜 뉴스"인가?

독일의 ARD, ZDF 방송국은 주로 사악하고 끔찍한 내용을 보도한다. 1980년대 독일에서 나는 광주 사태의 소름끼치는 장면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계엄군이 백주 대낮에서 임산부를 살해하는 동영상이었다. 경악을 담은 동영상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너무나 창피하여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은사에게 물었다. 방송국은 왜 그런 끔찍한 보도만 방영하나요? 아름다운 동양의 풍경을 보여줄 수는 없나요? 여기서 나의 은사는 고 (故) 헬무트 푀르스 박사를 가리킨다. 은사는 말했다. "방송이 진리를 전하고, 시청자가 사실을 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요. 먼 나라의 긍정적인 이야기는 이슈가 되지 않아요." 이동관 방송통신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를 ..

3 내 단상 2023.09.13

(단상. 582) SKY 캐슬 허물고 교육을 개혁하자

대학 입시는 차제에 취업 구도를 미리 확정시키고, 사회의 계층을 서열화시킨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다시 말해서 금수저, 흙수저의 숙명적 구도 때문에 젊은이들은 거의 대부분 절망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힘이 든다. 남한의 젊은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출신 성분과 학벌으로 인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학생들 사이의 등수 그리고 상대적 경쟁을 차단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의 수정이 아니라, 대학 입시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백번 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폐지할 경우에 제시되어야 하는 다른 대안인데, 문제는 모든 단점을 일거에 해결할 뚜렷한 대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예..

3 내 단상 2023.08.28

(단상. 581) 아마존 그리고 오염수

아마존 열대 우림지역은 지구의 허파와 같다. 그곳의 울창한 삼림은 인간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특히 이산화탄소의 제거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미의 숲은 서서히 황폐해가고 있다. 그곳의 25%에 해당하는 숲은 사라졌다. 브라질인들은 그곳의 목재를 팔고, 황금을 캐거나 석유를 시추하려고 한다. 브라질 대통령은 2023년 8월 초에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 협력조약 기구(ACTO)에서 아마존 지역의 보존에 관해 토론했다. 모두가 아마존 열대 우림지역을 보존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어떠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가령 룰라 대통령은 석탄과 석유 개발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 만약 아마존 숲의 보존을 위한 완강하고도 철저한 환경 정책을 실천하게 된다면, 브라..

3 내 단상 2023.08.11

(단상. 580) 신중함과 용기의 변증법

1. 높은 곳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추락은 순간적이다. 2. 산에 오를 때 헉헉거리지만, 하산할 때 사람들은 편하게 뛰어내려오다가 무릎 부상 당한다. 3. 명심하라. 알피니스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아니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가 우리를 쓰러뜨린다. 4. 천하무적 역도산은 골목에서 조무래기 깡패에게 "찌를 테면 찔러라"하고 배를 내밀다가, 결국 칼에 찔려 사망했다. 5. 컨디션이 좋을 때, 신중하고 조심하며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6. 잘해보려고 하는 일은 무엇이든 힘이 든다. 진정한 용기는 겸허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자세이다. 7. 포장마차 차리기는 힘이 들지만, 포장마차 뜯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8. 좋은 일은 인내심을 요한다. 자식 농사는 평생의 과업이다. 나쁜 ..

3 내 단상 2023.08.03